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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또 분양' 대신 억대 보유세 면제…48억짜리 임대아파트 탄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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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장원 중앙일보 부동산팀장 ahnjw@joongang.co.kr

'로또 분양' 대신 억대 보유세 면제…48억짜리 임대아파트 탄생

중앙일보 2018.06.28 00:10
[안장원의 부동산 노트]
임대보증금이 최고 48억원에 달하는 용산 나이원 한남. 분양가 규제를 피하기 위해 분양주택에서 임대주택으로 사업방식이 변경됐다.

임대보증금이 최고 48억원에 달하는 용산 나이원 한남. 분양가 규제를 피하기 위해 분양주택에서 임대주택으로 사업방식이 변경됐다.

152평(506㎡, 실제 사용면적), 7.3m(거실 천장 높이). 4.67대(가구당 주차대수), 7.0 규모(원전 수준 내진), 48억원(임대보증금).
 
국내 최고급 아파트가 본격적인 분양에 들어가며 모습을 드러냈다. 서울 용산구 한남동 옛 외인주택 부지에 들어서는 ‘나인원 한남’이다. 사업방식 변경으로 분양주택에서 임대주택으로 바뀌면서 ‘로또 분양’은 물거품이 됐지만 대신 다른 ‘대박’이 숨어있다. 
 
앞으로 상당히 늘어날 것으로 예상하는 보유세 걱정을 덜 수 있어서다. 이 단지가 분양주택으로 분양됐으면 보유세가 억대로 예상된다.
 
나인원 한남은 전용 206~273㎡, 지상 5∼9층 341가구다. 디에스한남이 시행하고 롯데건설이 시공한다. 시행사는 당초 3.3㎡당 평균 6360만원에 분양하려다 주택도시보증공사의 분양가 제동에 걸렸다. 주택도시보증공사가 허용한 한도는 3.3㎡당 4700만 원대였다.  
 
임대보증금 3.3㎡당 4500만원
 
시행사는 분양가 제한이 없는 임대주택으로 사업방식을 바꿨다. 4700만 원대로는 계획한 고급 주택을 짓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보증금 3.3㎡당 평균 4500만원으로 주택도시보증공사에서 분양보증을 받았다.  
 
임대료가 주택도시보증공사가 제시한 분양가와 별 차이 없어 시행사나 주택도시보증공사 모두 ‘꼼수’ 분양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시행사는 사업방식 변경으로 분양가 규제를 피한 대신 임대기간 종료 후 가격 제한 없이 분양할 수 있어 ‘실익’을 챙긴 셈이다. 주택도시보증공사는 가격 숫자를 4700만원 아래로 낮춰 ‘명분’을 살렸다.
 
임대료

임대료

이 아파트 임대보증금은 3.3㎡ 기준으로 서울 아파트 평균(1750만)의 세 배에 가깝고 가장 비싼 강남권의 두 배 수준이다(강남구 2700만원). 가구당 33억2000만~48억원이다. 
 
현재 국내 최고가 아파트로 자리 잡은 인근 한남더힐이 2009년 임대주택으로 분양할 때 책정한 임대보증금이 3.3㎡당 2400만원 정도인 14억~25억원이었다. 9년 새 나인원 임대료가 두 배로 뛰었다. 이 사이 서울 아파트 전셋값은 14% 상승했다.
 
층별로 엘리베이터 따로 운행 
 
비싼 만큼 주택 품질은 역대 최고급이다. 보안에 신경을 써 해외 고급 주택에서 볼 수 있는 외부인 출입제한 시스템 '게이티드 커뮤니티'(Gated Community)를 도입하고 4단계 보안체계와 원패스 출입통제 시스템을 적용한다. 층별로 단독 엘리베이터를 배치한다. 프라이빗 파티룸, 와인 창고 등 부대시설을 들인다.
 
내부 마감재로 오스트리아·핀란드·이탈리아 등에서 수입한 최고급 원목마루를 사용하고, 독일·이탈리아 등의 수입가전과 주방가구, 수전 등을 설치한다. 기본으로 설치된 삼성과 독일 밀레 가전제품(대형냉장냉동고·오븐 등)을 미국 다코(Dacor)와 독일 가게나우(Gaggenau)의 제품으로 바꿀 수 있다. 비용은 1800만~2200만원이다.  
 
공간이 넓다. 천정 높이가 법적 기준은 2.3m인데 이보다 높은 2.45~2.6m다. 복층형 거실은 최고 7.3m에 달한다. 가구당 4대가 넘는 차를 주차할 수 있다. ‘1인 1차’ 세대가 충분히 살 수 있다.  
 
