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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소독점한 검찰 ‘영장권력’ 남용

중앙일보 2012.12.01 02:02 종합 3면 지면보기
검찰이 범죄 수사를 한 뒤 재판에 회부할지 말지를 결정하는 이른바 ‘기소독점권’을 무분별하게 사용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영장 권력’이 남용되고 있다는 것이다.


성추문 검사 등 법원서 잇단 기각
수사 편의 위해 무리한 청구 원인

 대검 감찰본부는 지난달 27일 여성 절도 피의자 B씨(43)와 검사실·모텔 등에서 부적절한 성관계를 가진 서울동부지검 소속 전모(30) 검사에 대해 구속영장을 재청구했다. 법원은 29일 다시 기각했다.



 재판부는 “앞서 며칠 전 청구한 내용에서 달라진 것이 없다”고 기각 사유를 밝혔다.



 검찰은 지난달 25일 전 검사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으나 서울중앙지법은 26일 “전 검사에게 적용된 뇌물죄에 한해 보면 그 범죄 성립 여부에 상당한 의문이 있어 구속의 상당성을 인정하기 어렵다”며 기각했었다. 그러자 하루 만에 다시 영장을 청구했다. 이를 두고 일부 판사는 “첫 번째 영장 청구는 ‘조직을 위한 무리수’였고, 두 번째 청구는 검찰의 ‘오기’였다”고 지적했다.



 검찰은 여론의 관심이 집중되는 사건의 경우 일단 관행처럼 구속영장을 청구한다. 그러나 법원은 피의자 방어권 보호를 위한 불구속 수사 원칙에 따라 증거가 확실하지 않으면 발부하지 않는다.



 지난 9월 ‘새누리당 돈 공천’ 사건을 일으킨 현영희 의원이나 8월 ‘저축은행 비리’에 연루된 임좌순 전 선관위 사무총장, 3월 CNK 주가조작 사건 관련 김은석 전 외교부 에너지자원 대사에게 청구된 구속영장은 모두 “혐의 소명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기각됐다. 법무부 통계에 따르면 검사가 청구한 구속영장 기각률은 2001년 8.3%에서 2010년 24.1%, 2011년 24.4%로 매년 증가하고 있다. 2012년 상반기에는 25.1%였다.



 검찰이 수사 편의를 위해 영장을 남발한다는 지적도 있다. 한 부장검사 출신 변호사는 “검찰은 혐의를 입증하려면 일단 인신을 구속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며 “검찰이 구속과 피의자 진술에 의존하는 구시대적 수사 관행을 버리고 제대로 수사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구속영장이 기각될 때마다 검찰은 (어쩌다 운 좋아야 발부되는) ‘로또 영장’이라며 격하게 반발하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 이에 대해 서울중앙지법의 한 판사는 “구속을 일종의 처벌로 보던 과거의 시각에서 빨리 벗어나야 한다”고 말했다.



정원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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