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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계 “국민연금 간섭 강화하면 기업 자율성 크게 훼손될 것”

중앙일보 2018.07.12 00:38 종합 8면 지면보기
국민연금이 시행할 스튜어드십 코드의 윤곽이 드러나면서 재계와 자산운용업계 등에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특히 재계는 반발 일색이다. 국내 주요 기업 지분을 5~10%가량 보유한 국민연금이 연금 운용 위탁 계약을 맺고 있는 기관투자가들과 합세해 의결권을 행사하게 되면 사실상 연금이 기업의 중요한 의사결정을 좌지우지하게 된다는 것이다. ‘연금 사회주의론’이 나오는 배경이다.
 
친기업 의결권 자문기관 설립을 추진했던 최준선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최순실 국정 농단 사태와 관련해) 지난 정부가 국민연금에 영향력을 행사하려 했던 일 때문에 관련자들이 구속되기도 했지만 이후 연금 운용 독립성 보장을 위한 제도 개선은 이뤄지지 않았다”며 “국민연금이 감독자 위치에서 사사건건 간섭을 강화하면 기업의 자율성이 크게 훼손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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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연금의 기업 배당 요구 강화 방안이 국부 유출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됐다. 삼성·현대차·LG·SK 등 국내 주요 대기업은 외국인 지분율이 50% 이상이라 국민연금에 대한 배당 확대는 외국인에 대한 배당도 늘리게 되는 결과로 이어지게 된다는 것이다.  
 
유정주 한국경제연구원 기업제도팀장은 “사내 자금은 한정돼 있는데 국민연금의 요구로 배당을 대대적으로 늘리면 협력사 대금, 노동자 임금, 설비와 연구개발 투자 등에 써야 할 돈이 줄어들거나 노동자 및 협력사를 더욱 쥐어짜게 되는 결과로 이어진다”며 “한국 경제의 미래 성장성이나 분배 구조 개선에 결코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자산운용업계도 환영 일색은 아니었다. 어찌 보면 자산운용업계는 스튜어드십 코드 시행의 수혜자일 수 있다. 국민연금 자산(기업 주식)을 위탁받은 운용사가 직접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는 길이 열려서다. 자산운용사 입장에선 이전보다 큰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게 된 셈이다.
 
하지만 반응은 ‘기대 반, 우려 반’이다. 강방천 에셋플러스자산운용 회장은 “기본적으로 소액주주든, 대주주든 보유 주식 비율만큼의 동일한 권리를 행사해야 하는데 소수 지분을 가진 최대주주가 기업 경영에 있어 전횡하는 문제가 많았다”며 “지배주주로 인해 소외됐던 일반 주주의 권리를 되찾는다는 시각에선 국민연금의 스튜어드십 코드 시행이 맞는 방향”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주주가 배당 등으로 돌려받을 수 있는 이익은 기업이 생산·투자, 임금 지급, 세금 납부 등을 하고 남은 돈이라는 점을 잊어선 안 된다”며 “국민연금이 주주로서 이익을 돌려받는 것도 중요하지만 기업의 투자나 경영 활동을 저해할 정도의 배당 요구나 경영 간섭 등을 하지 않도록 균형점을 찾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재계뿐 아니라 자산운용업계에서도 스튜어드십 코드 시행 과정에서의 국민연금 독립성 침해 우려가 제기됐다. 원종준 라임자산운용 대표는 “국민연금 자체가 완전히 독립된 기관이라면 스튜어드십 코드를 도입하는 것이 맞다. 하지만 곽태선 전 베어링자산운용 대표의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장(CIO) 선임 논란에서 알 수 있듯 국민연금의 독립적 운용에 대한 의구심이 있는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이어 “국민연금이 정치적 입김에서 완전히 독립된다는 보장이 없다면 스튜어드십 코드가 제대로 작동할 수 있을지에 대한 우려가 지속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조현숙·김도년 기자 newea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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