전용창고 등을 줘 실제 사용면적이 전용면적보다 훨씬 넓다. 복층형 전용 273㎡의 경우 발코니 46㎡, 마당 86㎡, 테라스 28㎡, 전용창고 52㎡ 등 전용면적의 절반이 넘는 210여㎡를 더 쓴다. 실제 사용면적이 487㎡(147평)에 달한다.
평면도

평면도

거실

거실

 
임대주택으로 바뀌는 바람에 수요자 입장에서 보면 문턱이 낮아진 셈이다. 분양주택으로 주택도시보증공사가 묶은 분양가대로 분양됐다면 3.3㎡당 평균 1000만원가량의 차익을 기대할 수 있었다. 비교 대상인 한남더힐의 올해 실제 거래가격이 3.3㎡당 5800만원이다. 주택형에 따라 분양가가 시세보다 최고 10억원 이상 저렴한 셈이다.  
 
이런 시세차익을 놓치게 됐지만 임대주택은 억대의 보유세 부담을 덜어준다. 정부가 고가 분양 주택에 대한 감시를 강화하고 종부세 등 보유세 인상을 추진하는 상황에서 오히려 임대주택이 분양받기에 낫다.
 
이 아파트는 입주 후 4년 뒤 소유권을 이전(분양전환)해 일반주택으로 돌아간다. 한남더힐 공시가격을 기준으로 추정한 결과 종부세 등 한해 보유세가 가구당 2000만~5000만원으로 추산된다. 4년간 8000만~2억원이다. 
 
여기다 분양가와 임대보증금 차액에 해당하는 금융이익이 있다. 분양받을 경우 차액만큼 대출받는다고 고려하면 연간 이자가 가구당 3000만~1억원은 된다.  
 
보유세와 대출 이자를 합치면 분양받을 때와 비교해 연간 5000만~1억5000만원을 절감하게 된다. 임대 기간 4년 동안 2억~6억원이다.
 
임대로 살아본 뒤 분양전환 여부를 결정하면 되기 때문에 수요자는 분양주택보다 선택 부담이 가볍다.   
 
올해 보증금 30억원 이상 거래 15건 
 
그렇지만 보증금만 보더라도 워낙 고가여서 자산가가 얼마나 몰릴지 관건이다. 최근 1년간 서울에서 보증금 30억원 이상 전세 계약이 20건에 못 미친다. 강남구 7건, 서초구 2건, 성동구 2건, 용산구 4건 등이다. 강남구 삼성동 상지리츠빌카일룸 전용 237㎡와 강남구 청담동 마크힐스이스트윙 전용 192㎡ 모두 40억원으로 최고가를 기록했다.
 
나인원 한남과 입지여건과 주택 규모 등이 비슷한 한남더힐. 한남더힐에 미분양이 아직 상당히 남아 있다.

나인원 한남과 입지여건과 주택 규모 등이 비슷한 한남더힐. 한남더힐에 미분양이 아직 상당히 남아 있다.

올해 들어 서울에서 아파트 가격 30억원 이상 거래는 117건이다. 한남더힐 전용 244㎡가 가장 비싼 74억원에 거래됐다.  
 
한남더힐보다 임대보증금이 훨씬 비싸다. 올해 한남더힐 전용 208㎡이 보증금 27억원에 거래됐다. 집 크기가 비슷한 나이원 한남 전용 206㎡의 보증금이 33억~37억원이다. 한남더힐 전용 235㎡의 보증금 거래금액이 32억~33억원이다. 
 
한남더힐에 아직 미분양이 많아 고가 수요가 분산될 수 있다. 전용 240㎡ 이상이 들어 있는 12개 동 96가구를 조사한 결과 절반에 가까운 46가구가 아직 소유권 이전이 되지 않았다. 
 
한남더힐은 소형인 전용 59㎡를 제외하고 2014년부터 지금까지 281건이 거래됐다. 분양전환이나 분양전환 후 개인 간 매매거래다. 전용 59㎡를 제외한 한남더힐 가구 수는 467가구다.  
 
나인원한남은 다음 달 2일 홈페이지(www.nineonehannam.co.kr)에서 인터넷 청약을 받고, 5일 당첨자를 발표한다. 가구당 19세 이상 세대주 한 명만 신청할 수 있다. 거주지 청약통장 등 다른 자격 제한은 없다. 안장원 기자 ahnjw@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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