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수소설, 타인 마음 읽는 힘 키워

입력 2013-10-04 오전 3:00:00
얼굴 표정, 몸짓 등은 ‘제2의 마음’으로 불린다. 이를 유심히 살피면 사람의 심리·감정상태를 짐작할 수 있다. 복잡한 현대사회를 살아가는 데 꼭 필요한 능력이다. 어떻게 하면 이런 능력을 키울 수 있을까. 의외로 순수소설을 읽는 게 가장 효과적이란 연구결과가 나왔다.

 미국 뉴스쿨대학 심리학과 에마뉘엘 카스타노 교수팀은 사람들에게 다양한 글을 보여준 뒤 타인의 마음을 읽는 능력을 측정했다. 그 결과 유독 순수소설을 읽은 참가자만 빼어난 능력을 보였다고 3일 과학저널 ‘사이언스’ 온라인판을 통해 밝혔다.

 연구진은 먼저 대표적인 순수·대중소설, 논픽션 글을 골랐다. 미국 문학상 최종후보에 올랐던 테이아 오브레트의 『호랑이의 아내』, 근대 단편소설의 대가 안톤 체호프의 『카멜레온』(이상 순수소설), 인터넷 서점 아마존 베스트셀러에 오른 대니얼 스틸의 『엄마의 죄』, 폴 영의 『교차로』 (이상 대중소설) 등이다. 논픽션 글로는 스미스소니언박물관 잡지 기사를 선택했다.

 실험 참가자(총 5개 실험별로 각 100명 내외)들에게 이런 책에서 발췌한 글을 읽도록 한 뒤, 다양한 심리 테스트를 했다. 타인의 행동·몸짓 등을 보고 그 사람의 감정·의도 등을 알아내는 ‘마음이론(Theory of Mind)’에 기초를 둔 실험이었다.

 예를 들어 A가 파란색 상자에 바이올린을 넣고 방 밖으로 나간 뒤, B가 들어와 바이올린을 빨간 상자로 옮기는 장면을 보여줬다. 이어 ‘A가 다시 방에 들어오면 어떤 상자 속을 볼까’라고 물었다. A는 바이올린이 옮겨진 사실을 모르니 파란 상자를 찾아보는 게 정답이다. 하지만 A가 바이올린을 찾길 원하는 사람은 무의식 중에 실제 바이올린이 들어 있는 빨간 상자를 선택했다. 현실과 자신의 바람을 혼동하는 사람을 가려내는 ‘거짓 믿음(False-belief)’ 과제였다. 또 사람의 눈을 찍은 흑백사진 여러 장을 보여주고 눈 주인의 감정을 추측하게 하는 실험도 했다.

 그 결과 순수소설을 읽은 사람만 인지·정서 능력이 두드러지게 높게 나왔다. 대중소설·논픽션을 읽은 사람 간에는 차이가 없었다. 연구진은 “대중소설의 인물은 캐릭터가 평면적이고 행동이 예측가능한 데 반해, 순수소설에는 현실처럼 속내를 알기 힘든 복잡한 인물이 등장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순수소설을 읽다 보면 지적 자극을 받게 되고 창의적인 생각을 하게 돼 인지·정서 능력이 올라간다는 것이다. ‘사이언스’는 이 연구가 “순수소설의 사회적 가치를 증명했다”고 평했다.

김한별 기자

페이스북 트위터 카카오톡 메일보내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