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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서] 이긴 최민호 떨어지고, 진 조준호는 합격하고 … 원칙도 기준도 없는 유도회

중앙일보 2012.05.1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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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주영
문화스포츠부문 기자
최민호(32)와 조준호(24·이상 한국마사회)는 절친한 사이다. 용인대 선후배이면서 마사회에서 한솥밥을 먹고 있다. 한국 유도 66㎏급 최고를 다투는 라이벌이기도 하다. 최민호는 “우리는 라이벌이지만 기술도 공유하고 마음에 들지 않는 사람에 대해서는 뒷담화도 한다”고 했다.

 14일 창원 문성대학에서 열린 2012 런던 올림픽 유도 대표선수 최종 선발전. 두 선수는 대회장 2층 구석에 함께 짐을 풀었다. 손을 뻗으면 닿을 정도의 거리에 있었지만 두 남자는 경기 전까지 침묵했다.

 최민호는 이날 최종 결승까지 조준호를 두 번이나 꺾었다. 최민호는 런던행 티켓이 자신의 몫이라고 생각했던 것 같다. 조준호도 마음을 비운 듯 선배의 승리를 축하했다. 2008년 베이징 올림픽 60㎏급 금메달리스트 최민호는 비장하게 “런던에서 역사를 써보고 싶다”고 했다.

최민호
 그런데 ‘최민호의 역사’는 씌어질 수 없게 됐다. 15일 대한유도회가 강화위원회를 열고 대표팀 명단을 발표했다. 최민호 대신 조준호가 뽑혔다. 유도회는 “세계랭킹이 높은 조준호(8위·최민호는 28위)가 좋은 시드를 받아 메달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라고 결정 배경을 설명했다. 일리가 있는 이야기다.

 결정 내용은 수긍이 간다. 그러나 결정 과정은 이해하기 힘들다. 자신들이 정해놓은 규칙을 제대로 지키지도 않았고, 선발 과정에 대한 명쾌한 설명도 없기 때문이다. 유도회 정관에 따르면 대표 선발을 위해 강화위원회는 선수에게 점수를 4단계(10·8·6·4점)로 주게 돼 있다. 유도회는 조준호와 최민호에게 몇 점을 줬는지 밝히지 않았다.

 유도회는 대표 선발을 무기로 선수를 소모품처럼 마음대로 휘두를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건 아닌가. 유도회는 애초부터 최민호의 역전이 힘들다는 점을 알고 있었다. 세계랭킹과 국제대회 포인트에서 크게 뒤졌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최민호의 대표 선발이 가능하다”는 모호한 입장을 반복해 왔다. 강동영 유도회 사무국장은 나중에 “두 선수의 경쟁을 통해 기량을 끌어올리기 위한 조치였다”고 했다.

 유도회의 오만한 행정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한국 대표선수로 활동하다 일본으로 귀화한 뒤 종합격투기로 전향한 추성훈은 “유도회 차원에서 나를 왕따 했고 파벌이 존재했다”고 말하기도 했다. 체중 감량에 큰 부담을 느낀 최민호가 베이징 올림픽 이후 66㎏으로 올리려 했지만 유도회는 “66㎏에는 김주진이 있으니 안 된다”며 주저앉히기도 했다.

 1984년 LA 올림픽 하형주의 금메달을 시작으로 유도는 역대 올림픽에서 한 번도 거르지 않고 금메달을 따냈다. 유도는 대한민국 국민이 가장 사랑하고 기대하는 종목이 됐다. 하지만 유도회는 한 선수의 가치와 존엄성을 인정하지 않는 행태를 보여 왔다.

 대한유도회는 인간존중의 무도정신을 되찾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