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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스타, 거기 어디?] 조개육수 부어 먹는 평양냉면, '련남면옥'

중앙일보 2018.07.12 00:00
연남동에 2017년 5월 문 연 '련남면옥'이 젊은 층 사이에서 새로운 평양냉면 맛집으로 떠오르고 있다. [사진 련남면옥]

연남동에 2017년 5월 문 연 '련남면옥'이 젊은 층 사이에서 새로운 평양냉면 맛집으로 떠오르고 있다. [사진 련남면옥]

냉면의 계절이다. 차가운 면 요리는 콩국수·소바·비빔냉면·냉파스타 등 종류가 다양하지만, ‘냉면’ 두 글자만 들었을 땐 이 음식을 떠올리는 사람이 가장 많을 것이다. 유독 매니아층이 두터우며 미식가들의 꾸준한 사랑을 받는 평양냉면이다. 슴슴한 국물 때문에 적어도 세 번은 먹어야 맛을 알게 된다는 말도 있지만, 가수 존 박이 ‘냉면성애자’를 자처하며 평양냉면 사랑을 전파한 이후 급속히 대중화해 어느새 여름과 떼놓을 수 없는 음식이 됐다.
 
각자의 지식과 경험으로 무장한 매니아가 많은 음식일수록 새로운 식당이 인정받기는 어렵다. 호기심에 한번 가볼 수는 있어도 맛이 없으면 곧바로 발길을 끊는다. 우래옥·평양면옥·필동면옥 등 수십년 전통을 가진 노포가 강세를 지속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토록 까다로운 평양냉면의 세계에서, 독창적인 시도로 젊은 ‘평냉족’들을 끌어당기는 집이 있다. 오픈 1년이 지났지만 입소문을 타고 화제성은 더 커지고 있다. 인스타그램(이하 인스타) 해시태그 1600개를 돌파한 평양냉면 신흥강자, 연남동 ‘련남면옥’이다.
 
'련남면옥'의 모던한 외관. 기와집 등 전통적인 건물이나 이름이 큼지막하게 쓰인 간판을 상상했다면 모르고 지나칠 수도 있다.

'련남면옥'의 모던한 외관. 기와집 등 전통적인 건물이나 이름이 큼지막하게 쓰인 간판을 상상했다면 모르고 지나칠 수도 있다.

젊은 입맛을 사로잡은 평양냉면을 만나기 위해 10일 연남동을 찾았다. 홍대입구역 3번 출구로 나와 동진시장 쪽으로 걷다가 수협은행 골목으로 들어와 왼쪽으로 한번만 꺾으면 된다. ‘연트럴파크’를 지나 기사식당 골목을 통해서 오는 방법도 있다. 지하철역에서 도보로 10분 정도 걸린다.

 
테이블은 총 8개다. 만석으로 채우면 손님을 18명 정도 받을 수 있다. 2층짜리 건물을 통째로 쓰거나 점포를 확장해 수십 개의 테이블을 보유한 노포들과 규모 차이가 크다. 두음법칙을 무시한 표기에서 물씬 느껴지는 북한의 이미지를 가게 안에서는 거의 찾아보기 어렵다. 어둑한 조명, 나무 테이블과 의자, 전면 창에 길게 드리운 커튼, 동양적인 분위기를 내는 격자무늬 나무 장식 등이 한식집보다는 모던한 스시야를 연상시킨다.
 
작지만 깔끔한 인테리어의 '련남면옥' 내부. [사진 련남면옥]

작지만 깔끔한 인테리어의 '련남면옥' 내부. [사진 련남면옥]

 련남면옥의 김준완(35) 대표는 “일본풍은 전혀 의도하지 않았다”며 “SNS 세대인 젊은 층을 겨냥해 최대한 세련된 느낌의 한식집을 만들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요식업 경력 8년차인 김 대표는 다양한 한식 메뉴를 경험했지만 냉면집 개업은 이번이 처음이다. 매니아들 사이에서 ‘정통이다’ ‘아니다’ 의견이 분분한 메뉴인 평양냉면, 부담되지 않았을까. 그는 “부담이 없었다고 하면 거짓말이지만 기존의 노포들과 차별화를 하면 승산이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련남면옥'의 평양냉면. 냉면 그릇 좌측에 조개육수 주전자가 보인다.

