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본문

[노트북을 열며] 원격의료 더 이상 미룰 수 없다

중앙일보 2020.05.06 00:32
SNS로 공유하기
페이스북
트위터

장정훈 산업2팀장

“코로나19 사태로 언택트(비대면) 시대가 되면서 원격의료는 더는 미뤄둘 수 없는 과제가 됐다.” 윤성로 4차산업혁명위원장이 지난달 본지 인터뷰에서 정부 관계자 중 처음으로 원격의료 카드를 꺼내 들었다. 코로나19로 우리 사회의 분야별 4차산업혁명의 경쟁력이 민낯을 드러냈고, 미래로만 생각했던 디지털 혁신을 훨씬 빨리 체험하게 된 만큼, 원격의료처럼 미뤄뒀던 4차산업혁명 과제를 서둘러 논의하자며 총대를 멘 것이다.
 
윤 위원장이 원격의료 논의를 제안하고 나선 건 코로나19 사태 당시 원격의료의 진가를 확인했기 때문이다. 보건복지부는 2월 하순 코로나19가 강력한 감염세를 보이자 환자와 의사 간 비대면 진료를 한시적으로 허용했다. 이 사이 고려대병원이 경기 안산 생활치료센터의 코로나 경증·무증상 환자 96명을 원격의료로 진료하고, 그중 23명을 완치시키는 성과를 냈다.
 

노트북을 열며 5/6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코로나19 환자 치료가 아니라도 2월 하순부터 50일 동안 원격의료에는 전국 3072개 의료기관이 참여했다고 한다. 그 기간 원격의료에 의한 10만4000여건의 처방전이 발행됐고, 그만큼의 환자가 병원에 직접 가지 않고 진료와 처방을 받는 편의를 누렸다. 원격의료는 고령화시대에도 꼭 필요한 의료 서비스로 꼽힌다. 우리는 2025년이면 65세 인구가 전체 인구의 20%가 넘는 초고령화 사회에 돌입한다. 원격의료로 고령자를 돌볼 수 있다면 건강보험료 같은 사회적 비용을 크게 줄일 수 있다.
 
또 원격의료는 4차산업혁명시대에 ICT(정보기술)와 BT(바이오), 의료를 접목한 신성장동력으로도 주목받고 있다. 특히 우리는 화상통화나 영상정보를 지연 없이 주고받을 수 있는 5G(세대) 통신망이 깔려있어 실시간 진료 인프라가 구축돼 있다. 이미 올해 43조원으로 추정되는 세계 원격의료 시장에서는 미국, 중국, 일본 등의 주도권 다툼이 치열하다. ‘타다’처럼 원격의료를 기존의 규제에 가둬 버린다면 우리만 새로운 변화의 물결에서 낙오하게 될 것이다.


사실 원격의료는 2000년 김대중 정부에서 의약분업과 함께 논의되기 시작했다. 하지만 대한의사협회가 1·2·3차 의료분업체계가 붕괴할 것이라며 반발했다. 또 시민단체와 민주노총은 의료 민영화 우려를 제기하며 반대했다. 어느덧 논의가 멈춰선 지 20년이 흘렸다. 정부는 더 이상 반대 의견에만 갇혀 있지 말고 의료계는 물론 시민단체, IT업계 등과 협의체를 구성해 시대에 맞는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 의료계 역시 그 누구보다 원격의료 논의에 활발히 참여해야 한다. 폭발적 집단 감염이 발생한 대구로 뛰어들었던 그 용기와 도전 정신을 다시 보여줘야 할 때다.
 
장정훈 산업2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