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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혐의 인정했다고? 경찰 조서 쓸 때 주의할 점

중앙일보 2018.07.14 11:00
[더,오래] 정세형의 무전무죄(無錢無罪)(5) 
어떤 사람이 경찰 조사를 받게 됐다. 그 사람은 아무런 잘못도 저지르지 않았기에 별다른 걱정 없이 조사에 임했다. 수사관에게 있는 그대로 말했고, 나름대로 진술을 잘 했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경찰에서는 그 사람에게 범죄 혐의가 인정된다는 의견으로 검찰에 사건을 송치했다. 깜짝 놀란 그 사람은 변호사를 찾았고, 변호사가 피의자신문조서를 확인해 보니 그 사람의 설명과 달리 자신의 혐의를 인정한다는 취지의 진술이 들어 있었다.
 
위 사례에서 보듯이 수사기관에서 내가 하는 말이 의도대로 전달되지 않는다면 예상치 못한 결과를 맞이하게 된다. 이번 글에서는 경찰 조사를 받을 때 알아 두면 도움이 될 만한 조언을 하려고 한다.
 
진술은 일관성이 있어야 
요즘에는 CCTV나 차량 블랙박스와 같이 현장 상황을 알 수 있는 객관적인 증거가 많지만, 당시 상황을 보다 정확하게 재구성하기 위해서는 사건 당사자나 목격자의 진술이 중요하게 작용한다. [사진 pakutaso]

요즘에는 CCTV나 차량 블랙박스와 같이 현장 상황을 알 수 있는 객관적인 증거가 많지만, 당시 상황을 보다 정확하게 재구성하기 위해서는 사건 당사자나 목격자의 진술이 중요하게 작용한다. [사진 pakutaso]

 
수사라는 것은 결국 과거에 있었던 일을 되짚어 보는 과정이다. 요즘에는 CCTV나 차량 블랙박스와 같이 현장 상황을 알 수 있는 객관적인 증거가 많이 있다. 하지만 당시 상황을 보다 정확하게 재구성하기 위해선 사건 당사자나 목격자 등의 진술이 중요하게 작용한다. 특히 일반 서민이 많이 겪는 각종 사기 사건이나 폭행·명예훼손·모욕과 같은 사건의 경우에는 진술이 핵심적인 증거로 작용하게 된다.
 
그런데 이해관계에 따라 진술 내용 또한 정반대로 나타나는 경우가 많다. 누가 더 구체적이고 일관되게 진술하느냐에 따라 사건의 결과가 달라질 수도 있다. 그러므로 고소인이든, 피의자든 진술할 때는 매우 신중하게 해야 한다.
 
일관성 있는 진술을 하기 위해선 적어도 조사를 받기 전 당시 상황을 충분히 되새겨 보아야 한다. 수사관이 별일 아니니 잠시 와서 간단하게 몇 가지만 확인하면 된다고 해 쉽게 생각해서는 안 된다.
 
단순히 ‘사실대로 말하면 되겠지’라는 생각으로 아무런 준비 없이 조사에 임했다가는 예상치 못한 질문에 자신도 모르게 오락가락하는 답변을 하고, 이러한 것이 자꾸 반복되면 거짓말쟁이 취급을 받게 될 수도 있다.
 
수사관의 질문에 짧게 결론부터
사람들 사이에 분쟁이 일어났을 때 단순히 하나의 사실만 놓고 판단할 수 있는 경우는 거의 없다. 오히려 복잡하고 다양한 과정을 거쳐 사건이 발생하는 경우가 훨씬 많다. 그래서인지 사건의 발생 원인에 관한 설명을 장황하게 늘어놓는 당사자가 많다.
 
돈을 빌려줬는데 갚지 않아 사기로 고소를 한 사건에서 돈을 빌려줄 당시 상황을 먼저 설명하지 않고 상대방을 처음 알게 된 시점부터 돈을 빌려주기까지 있었던 일을 전부 이야기하는 식이다.
 
수사관의 질문에 맞게 짧게 답을 하고, 간단한 답변만으로는 충분한 설명이 되지 않았다고 생각된다면 수사관에게 양해를 구한 뒤 나머지를 설명하는 것이 좋다. [중앙포토]

수사관의 질문에 맞게 짧게 답을 하고, 간단한 답변만으로는 충분한 설명이 되지 않았다고 생각된다면 수사관에게 양해를 구한 뒤 나머지를 설명하는 것이 좋다. [중앙포토]

 
이렇게 되면 듣는 사람의 입장에서는 핵심 쟁점을 파악하기가 어렵다. 고소인이 상대방에게 얼마나 잘해 줬는지, 상대방이 평소 얼마나 욕을 잘 하고 다른 사람을 잘 이용하는지와 같은 내용은 사기죄 성립 여부를 따짐에 있어 핵심적인 사항이라고는 볼 수 없다. 고소인이 이러한 부분을 지나치게 길게 설명하면 듣는 입장에서는 무슨 소리를 하는지 잘 이해도 가지 않고, 이야기를 듣다가 지쳐 버리게 된다.
 
그러므로 가급적 수사관의 질문에 맞게 짧게 답을 하자. 간단한 답변만으로는 충분한 설명이 되지 않았다고 생각된다면 수사관에게 양해를 구한 뒤 나머지를 설명하는 것이 좋다. 또 경우에 따라 다를 수 있지만 복잡하고 오래된 문제일수록 과거에 일어난 일부터 설명하는 것보다는 최근에 있던 일부터 설명하는 것이 효과적일 수 있다.
 
