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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명 중 21명이 이민 혈통 … ‘프렌치 레인보우’의 힘

중앙일보 2018.07.12 00:02 경제 6면 지면보기
러시아 월드컵 준결승전 벨기에전을 앞두고 국가를 따라 부르는 프랑스 선수들. 사진 속 그리즈만·포그바·음바페·움티티(왼쪽부터) 모두 이민자 가정 출신이다. 결승에 오른 프랑스는 1998년에 이어 20년 만에 월드컵 우승을 노린다. [AP=연합뉴스]

러시아 월드컵 준결승전 벨기에전을 앞두고 국가를 따라 부르는 프랑스 선수들. 사진 속 그리즈만·포그바·음바페·움티티(왼쪽부터) 모두 이민자 가정 출신이다. 결승에 오른 프랑스는 1998년에 이어 20년 만에 월드컵 우승을 노린다. [AP=연합뉴스]

‘레 블뢰(Les Bleus)’는 프랑스 축구대표팀의 별칭이다. 푸른색 유니폼을 입고 그라운드를 누비는 선수들의 모습에서 착안한 명칭이다. 그런데 레 블뢰는 요즘 ‘레인보우 팀(rainbow team)’으로도 불린다. 다양한 인종과 출신 성분을 가진 선수들이 조화를 이뤘다는 뜻에서 이런 별명이 생겼다.
 
미국의 CNN도 지난 6일 1998년 프랑스 월드컵에서 우승했던 프랑스 축구대표팀을 소개하면서 ‘레 블뢰’ 군단을 이렇게 불렀다. CNN은 “전 세계의 다양한 배경을 가진 선수들로 구성된 프랑스 대표팀은 그때부터 ‘레인보우 팀’으로 불렸다”고 소개했다. 지네딘 지단(46), 파트리크 비에이라(42), 티에리 앙리(41) 등 여러 인종과 다양한 이민자 출신의 선수들이 모여 월드컵 우승의 영광과 함께 국민 통합에도 기여했다는 설명을 곁들였다.
 
그로부터 20년이 지난 2018년, ‘레인보우 팀’ 프랑스는 ‘뉴 레인보우 팀’으로 업그레이드됐다. 환상적인 팀플레이를 선보이면서 1998년에 이어 두 번째 월드컵 우승에 도전하게 됐다.  프랑스는 11일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 스타디움에서 열린 러시아 월드컵 준결승전에서 벨기에를 1-0으로 누르고 2006년 독일 대회 이후 12년 만에 월드컵 결승에 올랐다. 프랑스의 디디에 데샹(50) 감독은 “어리지만 강한 프랑스 선수들이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이날 프랑스 파리의 거리에는 수만 명의 축구 팬들이 모여 승리를 자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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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프랑스 대표팀은 98년 프랑스 월드컵 우승 멤버를 연상시킨다. 당시 프랑스 대표팀의 주축은 이민자들의 후손이었다. 지단은 알제리 이민 2세였고, 앙리의 아버지는 프랑스 해외령인 카리브해 연안 과달루페 출신이었다. 비에이라는 세네갈 다카에서 태어났다. 당시 22명 중 절반이 넘는 12명이 해외 출신이거나 이민자의 후손이었다.
 
‘뉴 레인보우’ 프랑스

‘뉴 레인보우’ 프랑스

2018년 프랑스 대표팀은 23명 가운데 21명이 이민자 가정 출신이다. 이 중 아프리카계만 15명이다. 공격수 킬리안 음바페(20)는 카메룬인 아버지와 알제리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났다. 폴 포그바(25)는 기니에서, 미드필더 은골로 캉테(27)는 말리에서 프랑스로 건너온 이민자의 아들이다. 수비수 사뮈엘 움티티(25)는 카메룬 수도 야운데에서 태어나 두 살 때 프랑스로 건너왔다. 그 밖에 앙투안 그리즈만(27)은 아버지가 독일계, 어머니가 포르투갈계다.  
 
그럼에도 ‘뉴 레인보우’ 프랑스는 20년 전 선배들 못지않은 탄탄한 전력을 과시하며 결승전에 올랐다. 음바페는 이번 대회 3골을 터뜨리며 팀의 주축으로 떠올랐고, 포그바와 캉테, 그리즈만은 팀의 핵심 전력으로 성장했다. 움티티는 벨기에와의 준결승전에서 후반 6분 그리즈만의 코너킥을 놓치지 않고 헤딩 결승골을 터트렸다.
 
프랑스는 자유의 나라이자 ‘톨레랑스(tolerance)’의 나라다. 톨레랑스란 나와 다른 사람의 차이를 인정하고, 그 차이에 대해 너그러운 마음을 가지는 것을 이르는 말이다. 관용과 아량, 포용력으로 다른 인종과 지역을 껴안는다. 1998년 프랑스 축구대표팀이 바로 그랬다. 톨레랑스의 힘으로 인종과 지역의 벽을 허무는 한편 월드컵 우승이란 값진 열매까지 받아들었다.
 
가나 출신인 1998년 프랑스 대표 마르셀 드사이(50)는 “모든 팬들, 모든 사람들이 하나였다. 어떤 차별도 없었다. 프랑스에 있는 모든 사람들이 행복했던 시절이었다”면서 “같은 국기를 흔들고, 프랑스어로 말하면서 기쁨을 나눴다”고 회고했다. 이후에도 프랑스 축구는 능력있는 이민자 출신 선수들을 다수 기용했다.
 
하지만 프랑스 대표팀의 톨레랑스는 무수히 많은 도전을 받았다. 프랑스의 대표적인 극우 정치가 장 마리 르펜은 “유색 인종이 주도하는 뢰 블레는 프랑스 대표팀이 아니다. 그들은 서류상으로만 프랑스 인일 뿐”이라고 비난하기도 했다. 또 일부 이민자 출신 선수들이 프랑스 국가를 부르지 못한다는 비난을 받았다. 흑인 선수들이 주축을 이루면서 ‘아프리카 팀’이라는 조롱도 받았다. 이후 반(反)이슬람, 반 이민자 정서가 확산하면서 프랑스 축구대표팀은 위기를 맞기도 했다.
 
그러나 ‘레인보우 팀’은 러시아 월드컵에서 1998년 영광의 재현을 노린다. 이들은 프랑스의 체계적인 유소년 축구 시스템을 통해 성장하면서 대표팀 주축 선수로 자리 잡았다. 준결승전에서 결승골을 넣은 움티티는 “결승골은 내가 넣었지만 동료들 모두 최선을 다해 뛰었다. 우리가 역사를 만들고 있다”고 말했다.
 
프랑스 전역도 다시 축제 분위기에 휩싸였다. 파리 곳곳에선 국가가 끊이지 않았고, 팬들은 “내 인생의 가장 아름다운 밤” “1998년의 영광을 다시 경험할 것”이라며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이날 러시아 현장에서 준결승전을 관전한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트위터에 “일요일에 봅시다”라는 메시지를 올렸다.
 
포르투갈인 아버지와 스페인 출신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98년 프랑스 대표팀 멤버 로베르 피레(45)는 “현재 프랑스 대표팀은 젊고, 강력하다. 월드컵에서 우승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라고 말했다.
 
김지한 기자 kim.jih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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