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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 여는 기업들, 온기 퍼지는 세상

중앙일보 2012.11.28 03:10 부동산 및 광고특집 1면 지면보기
미국에서는 카네기·록펠러 이래로 국가 차원의 사회보장제도보다 개인이나 지역사회·자선사업가들의 활동을 강조한다. 대표적인 것이 빌 게이츠가 세운 총 자산 335억 달러(약 37조원)의 ‘빌&멀린다 게이츠재단’이다. 이 재단의 최대 기부자는 ‘오마하의 현인’이라고 불리는 워런 버핏이다. 그는 2006년 게이츠재단에 총 310억 달러(약 34조원) 기부를 약속한 것을 비롯해 500억 달러를 넘는 전 재산을 사회에 환원하겠다고 선언했다. 부자들이 시장경제 체제에서 더 많은 혜택과 과다한 몫을 받았기 때문에 사회로 되돌려줘야 한다는 것이 그의 신념이다.



워런 버핏 버크셔해서웨이 회장(뒤 오른쪽)과 빌 게이츠 전 마이크로소프트(MS) 회장이 올 5월 미국 네브래스카주 오마하에서 한 팀을 이뤄 탁구를 치고 있다. 버핏 회장은 미국 최대의 자선재단인 게이츠재단에 300억 달러 이상을 기부할 예정이다. 미국은 이렇게 사회 안전망을 개인의 기부에 의존하는 반면 유럽은 국가가 책임지는 복지국가 형태다. 중간 단계인 한국은 상대적으로 기업들의 사회공헌(CSR)이 큰 역할을 한다. 한국 기업의 매출액 대비 사회공헌 비용의 비중은 미국이나 일본의 두 배를 넘는다. [오마하 AP=연합뉴스]


미국과 달리 유럽에서는 국가의 역할을 중시한다. 독일의 재상이던 오토 폰 비스마르크는 1880년대 공적연금과 건강보험제도를 차례로 도입하며 사회보장제도를 확립했다. 영국이 2차대전 직후 ‘요람에서 무덤까지’라는 구호를 들고 나온 뒤 독일과 북유럽을 중심으로 많은 세금을 부담하는 대신 주거비·교육비·의료비·실업수당 등을 대부분 정부에서 부담하는 복지국가 모델을 완성했다.



한국의 복지는 어떨까. 미국과 유럽의 중간 정도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둘 모두와 다르다. 기업의 역할이 크다. 연세대 사회복지대학원 강철희 교수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개인기부금 비중은 0.54%로 미국(1.67%)의 3분의 1에 불과하 다. 반면 기부의 90% 이상이 개인인 미국과 달리 우리나라에서는 40%가 기업 몫이다.



우리나라에서 기업들의 역할은 기부금을 내는 것뿐만이 아니다. 기업의 사회공헌활동(CSR)은 자선활동과 자원봉사처럼 지역사회에 기여하는 전통적인 의미에 더해 사회·환경 문제에 대한 해법을 제시하는 미래 지향적인 개념까지 포괄하는 경영의 핵심 분야 중 하나로 떠오르고 있다. 기업들은 특히 사회와의 공생발전을 이루기 위해 나눔이 필수라는 판단 아래 이를 주요 경영전략의 하나로 삼고 힘을 보태는 추세다. 전국경제인연합회에 따르면 매출 500대 기업이 CSR 활동으로 직접 부담하는 금액은 2010년 기준으로 2조8700억원에 달해 5년 만에 두 배로 늘었다. 이는 매출액 대비 0.24%로 미국(0.11%)이나 일본(0.09%)보다 높다.



기부나 비용부담 등은 가장 기본적인 사회공헌활동일 뿐이다. 직원들이 참여하는 사회공헌활동 또한 다양하다. 삼성그룹의 재능기부 캠페인인 ‘직업 멘토링’은 취업난을 겪고 있는 대학생의 취업을 도와 청년실업 문제를 완화하자는 취지에서 지난해 시작됐다. 28개 계열사, 13개 업종, 6개 직군의 임직원들이 자기 분야의 노하우와 경험을 대학생과 공유한다. 삼성에버랜드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활용한 참여와 소통형 사회공헌활동을 펼치고 있다. 이 회사는 다음달 2일까지 페이스북에서 ‘좋아요’를 누르거나 트위터 친구를 맺으면 그만큼의 연탄을 적립해 불우이웃에게 전달하는 이벤트를 하고 있다. 이틀 만에 2만5000장을 적립했으며 총 10만 장을 모으는 것이 목표다.



SK그룹은 몸으로 부딪치는 자원봉사를 강조한다. 최태원 회장이 2010년 버려진 자전거를 수리하며 “자원봉사를 통해 행복을 나누는 일에 적극 동참해 달라”고 당부한 뒤 계열사 최고경영자(CEO)를 비롯한 임직원들이 김장 담그기 등의 봉사활동을 벌이고 있다. 최 회장은 올해 5월에도 SK 하이닉스 공장이 있는 경기도 이천에서 직접 떡을 만들어 돌리기도 했다. SK그룹은 또 취약 계층에 일자리를 제공하는 ‘사회적 기업’ 만들기에 힘을 쏟고 있다.



한화그룹은 추위와 경기침체로 힘든 겨울을 맞은 소외된 이웃 1만 명에게 온기를 전하는 ‘한화가 만드는 따뜻한 겨울’ 캠페인을 진행한다. 외투·이불·내의·목도리·장갑·연탄·쌀 등을 마련해 이달 말까지 계열사 임직원들이 각 지역별로 결연을 맺은 복지시설이나 독거노인, 다문화가정 아동 등을 방문해 전달할 예정이다.



대기업뿐 아니라 중견·벤처기업도 사회공헌에 활발히 동참하고 있다. 벤처기업협회는 이달 21일 초록우산 어린이재단과 나눔 문화 확산을 위한 업무협약을 맺었다. 벤처기업인들이 참여할 수 있는 봉사활동 등을 안내하고 불우이웃들과의 결연도 지원한다는 것이다. 박창교 벤처기업협회 부회장은 “이번 협약체결은 마음은 있으나 방법을 몰라 선뜻 나눔을 실천하지 못했던 2만7000여 벤처인들이 지속적인 사회공헌을 실천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우리나라 복지에서 기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미국·유럽보다 크다. 다른 한편에서 기업들이 일자리를 늘리는 것 자체를 최고의 사회기여 중 하나로 인정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박금렬 보건복지부 나눔정책추진단장은 “일본 전자업체 샤프의 몰락으로 공장이 있던 가메야마시의 세수가 줄어들고 각종 복지정책이 중단되는 것을 볼 때 별도의 사회공헌활동을 감안하지 않더라도 일자리를 통한 기업의 사회안전망 역할 자체가 얼마나 중요한지 알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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