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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즐 맞춰지는 도보다리 그 USB···文 "발전소"는 北원전계획?

중앙일보 2021.01.29 1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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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4월 27일 44분간 ‘묵음 처리’돼 진행된 남북 정상의 ‘도보다리 회담’에서 유일하게 확인된 육성은 “발전소 문제…”라는 문재인 대통령의 발언이었다. 〈중앙일보 2018년 4월 30일자 5면〉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2018년 4월 27일 공동 식수를 마친 후 군사분계선 표식물이 있는 ‘도보다리’를 걸으며 담소를 나누고 있다. 당시 문 대통령은 '발전소' 내용이 담긴 USB를 김 위원장에게 건넸다. 뉴스1

청와대는 당시 이를 사실상 사실로 확인했다. 당시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발전소 발언’을 단독 보도한 본지 보도에 대한 문 대통령의 육성을 전했다. 대변인을 통해 전달된 문 대통령의 설명은 이렇다.
 

“내가 구두로 그것(발전소 문제)을 논의한 적은 없는 것 같다. 그러나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게 자료를 하나 넘겼는데 거기엔 (발전소 관련 사안이) 담겨있다. 신경제구상, 신경제구상을 책자와 PT 영상으로 만들어서 직접 김정은에게 건네줬다. 그리고 그 영상 속에, PT 영상 속에 발전소와 관련된 내용이 있다.”

 
문 대통령은 그해 4월 30일 남북 정상회담 이후 처음 열린 청와대 수석ㆍ보좌관 회의에서도 관련 언급을 했다. 그는 “후속조처를 속도감 있게 추진해주기 바란다”며 “당장 시작할 수 있는 일이 있고, 여건이 갖춰지길 기다려야 되는 것도 있다”고 지시했다.
 

왼쪽은 조선중앙TV가 보도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함경북도 어랑천발전소 건설현장 시찰 모습. 조선중앙TV는 김정은이 공사 진행이 늦어진 점을 들어 내각 책임일꾼을 질타했다고 보도했다. 일주일 후인 24일 북한 노동신문은 김 위원장이 강원도의 122호 양묘장을 시찰하는 사진(오른쪽)을 내보며 “(김 위원장이) 기쁨을 금치 못했다”고 보도했다. [연합뉴스]

김 대변인은 수보 회의가 끝난 뒤 기자들을 만나 “10ㆍ4 정상선언 이행과 남북 경협 추진을 위한 남북공동조사연구사업이 시작될 수 있길 고대한다”는 문 대통령의 발언을 강조해 소개했다.


그는 “대통령의 발언은 (6월) 북ㆍ미 회담이 끝나길 기다려야 하는 것은 여건이 조성되길 기다려서 하는 것이고, 대북제재와 관련이 없는 것들은 빨리빨리 당장 실행해 나가자는 의미”라며 “나중에 풀릴 것에 대비해서 남북이 함께 어떤 경협을 할 수 있는지 공동 조사연구하자는 취지로, 그것을 미리 대비하고 있자는 설명”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전날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의 통화 때 남ㆍ북ㆍ러 삼각 경협도 공동 조사연구에 포함시키자고 했다”고 했다.
 
문 대통령의 발언과 청와대 대변인의 설명은 모두 본지가 보도한 ‘발전소 문제’에 대한 설명과 미래 구상에 해당한다. 이미 '나중에 국제 제재가 풀릴 것을 대비'한 경협 시나리오 마련을 지시했다는 사실도 확인된다. 청와대 관계자는 다만 당시 김정은에게 건넨 USB 내용과 관련해선 “기존에 발표한 수준을 넘어서 조금 더 업데이트한 내용으로 안다”면서도 발전소의 구체적 방향과 방식에 대해선 “그까진 모른다”고 했다.
 
청와대가 “모른다”고 했던 발전소 문제가 바로 이것이었을까. 산업통상자원부 공무원들이 감사원 감사를 앞두고 삭제한 530개의 파일 목록에서 북한 원전 관련 문건이 다수 포함됐다. 2018년 4ㆍ27 남북 정상회담 직후인 그해 5월 2일에 작성된 ‘에너지 분야 남북경협 전문가_원자력.hwp’ 파일과 같은 달 14일과 15일자 ‘북한지역 원전건설 추진방안.hwp’ 등이다.
 

산업통상자원부 공무원들이 2019년 12월 감사원 감사 직전 삭제한 530개 파일 목록 중 '北 원전건설추진 문건' 관련 파일. 보고서 캡쳐

 
당시 청와대 국정기획상황실장으로 남북 회담에 깊숙이 관여했던 더불어민주당 윤건영 의원은 지난해 11월 관련 의혹이 제기됐을 때 “소설같은 이야기다. 원전의 ‘원’자도 없었다”고 주장한 바 있다. 청와대도 해당 사안에 대한 별도의 공식 입장을 내지 않고 있다. 다만 정부 관계자는 29일 본지에 “당시 남북관계가 복원되고 북ㆍ미 정상회담까지 계획돼 있던 상황임을 감안할 필요가 있다”며 “부처 차원에서는 향후 벌어질 일에 대한 다양한 시나리오를 구상할 수 있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그러나 산자부 공무원들이 감사를 앞두고 해당 자료를 삭제한 배경에 대해서는 추가 언급을 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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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태화 기자 thkang@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