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본문

[인사이트] 영화 보는 중국인 연 14억 명 … 중국 영웅이 마블 히어로 제쳤다

중앙일보 2018.07.12 00:24 종합 20면 지면보기
중국 남부 광시(廣西)좡족(壯族)자치구 류저우(柳州)시에 있는 한 극장에서 학생들이 3차원(3D) 영화를 관람하고 있다. 류저우 같은 소도시에도 속속 멀티플렉스 영화관이 들어서고 있다. [류저우 신화=연합뉴스]

중국 남부 광시(廣西)좡족(壯族)자치구 류저우(柳州)시에 있는 한 극장에서 학생들이 3차원(3D) 영화를 관람하고 있다. 류저우 같은 소도시에도 속속 멀티플렉스 영화관이 들어서고 있다. [류저우 신화=연합뉴스]

#1. 지난주 한국·미국 등 주요 국가에서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영화 ‘앤트맨과 와스프’가 개봉했다. ‘스파이더맨’ ‘어벤저스’처럼 수퍼 히어로가 등장하는 영화를 제작해 온 마블이 내놓은 올여름 기대작이다. 예상대로 첫 주말(6~8일) 미국 박스오피스 1위에 올랐다. 티켓 판매액은 7600만 달러(약 848억원). 2015년 개봉한 ‘앤트맨’의 개봉 첫 주말 흥행수입 5700만 달러(약 636억원)를 가뿐히 뛰어넘었다.
 
#2. 지난주 중국에서는 중국 영화 ‘다잉 투 서바이브(我不是藥神)’가 개봉했다. 인도에서 값싼 복제약을 밀수해 백혈병 환자들을 살리는 한 남자의 실화를 다룬 블랙 코미디다. 개봉 첫 주말 1억4600만 달러(약 1630억원)를 벌어들이며 중국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했다. 미국 1위 ‘앤트맨과 와스프’보다 흥행수입이 두 배 많았다.
 
세계 최대 영화 시장이 미국에서 중국으로 옮겨가고 있다. 최근 영화업계에 따르면 올해 1분기(1~3월) 박스오피스 집계에서 중국이 미국을 누르고 처음으로 세계 1위에 올랐다. 이 기간 중국 영화 시장 규모는 202억 위안(약 3조4000억원)으로 집계돼 28억9000만 달러(약 3조2000억원)의 수입을 올린 북미 영화 시장을 눌렀다. 중국은 전년 동기보다 흥행수입이 39% 늘었으나, 북미 시장은 3.7% 감소한 데 따른 것이다.
 
관련기사
 
중국 정부는 올해 중국 영화 시장이 15~20%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 때문에 전망치를 웃도는 1분기 성장률이 예외적 상황이라는 시각도 있다.
 
미국 매체 버라이어티는 “중국 영화 시장이 올해 말 기준으로도 세계 1위를 지킬 수 있을지 불확실하지만, 중국의 영향력이 할리우드에서 점점 강해지는 추세는 분명하다”고 전했다.
 
중국 영화 시장 규모

중국 영화 시장 규모

중국 영화 시장은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IHS마킷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 박스오피스 수입은 559억 위안(약 9조4000억원)으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2016년보다 22% 성장했다. 영화관을 찾은 관객은 14억5000만 명에 달했다. 다롄 완다 등 대기업이 멀티플렉스 사업에 뛰어들면서 3~4선 소도시까지 영화관이 속속 들어선 덕분이다. 중국 전역의 스크린 수는 44만4000개가 넘는다. 한 해 새로 설치되는 스크린 수는 9500개. 하루 26개꼴이다. 자레이레이 중국예술연구원 연구원은 “2003년 중국 영화 흥행수입이 10억 위안에 불과했는데 14년 만에 시장이 55배로 커졌다”며 “세계 영화 역사상 유례없는 성장 속도”라고 말했다.
 
할리우드는 오래전부터 이 ‘황금 시장’에 주목했다. 미국 영화 시장이 쪼그라들면서 중국 시장 의존도는 점점 커졌다. 2016년 개봉한 미국 판타지 영화 ‘워크래프트’는 총 흥행수입 4억3300만 달러(약 4800억원) 가운데 절반을 중국에서 거뒀다. 미국 내 수입은 10분의 1 수준인 4700만 달러(약 525억원)에 그쳤다.
 
2017년 중국 극장가 흥행 순위

2017년 중국 극장가 흥행 순위

하지만 중국 시장에서 할리우드 영화의 입지는 점점 줄고 있다. 상반기 영화 시장은 중국 영화 60%(190억 위안), 외국 영화 40%(130억 위안)로 구성됐다. 지난해 상반기 외국 영화 61%, 중국 영화 39%였던 점유율이 뒤집혔다.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는 “대규모 자본과 할리우드 기술 투입으로 중국 영화 퀄리티가 높아졌고, 애국심과 가족의 가치, 사회적 의미를 강조하는 중국식 스토리텔링에 관객이 호응하면서 중국 영화 인기가 오르고 있다”고 전했다.
 
