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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가 있는 아침] 파손주의

중앙일보 2018.07.13 01:28 종합 28면 지면보기
파손주의             
-채재순(1963~ ) 
 
시아침 7/13

시아침 7/13

저기 깨지기 쉬운 사람이 간다  
 
명예가 무너진
재산이 파손되고
건강이 부서진,  
 
'파손주의'라고 써진 등짝을 보라  
 
잔소리에 깨지고
뼈있는 말에 파손되고
속임 말에 넘어간,  
 
가슴에 '취급주의'가 새겨진
사람을 보라  
 
슬픔에 갇힌,
질그릇 하나가 간다  
 
 
어느 때 사람은 유리 같다. 창졸간에 명예와 재산과 건강을 잃기도 하고, 무정한 말들에 찔리고 부서지기도 한다. 그는 걸음마다 피를 흘리는 것 같다. 어떻게 취급할까, 이 슬픈 질그릇을. 이 연약한 폭발물을. 우선, 모두가 생각보다 쉽게 파손되지는 않는다고 말해야겠다. 서로 어지간히는 '주의'하므로. 깨졌다고 그냥 주저앉으려 하는 사람도 많지 않다. 인간은 어떻게든 자기를 고치고 붙여서, 다시 걸으려 하니까. 
 
<이영광·시인·고려대 문예창작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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