예를 들어 “언제 돈을 빌려주었습니다. 왜 돈을 빌려주었냐 하면 그 전에 어떤 일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사실은 상대방과 저는 그 전부터 형제처럼 믿고 의지하는 사이였습니다. 처음부터 그랬던 것은 아닌데 어떤 일을 계기로 이렇게 가까워지게 되었습니다”라는 식으로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면서 그 원인을 하나씩 설명하는 것이다.
 
이처럼 시간의 역순으로 설명하는 것이 상대방이 이해하기 편한 경우도 있으므로 어떤 것이 더욱 효과적일지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
 
사실과 의견 구분해 명확히 말해야  
진술할 때 사실과 의견을 구분해 말하지 않는 경우가 종종 있다. 또 자신이 직접 경험한 것인지, 아니면 다른 사람에게 들은 것인지 구분하지 않고 말하는 경우도 있다.
 
예를 들어 어제 김치를 먹은 사람이 “어제 먹은 그 김치가 맵다는 것은 명백한 사실입니다. 제가 직접 김치를 먹어 봤다는데 다른 증거가 무슨 필요가 있겠어요”라고 하거나, 다른 사람으로부터 들었을 뿐 직접 먹어보지는 못했으면서도 “그 김치는 너무 맵습니다”라고 마치 직접 경험한 것처럼 말하는 식이다.
 
이렇게 어떤 정보를 알게 된 근거에 대해 헷갈리게 진술한다면 제3자의 입장에서는 구체적인 사실관계를 파악하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심한 경우엔 진술하는 사람에 대한 신뢰도가 떨어질 수도 있다.
 
그러므로 자신이 진술하는 내용이 자신이 직접 경험한 사실인지, 의견인지, 또는 다른 사람으로부터 들어서 아는 것인지 구분해 명확하게 진술하는 것이 좋다.
 
가령 “어제 점심 먹으러 식당에 갔는데 배추김치가 반찬으로 나왔고, 파김치는 없었습니다. 어제 나왔던 배추김치는 저한테는 너무 매웠습니다. 또 파김치를 먹어보지는 못했는데 먹어 본 사람에게서 들으니 파김치도 배추김치만큼이나 맵다고 합니다”라는 식으로 말이다.
 
모르는 것을 아는 척 하면 안 돼
조사를 받을 때 아는 것은 사실대로 말하고, 모르는 것에 대해서는 잘 모르겠다고 솔직히 이야기하는 것이 좋다. [사진 JTBC 캡처]

조사를 받을 때 아는 것은 사실대로 말하고, 모르는 것에 대해서는 잘 모르겠다고 솔직히 이야기하는 것이 좋다. [사진 JTBC 캡처]

 
조사를 받다 보면 정확하게 기억이 나지 않는데 지금 대답을 하지 못하면 자신 또는 지인에게 불리하게 작용할 것 같은 느낌을 받을 때가 있다. 이럴 때 자신도 모르게 잘 알지 못하는 것을 마치 잘 아는 것처럼 진술하는 경우가 있다. 하지만 다음에 다른 증거에 의해 사실이 아님이 밝혀지거나 진술한 사람이 그 내용을 잘 알지 못한다는 점이 드러나게 되면 진술 전체의 신빙성이 의심받을 수 있다.
 
그러므로 아는 것은 사실대로 말하고, 모르는 것에 대해서는 잘 모르겠다고 솔직히 얘기하는 것이 좋다. 또 필요하다면 지금은 잘 기억이 나지 않지만 정확하게 확인해 다음에 다시 연락하겠다거나 관련 자료를 제출하겠다고 하는 편이 낫다.
 
‘조서를 꾸민다’는 말이 있다. 대체로 부정적인 의미로 사용되지만 한편으로는 수사의 특성을 잘 나타내는 말이라고 생각한다. 수사관은 단순히 진술을 받아 적기만 하는 사람이 아니다. 때로는 진술인이 한 말을 짧게 요약하기도 하고, 반대로 진술인의 진짜 의중을 파악해 확인한 뒤 구체적으로 기재하기도 한다.
 
이처럼 수사도 결국 사람과 사람의 커뮤니케이션이다. 사건 내용을 가장 잘 아는 것은 조사를 받는 사람이다. 조사를 받는 사람이 수사관을 이해시키고 설득한다는 마음으로 조사에 임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수사관은 인사이동으로 바뀔 수도 있고, 관할청이 바뀔 수도 있다. 또 재판까지 간다면 법원에서는 수사기록을 통해 사건을 파악하게 된다. 이처럼 최종적으로 남는 것은 결국 피의자신문조서 등과 같은 서류이다.
 
자신이 아무리 설명을 잘 했다 하더라도 조서에 기재되어 있지 않다면 소용이 없다. 자신이 한 진술이 조서에 제대로 반영되기 위해서는 수사관이 조서에 남기기 편하게 진술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마지막으로 조사가 끝나면 수사관이 조서에 기재된 내용에 이상이 없는지 확인해 보라고 한다. 조사에 지친 나머지 이를 제대로 확인하지 않고 그냥 서명 날인하는 경우가 있는데, 반드시 꼼꼼하게 확인해야 한다.
 
큐렉스 법률사무소 정세형 변호사 jungsehyung@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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