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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학원이사장 살해한 장남…학교 판 돈 76억 받았다

중앙일보 2018.07.12 01:00 종합 10면 지면보기
1995년 'D고 이사장 피살 사건' 당시 현장검증 모습. [중앙포토]

1995년 'D고 이사장 피살 사건' 당시 현장검증 모습. [중앙포토]

23년 전 아버지(D고교 이사장)를 살해한 장남이 학교를 팔아 생긴 76억여원을 물려받았다. 형제들은  “패륜아가 아버지의 유산을 받을 자격이 되느냐”며 반발해 검찰과 국세청에 장남을 탈세 등의 혐의로 고소·고발했다.
 
이 장남은 1995년 벌어졌던 이른바 ‘D고교 이사장 피살 사건’ 당사자다. 그 해 3월 14일 D고 이사장 K씨는 자택 안방에서 괴한의 습격을 받아 숨졌다. 부인은 거실에서 TV를 보던 중 신음 소리를 듣고 안방에 들어갔다가 목에 피를 흘리는 남편을 발견했다고 한다.
 
경찰 조사 결과 범인은 장남 A씨(65)였다. 서울의 한 대학 경제학과 교수였던 그는 경찰 조사에서 “재산을 빨리 상속받아 사업 빚을 청산하기 위해 범행을 저질렀다”고 진술했다. 하지만 재판 과정에서 A씨 어머니가 “권위적 남편이 가족에게 고통을 안겼다”는 증언을 하는 등 A씨를 옹호하면서 법원은 사형 대신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그가 갇혀 있던 20여년 동안 D고를 비롯한 재단 산하 학교들은 어머니가 운영했다.
 
 
수감 중이던 A씨는 지난 2016년 2월 감형돼 출소했다. 그해 6월 A씨의 어머니는 D고와 D중ㆍ여고를 운영했던 학교법인의 운영권을 130억원에 대기업 회장 일가에 팔았다. 학교법인 매각 5개월 뒤인 11월 A씨의 어머니는 호텔 사우나에서 심장마비로 생을 마감했다.  
 
 
형제들의 갈등은 이후 불거졌다. 동생 B씨(54)는 지난해 10월 A씨 등을 조세포탈ㆍ횡령 등의 혐의로 검찰과 서울지방국세청에 고소ㆍ고발했다. A씨가 거액을 상속ㆍ증여받고도 세금을 내지 않았다는 게 이유다. B씨는 “생전에 어머니가 130억원을 A씨 등에게 맡겼는데 내게는 그런 사실을 모른다는 식으로 말했다. 당연히 이들은 그 액수에 따르는 증여ㆍ상속세도 내지 않았다”고 말했다.  
 
실제 국세청 세무 조사 결과 130억원이 A씨를 포함해 5남매 중 일부 형제와 어머니의 이복 자매 등에게 증여된 사실이 드러났다. A씨에게 직접 증여된 돈은 76억5000만원이었다.    
 
B씨는 “아버지를 살해한 패륜아다. 숨진 부친이 운영했던 학교를 판 돈을 받아 챙기는 게 말이 되냐”고 주장했다. 그는 “출소 직후 A씨와 만났을 때 ‘우리 같은 집안은 학교 운영을 할 자격이 없다. 학교 팔아서 장학재단 만들어 돈 없는 애들 음악강사료로 지원하라’고 했다”고 주장했다.  
 
A씨는 “학교 운영할 자격 없다는 얘기는 맞다. 그래서 어머니가 파신거다. 나도 동생들한테 마음의 빚이 있고,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다”고 말했다. 그는 “어머니가 순수한 마음에서 가족ㆍ동생들과 잘 살라고 돈 일부를 주셨다. 내가 집안을 풍비박산 냈으니 다시 세워야 한다는 의무감도 있다”고 덧붙였다. 
 
김관기 변호사는 “어머니의 증여 의사가 확실했다면 증여 과정에 대한 법적 논란은 없어 보인다”며 “형제끼리 해결해야 할 도덕적 문제”라고 말했다.  
 
조한대 기자 cho.handa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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