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세상 읽기] 겨울 새벽시장이 훈훈한 이유

중앙일보 2012.12.01 00:44 종합 15면 지면보기
서울 중구 중림시장, 2012. 11


날이 춥습니다. 올해도 어김없이 겨울이 찾아왔습니다. 거리엔 두툼한 외투 차림의 사람들이, 새벽 중림시장엔 새빨간 숯이 담긴 화로가 등장했습니다. 구석구석 찌그러지고 검게 그을린 화로에 생선을 담았던 나무상자를 잘라 불을 붙입니다. 나무가 타 들어가면 매캐한 연기에 눈물이 나기도 하고, 옷에 탄내가 배기도 합니다. 그래도 상인들의 곱은 손을 녹여주는 화롯불은 고마운 겨울 친구입니다. 화롯불은 한술 밥과 함께 먹을 김치찌개도 데워줍니다. 새벽시장이 파할 때쯤 해가 뜨고 손님도 한적해지면 주전자에 물을 받아 화로에 올려놓습니다. 주전자는 말 그대로 숯검댕입니다. 언제부터 얼마 동안 숯불에 데였는지 알 수 없을 정도로 새까맣습니다. 손잡이도 열에 녹았는지 철사로 만들어져 있고요. 김치찌개로 간단한 아침식사를 마칠 때쯤 숯검댕 주전자 물이 끓습니다. 상인들은 이 물로 탄 인스턴트 커피 한 잔씩을 나눠 마시며 오늘 하루 장사를 끝냅니다. 이때쯤 화롯불도 하루 일과를 끝낸 듯 사그라져가고 있습니다.





◆중림시장=서울 중구 중림동 약현성당 입구 앞부터 서울역 반대 방향 인도에 100여m 길이로 들어서 있는 시장. 오전 3~7시 사이에만 잠깐 열리며 주로 수산물을 판매한다.
공유하기
광고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