'련남면옥'의 평양냉면. 냉면 그릇 좌측에 조개육수 주전자가 보인다.

4가지 육수를 섞어 깊은 맛을 자랑하는 '련남면옥'의 업진곰면.

4가지 육수를 섞어 깊은 맛을 자랑하는 '련남면옥'의 업진곰면.

자리에 앉아 메뉴판 제일 위에 있는 업진곰면과 평양냉면을 하나씩 시켰다. 무절임·계란지단·소고기와 바삭한 연근칩 등이 올라간 냉면이 나왔다. 냉면과 함께 작은 도기 주전자를 함께 주기에 식초냐고 물었더니 ‘조개육수’라고 했다. 종업원은 “국물에 조금씩 넣어 드세요”라고 설명했다.

 
'련남면옥' 벽면에 쓰인 안내문. 조개육수는 '련남면옥'이 다른 평양냉면 집과 차별화하는 가장 중요한 포인트다.

'련남면옥' 벽면에 쓰인 안내문. 조개육수는 '련남면옥'이 다른 평양냉면 집과 차별화하는 가장 중요한 포인트다.

련남면옥의 가장 큰 차별화 전략이 바로 이 조개육수다. 냉면에 식초·겨자 대신 조개육수를 조금씩 부어서 간을 맞춰 먹는 방식이다. 업진곰면은 육수 자체에 조개육수가 들어가 있다. 수육과 물만두도 바지락젓에 찍어먹도록 한다. 김 대표는 “최고의 조미료는 천연 조미료”라며 “바지락·모시조개·동죽조개 등을 우려낸 해산물 육수의 자연스러운 짭쪼롬함이 슴슴한 음식에 더해지면 오묘한 맛이 난다”고 설명했다. “처음부터 조개육수를 섞기 보다는 냉면 육수 그대로의 맛을 즐기다가 후반에 넣어야 보다 다양하게 즐길 수 있다”고 덧붙였다. 앞 접시에 덜어 먹으며 조금씩 기호에 맞는 조개육수 양을 확인하는 것도 방법이다.
 
업진곰면은 평양냉면과 함께 련남면옥의 대표 메뉴다. 간판이나 메뉴판에서는 평양냉면보다 먼저 써있기도 하다. 내장을 뺀 소고기, 돼지고기, 닭고기 등 고기 육수와 조개육수까지 4종류의 육수를 섞어 깊은 맛이 있다. 소고기·돼지고기·닭고기·계란지단·얼가리배추·당근 등 고명도 푸짐하게 올라간다. 김 대표는 “평양냉면은 여전히 진입장벽이 있는 음식으로 여겨지지만 온면은 오히려 계절을 타지 않는 대중적인 메뉴”라며 “평양냉면만 부각시키기보다는 4계절 메뉴가 골고루 있는 전천후 한식집으로 기억되고 싶다”고 말했다.
 
업진곰면과 닭삼합. 늦은 저녁 시간에는 술과 함께 닭삼합을 찾는 손님이 많다.

업진곰면과 닭삼합. 늦은 저녁 시간에는 술과 함께 닭삼합을 찾는 손님이 많다.

그런 바람을 담아 만든 메뉴가 ‘닭삼합’이다. 닭 튀김과 무절임, 갓김치를 함께 먹는 술 안주용 메뉴다. 고깃집에서 고기를 쌈무나 김치에 싸먹는 것을 닭 버전으로 바꿨다. 김 대표는 “막걸리에도 탄산이 있기 때문에 ‘치맥’처럼 닭튀김과 잘 어울린다”며 “전통주와 어울리는 한식 버전의 치킨 안주”라고 설명했다. 가격은 1만 3000원이다.
 
련남면옥의 평양냉면은 한 그릇에 9000원. 서울 시내에서 1만원 아래의 평양냉면을 찾아보기 어려운 점을 감안하면 착한 가격이다. 봉피양 방이동 본점에서만 판매하는 메밀순면 평양냉면은 한 그릇에 1만 7000원이고, 미쉐린 가이드에 이름을 올린 우래옥과 필동면옥은 각각 1만 3000원, 1만 1000원이다. 온면인 업진곰면도 9000원으로 동일하다. 단, 면을 메밀 100% 순면으로 바꾸면 4000원이 추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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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사진=백수진 기자 peck.soo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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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수진 백수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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