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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회용·연습용 셔틀콕 달라 고전 골프·수영처럼 개인 후원 허용돼야

중앙선데이 2012.12.01 23:32 299호 19면 지면보기
내년 2월 배드민턴협회의 용품 후원 계약을 앞두고 요넥스와 빅터의 물밑 경쟁이 뜨겁다. 배드민턴 스폰서 경쟁은 4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2009년 2월 배드민턴협회는 빅터와 4년간 용품 후원 계약을 체결했다. 매년 현금 30억원과 물품 7억원을 지원하는 총 148억원의 계약이었다. 종전 후원 금액보다 상당히 많은 액수였다. 빅터가 과거 28년 동안 배드민턴 용품 계약을 해온 요넥스를 뛰어넘기 위해 파격적인 제안을 한 것이다.

2012 런던 올림픽 노골드, 배드민턴 그 이후

요넥스는 82년부터 배드민턴협회와 스폰서 계약을 맺고 스포츠 마케팅을 펼쳐왔다. 당시 김학석 현 배드민턴협회 부회장의 주도로 요넥스와 연간 8만 달러(약 8000만원) 후원 계약으로 출발했다. 이후 요넥스는 한국 배드민턴 발전과 함께했다. 요넥스의 지속적인 후원에 힘입어 배드민턴 대표팀은 올림픽 정식 종목으로 채택된 1992 바르셀로나 올림픽부터 2008 베이징 올림픽까지 5번의 대회에서 금메달 6개, 은메달 7개, 동메달 4개를 따내며 효자 종목으로 각광받았다.
후발 업체인 빅터는 배드민턴 시장에서 홍보 효과가 뛰어난 한국 배드민턴 대표팀 후원에 뛰어들었다. 중국과 동남아에서 폭발적인 인기를 누리는 이용대 등 한국 셔틀콕 사단을 활용해 브랜드 이미지를 크게 높이는 효과를 거뒀다.
 
한국팀이 홍보 효과 뛰어나 후원 경쟁
4년간 한국 대표팀 스폰서십을 잃은 요넥스는 품질에서는 한 수 위라는 경쟁력을 내세운다. 요넥스가 세계배드민턴연맹(BWF)과 스폰서 계약을 맺고 있어 올림픽, 세계선수권 등 메이저 국제대회의 공인 셔틀콕은 모두 요넥스 제품이다. 배드민턴이 올림픽 정식 종목으로 채택된 이후 줄곧 요넥스의 셔틀콕을 공인구로 채택했다. 전 세계 국제대회 10개 중 9개는 요넥스가 후원하고 있다.

김철웅 요넥스 코리아 대표는 “국제대회에 출전하는 선수들의 70% 이상이 요넥스 제품을 사용한다”며 “셔틀콕·라켓 등 제품 품질에서는 요넥스가 앞선다. 전 세계적으로 인정받고 있다”고 말했다. 이는 대다수 배드민턴 현장 지도자도 인정하는 부분이다.

대표팀 선수들은 2009년 빅터 제품으로 용품이 바뀌자 한동안 바뀐 셔틀콕에 적응하느라 애를 먹기도 했다. 빅터 제품을 사용하는 국가대표 선수들은 올림픽 등 국제대회를 앞두고는 대회 공인구인 요넥스 셔틀콕을 따로 구입해 훈련한다. 이를 두고 지난 10월 국회 국정감사에서 배드민턴 용품이 거론된 것이다. 새누리당 이상일 의원은 “선수들이 선호하고, 품질도 앞서는 요넥스를 제쳐두고 빅터 제품을 쓴 의도가 뭐냐. 런던 올림픽 참패도 잘못된 용품 선정 탓이 크다”며 2009년 바뀐 용품 공급 업체 선정 과정에 비리 의혹을 제기했다.

다른 의원들도 “런던 올림픽에서 한국 배드민턴이 노골드로 사상 최악의 성적을 거둔 원인 가운데 하나가 셔틀콕 문제”라고 체육회와 배드민턴협회를 질타했다. 대표 선수들이 지난 4년 동안 국내 대회에서는 빅터 셔틀콕을 사용하고, 국제대회에서는 대부분 요넥스 제품을 사용한 탓에 국제대회 경쟁력이 떨어졌다는 주장이었다.

