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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동 필수품이던 내복 화려한 부활

중앙일보 2012.12.01 02:03 종합 2면 지면보기


“새빨간 내복을 입고 입 벌리며 잠든 예쁜 아이/(중략)/그리워요 눈물이 나요 가볼 수도 없는 곳.”



 가수 이문세가 2002년 발매한 14집 앨범에 수록된 ‘빨간 내복’의 가사 일부다. 1970년대까지만 해도 내복은 전 국민의 겨울 필수품이었다. 부모들은 자식들 설빔으로 ‘XX메리’를 사 입혔다. 자녀들은 취직해 첫 월급을 타면 관례적으로 부모에게 빨간 내복을 선물했다. 하지만 1980년대 들어 경제가 성장하고 실내 난방 성능이 향상되면서 내복이 거추장스러운 존재가 되기 시작했다. 특히 옷맵시를 신경 쓰는 젊은이들은 내복을 ‘촌스럽다’며 경원시했다.



 이렇게 괄시받던 내복이 97년 겨울 외환위기가 터지면서 ‘복권(復權)’됐다. 한파보다 매서운 경제난에 난방비를 아끼려 하나 둘 다시 내복을 입었다. 당시 중앙일보에는 ‘모 자동차공장 직원들이 내복 입고 출근하기 운동에 나섰다’는 기사가 실리기도 했다.



 최근에는 내복이 ‘제2의 전성기’를 구가하고 있다. 얇고 따뜻한 데다 디자인까지 세련된 기능성 내복이 많이 등장한 덕이다. 지난달 모 의류업체가 발열내의를 사흘간 반값에 판매하자 매장마다 북새통을 이뤘다. 토요일 서울의 아침 기온이 영하 5도까지 떨어진다. 내복을 입으면 체감온도를 3도 이상 올릴 수 있다고 한다. 아직도 옷장 속에 내복을 모셔두고 있다면 한번 꺼내볼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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