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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기 든 한상대 1분 사퇴회견 … 배석한 검사 7명뿐

중앙일보 2012.12.01 02:02 종합 3면 지면보기
사퇴 압박했던 대검 간부들, 한상대 배웅 한상대 검찰총장(왼쪽에서 셋째)이 30일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 청사에서 사퇴 회견을 하고 “검찰 개혁을 포함한 모든 변화는 후임자에게 맡기고 떠난다”고 밝혔다. 한 총장이 정문에서 기다리고 있던 대검 참모들의 배웅을 받으며 청사를 떠나고 있다. 왼쪽부터 정인창 기조부장, 채동욱 차장, 한 총장, 이건리 공판송무부장, 이준호 감찰본부장, 주철현 강력부장, 임정혁 공안부장과 이번 ‘검란’의 당사자인 최재경 중수부장. [뉴시스]


30일 오전 10시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 15층 대회의실. 회의실 안에는 취재진 100여 명이 모여들어 북적거렸다. 총장직 사퇴를 발표하려고 나타난 한상대(53·사법연수원 13기) 검찰총장의 얼굴은 굳어 있었다. 배석자 중 검사는 박계현 대검 대변인과 권순범 정책기획과장 등 7명뿐이었다. 검찰총장을 보좌하는 대검 간부들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분위기가 썰렁했다. 단상 위로 성큼 올라선 한 총장은 허리를 굽혀 인사한 뒤 준비한 발표문을 읽었다.

최악 ‘검란’ 40시간 만에 일단락
전날 “개혁안 내고 신임 묻겠다”
청와대 신호 읽고 마음 바꿔
최재경 중수부장도 “책임질 것”



 “저는 오늘 검찰총장직에서 사퇴합니다”로 시작되는 글은 모두 여덟 문장짜리였다. 입장하는 데 1분, 연설문을 읽는 데 1분, 퇴장하는 데 1분 등 3분 만에 상황이 종료됐다.



 한 총장은 “차마 말씀드리기조차 부끄러운 사건으로 국민 여러분께 크나큰 충격과 실망을 드린 것에 대해 검찰총장으로서 고개 숙여 사죄를 드린다”고 밝힌 뒤 단상 옆으로 나와 재차 고개를 숙였다.



 그는 또 “검찰 개혁을 포함한 모든 변화는 후임자에게 맡기고 표표(飄飄)히 여러분과 작별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지난달 28일 오후 최재경(50·사법연수원 17기) 중수부장에 대한 감찰 발표로 촉발된 최악의 ‘검란(檢亂)’ 상황이 일단락되는 순간이었다. 발생부터 따지면 40시간 만이었다. 잠시 후 한 총장은 대검 참모들의 배웅을 받으며 차에 올라 청사를 떠났다. 한 총장과 정면 충돌했던 최 중수부장도 나와 떠나는 모습을 지켜봤다. 한 총장은 마음을 비운 듯 담담한 표정을 지었다.





 한 총장은 전날 퇴근 전까지도 “30일 검찰 개혁 방안을 발표한 뒤 ‘신임을 묻기 위해’ 사퇴하겠다”는 주장을 굽히지 않았다. 청와대에 재신임 여부를 묻겠다는 거였다. 후배 검사들의 집단행동으로 물러나긴 하지만 중수부 폐지 등 검찰 개혁 구상을 던져놓고 가겠다는 고집이 셌다.



 하지만 그의 생각은 퇴근 이후 밤사이에 바뀌었다. 일단 청와대 입장이 자신에게 우호적이지 않다는 걸 알게 된 게 계기가 됐다고 한다. 이명박 대통령은 전날 “권재진 법무부 장관이 중심이 돼 사태를 잘 해결하도록 하라”고 지시했다. 이는 한 총장 불신임 메시지로 읽혔다. 여기에 서울서부지검 평검사들이 30일 저녁 회의를 열어 “한 총장은 개혁안 발표 없이 사퇴하라”고 압박한 것도 작용했다. 재경지검의 한 간부는 “한 총장이 역대 총장 중 가장 아름답지 못한 모습으로 사퇴했다”며 “이런 사태가 오래가지 않아 그나마 다행”이라고 말했다.



 한 총장은 지난해 8월 12일 취임한 뒤 최시중 전 방송통신위원장, 이상득 전 새누리당 의원 등 정권 실세들을 구속하는 성과를 올렸다. 하지만 이 대통령의 내곡동 사저부지 매입 의혹 수사, 민간인 불법사찰 재수사 등에서 ‘봐주기 수사’를 했다는 지적도 받았다. 김광준(51) 서울고검 검사의 금품수수 사건, 전모(30) 검사의 성추문 사건이 잇따라 터지면서 리더십에 치명상을 입었고, 수습 방안으로 중수부 폐지 등 개혁안을 밀어붙이려 했다. 그러나 사상 초유의 대검 중수부장 공개 감찰이란 칼을 빼들었다가 검사들의 대대적 반발에 밀려 자신이 역풍을 맞았다.



 한 총장이 떠나면서 이번 검란의 한쪽 당사자 격인 최 중수부장의 거취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최 중수부장은 이날 오전 출근길에 취재진에 “여러모로 송구하고 감찰 문제가 종결되는 대로 공직자로서 책임을 지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특수통 검사들을 중심으로 최 중수부장의 사퇴를 만류하는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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