투명하고 공정한 입찰로 잡음 막아야
빅터는 한국 대표 선수들의 기량에 맞게 제품의 퀄리티도 대폭 끌어올렸다고 주장했다. 요넥스가 말레이시아 등 동아시아와 덴마크 등 유럽 각국과 스폰서십을 맺고 있는 반면 빅터는 한국에 중점을 두고 있다. 서윤영 빅터 코리아 대표는 “매년 빅터의 기술담당자들이 태릉선수촌을 방문해 국가대표 개개인의 특성과 치수를 파악한 뒤 개인 맞춤형 라켓과 운동화를 따로 개발해 제공하고 있다”며 “대표선수들의 동기 부여를 위해 인센티브제도도 운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요넥스 후원 때와 달라진 가장 큰 차이다. 한국 대표팀을 후원하면서 홍보 효과를 톡톡히 누린 빅터는 품질에서는 다소 밀리지만 맞춤형 서비스로 경쟁력을 갖추겠다는 복안이다.

서윤영 대표는 국제대회 공인구 문제에 대해 “올림픽 등 주요 대회를 한 달 앞두고는 공인구(요넥스 셔틀콕)를 구입해 대표팀에 제공한다. 리닝과 후원 계약을 맺은 중국 대표팀도 그렇게 한다”고 말했다.

우선협상권을 갖고 있는 빅터는 후원 금액을 이전보다 늘려 재계약을 하고 싶다는 뜻을 밝히고 있다. 요넥스는 국회 감사에서도 언급됐듯이 품질을 앞세워 한국 시장을 되찾고자 한다. 4년 전 빅터의 거액 베팅에 밀린 요넥스는 선정 기준의 최우선이 후원 금액이라고 한다면 금액으로 경쟁할 각오도 돼 있다.

요넥스와 빅터의 물밑 경쟁이 뜨거운 반면 배드민턴협회는 스폰서 재계약에 대한 일정을 명확하게 밝히지 못하고 있다. 내년 초 회장단이 바뀌기 때문이다. 배드민턴협회 하용성 사무국장은 29일 “내년 1월 대의원 총회를 통해 회장 등 신임 집행부가 꾸려진다. 새 집행부가 들어선 이후 스폰서 계약이 진행될 것”이라며 “새 집행부가 투명한 선정위원회를 구성해 공정하게 심사할 것”이라고 말했다.

배드민턴협회는 투명하고 공정한 경쟁으로 새로운 업체를 선정해야 한다는 과제를 안고 있다. 체육계 인사들은 “선정위원회 구성부터 현 배드민턴협회나 특정 업체와 이해관계에 얽힌 사람은 배제돼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김철웅 요넥스 대표는 “경쟁 업체에도 공정하게 협상 기회를 줘야 한다”고 공정성을 강조했다.

나아가 골프나 수영·테니스·체조 등 다른 종목처럼 배드민턴도 용품업체의 선수 개인 후원이 가능하도록 개방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스포츠의 추세는 선수 개인의 권익을 보장하고 해당 종목의 활성화를 위해 단체종목을 제외하고는 선수 개인의 취향에 따라 각자에 맞는 용품을 후원받도록 하고 있다. 축구 국가대표팀은 나이키와 용품 계약을 맺지만 경기력에 지대한 영향력을 미치는 축구화는 선수 개개인의 선호도에 따라 개인 스폰서 계약을 할 수 있도록 한다. 나이키는 타이거 우즈를 후원해 선수 수익 증대를 극대화했고, 브랜드 이미지도 제고했다.

수영의 박태환, 피겨의 김연아, 리듬체조의 손연재 등은 해당 종목의 발전에도 크게 기여했다. 배드민턴도 스타 선수를 만들고, 그를 통해 제2의 스타를 꿈꾸는 선수들로 저변을 확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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