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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아이] 칼날 위에 춤추는 중국, 그리고 한국

중앙일보 2012.12.01 00:29 종합 38면 지면보기
최형규
베이징 총국장
요즘 중국의 자부심을 대표하는 말이 ‘칼날 위의 춤(刀尖上舞蹈)’이다. 첫 항모인 랴오닝(遼寧)함 함재기 젠(殲)-15가 엊그제 항모 이착륙에 성공하자 중국 언론이 쏟아낸 수사(修辭)다. 칼날 위에서 춤추는 것처럼 위험하고 어려운 일을 해냈다는 것이다. 지난 6월 유인우주선 선저우(神舟) 9호가 그 어렵다는 우주정거장과 수동 도킹에 성공했을 때도 이 같은 표현이 등장하지 않았으니 시진핑(習近平)시대 자긍심은 강도가 더 세졌다.



 사실 중국이 이런 표현을 할 만도 하다. 함재기가 바다 상공에서 항모에 착륙하려면 무려 65개 과정에 한 치의 오차도 없어야 한다고 한다. 활주로 길이가 200여m로 육상의 15분의 1에 불과하니 그럴 수밖에. 그래서 초인적 정확성을 실행에 옮길 함재기 조종사 선발은 우주인보다 더 까다로웠다. 물론 미국 항모에 비하면 아직 갈 길이 멀다. 하지만 미국도 수천 명의 인명을 잃고서야 확보한 함재기 이착륙 마법이지 않은가. 이런 첨단 기술이 중국 손에 들어갔으니 중국의 항모전단이 세계 바다를 누빌 날은 시간문제다.



 그럼 요즘 한국은 어떤가. 나로호 발사 성공에 위안을 좀 받으려 했더니 무기 연기돼 그마저 기약하기 힘들게 됐다. 대신 사회 전체가 칼날 위에서 막춤을 추는 것 같다는 느낌이다. 그것도 발 밑이 예리한 칼날이라는 사실도 모른 채 말이다. 급변하는 한반도 주변 상황에 너무 무감각해진 것 같아 하는 말이다. 시진핑의 중국은 중화부흥을 외치며 군사력 증강에 올인하고, 일본도 이에 맞서 우경화 망령을 되살리는 형국이다. 그뿐인가. 혈기방장한 북한의 김정은은 군을 숙청하고 미사일 부대를 휘젓고 다닌다.



 그런데도 우리 사회의 어느 지도층도 한반도 주변을 보라고 얘기하지 않는다. 정치인들에 대한 기대는 아예 접는 게 낫겠다. 지난 10월 주중 대사관 국감 때 베이징(北京)에 온 의원님들의 질문이다. “중국에서 강남스타일이 인기가 있나요.” “요즘 대사관 당직영사 전화는 몇 대인가요.” 중국의 부상이 우리 운명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단 한 번의 고민이라도 해봤다면 이런 유치원생 같은 질문 안 했을 거다.



 과연 나라를 이끌겠다는 대선 주자들은 어떤가. 선거가 코앞인데도 한반도 주변 상황을 유권자에게 알리고 국가안보에 대한 전략과 의지를 밝히는 후보자는 눈에 띄지 않는다. 여기에다 현직 대통령의 한심한 사저 스캔들과 검찰의 상하 박치기 싸움에 이르면 맥이 빠진다. 한국 특파원을 지낸 중국 기자 한 명이 『중국 기자가 본 한국』이라는 책에서 한 말이다. “한국의 민주화, 열정, 신바람 모두 부럽다. 그런데 가끔 한국은 주변을 안 보고 냅다 질주하는 이상한 문화가 있다.” 그의 말인 즉 칼날 위의 막춤은 언젠가 발바닥을 베이게 돼 있다는 거다. 그러나 베이는 것으로만 끝난다면 얼마나 좋겠는가. 베이징에서 바라보는 한국 대선이 너무 조마조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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