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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지식] 미국에 재즈 문화를 뿌리 내린 주역은 갱스터

중앙일보 2012.12.01 00:05 종합 31면 지면보기
불한당들의 미국사

새디어스 러셀 지음

이정진 옮김, 까치

488쪽, 2만5000원




극단적인 반주류 역사다. 흑인 노예·동성애자·매춘부·술꾼 등을 주역으로 내세웠으니 말이다. 쇼핑·댄스홀·로큰롤·성혁명 등 하위문화를 조명했다는 점에서도 그렇다. ‘아름다운 나라’의 이면을 파헤친, 확 ‘깨는’ 역사라는 점에선 하워드 진의 『미국민중사』와 비슷하다. 이른바 ‘비도덕적 세력’에 초점을 맞추고 개인의 자유가 확대돼온 과정을 논했다는 점이 차이라면 차이다.



 19세기 미국 매춘부들은 “당시 여성에게는 허용되지 않았으나 현재는 당연한 것으로 간주되는 거의 모든 자유를 누렸다”고 한다. 여성이 대부분 직종에서 거부되고 아내는 재산을 소유할 법적 권리가 없던 때 서부의 마담(포주)들은 넓은 땅을 보유했고, 매춘부들은 압도적으로 높은 임금을 받았단다. 건강보험이 등장하기 전 마담들은 자신이 고용한 여성들에게 무상의료를 제공했고, 전직 경찰을 고용하기도 했다.



 저자는 미국 옥시덴탈대 미국사 교수. 20세기 페미니스트들이 여성들을 가부장제의 속박에서 해방시키려 하기 훨씬 전에 매춘부들은 나이가 제법 들어 결혼을 했고, 여러 번 이혼을 했으며 피임을 했다고 말한다. 자주 혼자 여행을 하는, 말 그대로 ‘공적 여성’이었다고 주장한다.



 재즈나 브로드웨이, 혹은 할리우드가 없는 미국, 음주가 불법인 미국, 게이와 레즈비언들이 커밍아웃하지 않은 미국. 지금 같아선 상상하기 어렵다. 그런데 이런 문화가 정착하는 데는 19세기 미국 암흑가를 주름잡았던 갱스터들의 공이 컸다. 예컨대 알 카포네가 운영한 시카고의 재즈클럽은 주류 관객들에게 최초로 재즈를 소개했고, 뉴욕 마피아의 대부 비토 제노비스는 1930년 초 뉴욕 최초의 게이 바를 소유했다고 한다.



 심지어 해방노예들이 다시 노예시절로 돌아갔으면 좋겠다는 말을 했다고 한다. 지은이에 따르면 1840년대 초반 노예 한 사람이 일년간 채찍질을 당한 횟수는 0.7~1.03회. 당시 일반 어린이들보다 덜 맞은 수치다. 노예들은 물론 요즘 같은 휴가를 누릴 수 없었지만 태업·잠적 등으로 휴가를 제도화하는 데 선도적 역할을 했다는 것이다.



 이 책의 기조에 동의하지 못할 수도 있겠다. 그럼에도 남들은 주목하지 않았던 사회의 어두운 구석을 끌어냈다는 점은 부인할 수 없을 듯하다. 역사 서술도 상상력에서 출발한다고 생각한다면 말이다. 



김성희 북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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