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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협동조합 성공의 관건은 자생력이다

중앙일보 2012.12.01 00:01 종합 38면 지면보기
오늘부터 협동조합 기본법이 발효된다. 설립 규제를 대폭 완화한 게 가장 큰 특징이다. 조합원 5인 이상이면 협동조합을 만들 수 있게 됐고, 금융을 제외한 모든 분야에서 설립이 가능해졌다. 과거에 비하면 엄청난 변화다. 이전에는 설립 요건이 엄격했다. 예컨대 유기농 농산물을 공급하는 한살림 등의 생활협동조합은 최소 300명이 모여야만 조합을 설립할 수 있었다. 또 이전에는 특별법에 정해진 형태의 협동조합이 아니면 설립할 수가 없었다. 하지만 이제는 공동 육아나 노인 돌봄, 의료 등의 사회복지 서비스는 물론 대리운전, 경비, 퀵서비스 등 모든 분야에서 협동조합을 설립할 수 있게 됐다.



 협동조합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건 그래서다. 사실 아무리 작은 창업이라 해도 혼자서 하기가 쉽지 않다. 그래서 여러 명이 동업을 하고 싶어도 지금까지는 주식회사 등의 회사 형태가 아니면 어려웠다. 협동조합 설립 요건이 까다로웠던 것도 이유였다. 하지만 협동조합 설립이 자유로워지면 동업하기가 수월하다. 정부가 기본법을 만들면서 창업 활성화와 일자리 창출을 가장 큰 기대효과로 내걸었던 건 이 때문이다. 게다가 동네 상권과 지역경제 활성화 효과도 있다. 동네 빵집 5~6개 업소가 뭉치고, 과일·야채·정육 등으로 쪼개진 동네 수퍼가 협동조합으로 변신하면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어서다. 잘되면 막강한 자본력의 프랜차이즈와 대형마트에 대적할 수 있다. 사실 그동안 정치권과 정부가 주력했던 건 규제였다. 재벌 빵집을 윽박지르고, 대형마트의 휴무를 강제했다. 자영업자들 역시 자신의 경쟁력을 키우기보다 대형마트 앞에서 시위하는 게 고작이었다. 하지만 협동조합을 통해 경쟁력을 끌어올린다면 얼마든지 대기업과 경쟁할 수 있다. 이렇게 해서 영세 상인이 살아나면 동네 상권과 지역경제가 활성화되는 건 두말할 나위가 없다.



 한계 근로자계층이 당면한 복지 사각지대도 해결될 수 있다. 며칠 전 대리운전 기사들이 창립한 한국대리운전협동조합이 단적인 예다. 그동안 대리운전자들이 늘 제기해 왔던 문제가 과다한 수수료와 고용 보호의 허점이었다. 앞으로 대리운전자들이 조합원으로 참여하는 협동조합이 성공하면 이런 문제점들이 일거에 해결될 수 있다.



 이런 점에서 우리는 협동조합의 설립을 자유화한 기본법의 방향과 취지는 근본적으로 옳다고 본다. 잘만 하면 우리 시대의 과제인 양극화 완화와 사회 갈등 해소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믿는다. 이게 유엔이 올해를 세계 협동조합의 해로 지정했던 이유다. 하지만 이런 모든 것도 협동조합이 성공할 경우다. 아무리 방향이 옳다고 해도 협동조합이 성공 모델로 뿌리내리지 못한다면 말짱 헛일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우선 협동조합에 대한 지나친 기대부터 경계할 필요가 있다. 사회적 기업이 단적인 예다. 정부나 일부 시민단체는 그간 사회적 기업이 일자리와 복지의 대안이라며 과도하게 기댄 측면이 있었다. 막대한 재정 지원을 한 것도 어떻게든 성공시켜야 한다는 조바심 때문이었다. 하지만 결과는 그리 좋지 않은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 일부 성공 모델도 있지만 상당수는 정부 지원이 끊어지면 곧바로 무너질 수밖에 없는 ‘좀비형 사회적 기업’으로 전락했다는 평가다.



 협동조합이 이런 전철을 밟아선 안 된다. 당연히 정부부터 협동조합을 성공시켜야 한다는 강박관념에서 벗어나야 한다. 협동조합의 원칙은 자립과 자조, 자치다. 이 원칙에 위배되는 육성·지원은 협동조합을 망치는 길이다. 굳이 지원한다면 인적 교육이나 설립 및 애로 상담 등의 인프라 구축에 그쳐야 한다. 협동조합의 조합원들도 과도한 정부 지원을 기대해선 안 된다. 좀비형 협동조합으로 전락하지 않아야 ‘따뜻한 시장경제’의 모델이 될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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