지난해 중국 박스오피스 1위에 오른 중국 영화 ‘특수부대 전랑2’의 한 장면. 중국 영화 역사상 최고 흥행수입을 기록했다. [사진 영화 캡처]

지난해 중국 박스오피스 1위에 오른 중국 영화 ‘특수부대 전랑2’의 한 장면. 중국 영화 역사상 최고 흥행수입을 기록했다. [사진 영화 캡처]

올 상반기 중국 박스오피스 1위인 ‘오퍼레이션 레드 씨’는 예멘을 배경으로 한 전쟁 영화다. 지난해 박스오피스 1위인 ‘특수부대 전랑2’는 전직 특수부대원이 아프리카에서 서구 용병에 맞서 사람들을 구하는 이야기를 담았다. 총 56억8000만 위안(약 9550억원)을 벌어들이면서 중국 영화 역사상 최고 흥행수입을 기록했다. 영화 완성도는 할리우드 손을 빌렸다. 영화 ‘캡틴 아메리카’를 연출한 조와 앤서니 루소 감독이 베이징에 세운 스튜디오 소속 스턴트 팀이 컨설팅했고, 미국 작곡가와 배우가 참여했다. 중국 영화 처음으로 아카데미 시상식 ‘최고 외국어 영화상’ 후보에 올랐다. 게리 궈 HSBC첸하이증권 연구원은 “중국 영화도 이젠 할리우드 영화와 경쟁할 수 있는 수준이 됐다”고 말했다.
 
중국인의 문화 취향이 다양해지면서 영화 수입 지역도 다변화하고 있다. 베이징에 사는 직장인 케빈 주(31)는 포브스와의 인터뷰에서 “10대 시절 12번도 넘게 반복해서 볼 정도로 영화 ‘매트릭스’에 푹 빠졌지만 이젠 할리우드 영화가 너무 상업적으로 느껴진다”고 말했다. 이어 “지금은 인도나 일본 영화 중에서 대중적이지 않은 영화들을 골라 본다”고 말했다. 실제로 인도에서 만든 ‘발리우드’ 영화는 중국에서 폭발적인 반응을 얻었다. 여성 레슬링 선수 이야기를 다룬 스포츠 영화 ‘당갈’은 2017년 흥행 순위 9위에 올랐다. 지난 1월 개봉한 저예산 인도 영화 ‘시크릿 슈퍼스타’는 ‘쥬만지:새로운 세계’(17위) ‘메이즈 러너:데스 큐어’(20위) ‘스타워즈: 라스트 제다이’(22위) 등 할리우드 대작을 제치고 흥행 순위 11위에 올랐다.
 
중국 영화 시장은 외국 영화가 더욱더 진입하기 어려운 시장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베이징·상하이 등 대도시 영화 시장이 점점 포화 상태가 되면서 저개발 소도시 영화 시장 성장 잠재력이 높아지고 있다. 다만, 이 지역 주민들에게는 자국 영화가 외국 영화보다 익숙하다. 시장조사업체 엔터그룹의 리징루이 애널리스트는 "3선, 4선, 5선 도시 주민들은 대도시와 비교하면 해외 문화에 익숙하지 않기 때문에 중국 영화가 절대적 우위에 있다”고 말했다. 아직 할리우드가 건재하다는 의견도 있다. 딜로이트 차이나의 포호우 엔터테인먼트 담당은 "연구개발(R&D)에 투자하지 않고 뻔한 공식에 기대면 관객이 점점 흥미를 잃게 될 것”이라며 "콘텐트의 독창성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트럼프와 사이 나빠 … 큰비 피한 할리우드
할리우드 영화도 지난 6일 시작된 미·중 무역전쟁의 유탄을 맞았다. 무역 갈등 여파로 미·중 스크린 쿼터 협상이 잠정 중단됐기 때문이다. 협상을 통해 시장 확대를 기대했던 할리우드로선 실망이 크지만 미국 영화가 중국 정부의 보복 대상이 될 가능성이 적다는 점은 긍정적이다. 스탠리 로젠 서던캘리포니아대 교수는 “중국은 보복 효과를 높이기 위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정치적 기반이 두터운 지역에서 생산하는 품목을 관세 부과 대상으로 삼고 있는데, 할리우드에서 트럼프의 인기는 바닥”이라고 말했다. 할리우드가 트럼프와 친하지 않아 무역갈등 소용돌이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는 얘기다.
 
박현영 기자 hypark@oongang.co.kr 
기자 정보
박현영 박현영 기자

Innovation Lab

Branded Contents

트렌드뉴스

많이 본 뉴스
댓글 많은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