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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진행 4기암에 대한 오해와 진실

중앙일보 2012.12.01 00:33 종합 37면 지면보기
최원철
단국대 부총장
우리나라에서 암이 사망원인 부동의 1위 자리를 차지한 지 오래다. 선진국인 미국이나 일본도 별반 다르지 않은 형편이다. 21세기엔 수십억 명이 암으로 사망한다는 경고도 꼬리를 문다. 오래지 않아 2명 중 1명은 암으로 사망하는 시대에 접어들지 않나 싶다.



 얼마 전 미국 유명 암 전문병원의 세계적 석학인 K교수를 두 번 만났다. 그는 솔직하게 현실을 털어놓았다. K교수는 “진행하는 4기암은 치료가 되지 않으니 조기진단에 집중해 만성병처럼 관리해야 한다”며 “개개인마다 치료법에 대한 반응이 다르기 때문에 암을 완치하는 치료법은 현재로선 없다”고 말했다.



 사실 미국 정부기관인 NCI(국립암연구소)도 진행하는 4기암 치료는 안 된다고 결론을 내린 바 있다. 국내 암환자 단체들도 2012년 3월부터 ‘타 장기 전이가 확진된 4기 암에 대한 재현성 치료 찾기’ 캠페인을 벌인 바 있다. 물론 예상했던 일이지만 결과는 충격적이다. 국가지정 암센터에서는 단 1건의 재현성 있는 성공이 없었다는 발표다. 암 전문가라면 그리 놀랄 일도 아니지만 비전문가나 국민은 큰 충격을 받았을 것이다. 암 사망자 유가족은 “그래도 치료받고 사는 사람이 꽤 있다고 믿었는데 황당하다. 임상실습용으로 이용된 것 아니냐”는 반응이다.



 반면에 환자를 실질적으로 돌보는 암 전문 의사들은 “인류 사상 한 번도 성공한 적이 없는 이 말기 암 같은 4기암을 어쩌란 얘기냐? 모르핀으로 통증이나 줄여주고 응급관리를 해주는 것도 벅차다”고 하소연한다. 사실 진행되는 4기암의 경우 1기암보다 수백만 배, 많게는 수십억 배 이상 위력을 지닌 암이라는 데는 이견이 없다. 그러면 세계적 석학들은 과연 재현치료법이 없는 4기암에 대해 어떤 도전을 하고 있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1963년 간 이식을 최초 시도했다가 실패한 스타즐 박사 덕분에 수년 후 콜로라도대에서 간암 환자에게 간 이식을 해 13개월 생존을 연장시켰다는 보도가 있었다. 이후에도 지난 10년간 미국에선 4건 정도의 세계적 발표가 있었다. 미국 국립 암 연구소의 로젠버그 박사가 선두 주자 격이다. 4기 암환자들에게 유전자요법을 시행해 16개월간 생존에 성공한 환자 두 명의 사례가 CNN에 크게 보도된 적도 있다. 물론 완치는 단 1명도 없었다.



 다른 소식은 98년 5월 뉴욕타임스 1면에 보도된 하버드대 의대 주다 포크먼 교수의 신생혈관 억제제다. 역시 완치는 보고되지 않았다. 최근 뉴스로는 크리조티닙이라는 약이다. 4기 폐암환자가 15개월 정도 생존에 성공했다는 내용이 세계적 저널인 뉴잉글랜드 저널 오브 메디신(NEJM)에 2010년 10월 12일 발표된 것이다. 다른 하나는 석학 K교수도 칭찬한 글리벡이다. 완치는 없지만 백혈병의 급성화를 적어도 1년 이상 억제하는 효과를 가진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결국 아직은 4기암을 재현성 있게 완치한 치료는 없었다는 이야기다. “누구는 말기암이었는데 뭘 먹고 나았다”는 무협지 같은 얘기나 “말기암도 저절로 낫는 경우가 있다”는 비양심적 의료인의 주장은 이제 막을 내려야 한다. 거짓 희망은 암에 대한 효과적인 대책 수립을 가로 막고 수많은 피해자를 양산한다.



 왜 이런 피해가 계속되는 것일까. 그 이유는 산업 중심의 의료가 만든 병폐라는 쪽으로 의견이 모아지고 있다. 이제 국가와 국민 모두의 인식 전환이 필요하다. 67년 버나드 박사가 심장 이식 수술 1건을 성공한 이후 지금은 심장 이식이 보편화돼 있다. 마찬가지로 4기암에도 최소 재현성에 성공한 치료법을 찾는 조사가 절실한 실정이다. 더 이상 환자들에게만 맡길 일이 아니다.



 4기 암 환자들은 평생 번 돈을 치료비로 내고 목숨까지 걸고 있지만 재현성 있는 완치 사례가 1건도 없는 치료를 받도록 수수방관하는 데 분노하고 있다. 결국 국가가 환자를 임상실습 대상으로 쓰라고 용인한 게 아니냐는 것이다. 늦었지만 이제라도 진실을 알리고 이미 시작된 암 대란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 올해도 예외 없이 수많은 암 환자가 무의미하게 희생되는 불편한 현실에 제동을 걸어야 한다.



최원철 단국대 부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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