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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진·화산 빈발 '불의 고리'  …50년 주기설은 사실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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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찬수 중앙일보 환경전문기자 kang.chansu@joongang.co.kr

지진·화산 빈발 '불의 고리' …50년 주기설은 사실일까

중앙일보 2018.06.23 12:00
필리핀 동부지역에 위치한 마욘 화산이 지난 1월 분출하고 있는 모습. 이른바 '불의 고리'에 위치한 필리핀에는 23개의 활화산이 있다. [EPA=연합뉴스]

필리핀 동부지역에 위치한 마욘 화산이 지난 1월 분출하고 있는 모습. 이른바 '불의 고리'에 위치한 필리핀에는 23개의 활화산이 있다. [EPA=연합뉴스]

‘불의 고리’ 대지진 50년 주기설 사실일까
 
지난 18일 오전 7시 58분 일본 오사카(大阪)에서는 규모 6.1의 강진이 발생, 5명이 사망하는 등 적지 않은 피해가 발생했다.
오사카 지진 발생 몇 시간 뒤 태평양 건너 중앙아메리카 과테말라 남서부 도시 에스쿠인틀라 인근에서도 규모 5.6 이상의 지진이 일어났다.
에스쿠인틀라는 이달 초 푸에고(스페인어로 '불'의 의미) 화산이 폭발해 대규모 인명 피해를 낸 지역이다.
 
이처럼 멀리 떨어진 두 곳에서 발생한 화산 폭발과 지진 발생이 함께 주목을 받는 것은 두 지역 모두 ‘불의 고리(Ring of Fire)’라고 불리는 환(環)태평양 조산대에 자리 잡고 있기 때문이다.
과거부터 화산 활동과 지진이 빈발한 지역인 ‘불의 고리’가 요동치기 시작한 것은 아닐까 하는 우려가 나오는 것이다.
 
올해도 불의 고리 곳곳에서 화산 폭발
콰테말라 푸에고 화산 폭발로 피해를 입은 차량을 지난 5일 현지 주민이 둘러보고 있다. [Xinhua=연합뉴스]

콰테말라 푸에고 화산 폭발로 피해를 입은 차량을 지난 5일 현지 주민이 둘러보고 있다. [Xinhua=연합뉴스]

과테말라 화산이나 오사카 지진 모두 큰 피해를 냈다.
과테말라 수도 과테말라시티에서 남서쪽으로 44㎞ 떨어진 해발고도 3763m의 푸에고 화산은 지난 3일 정오(현지시각)에 폭발했다.
1974년 이후 40여 년 만에 가장 강력한 폭발이었다. 이로 인해 110명이 숨지고 197명이 실종됐다.
소규모 분화와 지진이 계속되면서 주민 2800여명은 여전히 집을 떠나 대피 중이다. 화산재가 널리 퍼지면서 인근 지역 주민 170만 명이 직·간접적인 영향을 받았다.
18일 오사카 현 다카쓰키시에서 발생한 지진으로 인한 도로 파손 사고를 점검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18일 오사카 현 다카쓰키시에서 발생한 지진으로 인한 도로 파손 사고를 점검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지난 18일 오전 일본 오사카(大阪)에서 규모 6.1의 강진이 발생하면서 5명이 사망한 것 외에도 370여명이 다쳤고, 파손된 건물도 470여 채에 이르는 것으로 조사됐다.

산케이신문에 따르면 SMBC닛코(日興)증권은 이번 오사카 지진으로 인해 올해 일본의 실질 국내총생산(GDP)이 1835억엔(약 1조8412억원) 줄어들 것이라는 예측을 했다.
이는 지진 발생으로 사흘 동안 오사카 전체 경제활동 중 3분의 1이 중단하고, 오사카와 교토(京都) 등 간사이(關西) 지방을 찾는 관광객들이 5~10% 줄어들 것이란 가정에 바탕을 두고 있다.
 
이 두 곳 외에도 올해 1월 캄차카 반도의 클류쳅스코 화산과 파푸아뉴기니 카도바 섬의 휴화산이 화산재를 분출했다.
필리핀 마욘 화산도 폭발했고, 일본의 군마현 모토시라네산, 미야기현 신모에다케 화산, 미야자키현 이오야마 화산이 분화했다.
 
지진의 90%는 불의 고리에서 발생
지난 1월 필리핀 마욘 화산이 화산재를 내뿜는 모습. [EPA=연합뉴스]

지난 1월 필리핀 마욘 화산이 화산재를 내뿜는 모습. [EPA=연합뉴스]

지구 전체로 볼 때 화산이나 지진 발생지점이 골고루 분포하는 것이 아니라 특정 지역에 집중되고 있다.
특히, 과테말라나 일본이 포함된 ‘불의 고리’는 태평양을 둘러싼 벨트를 이룬다. 이를 환태평양 지진대라고 한다.
뉴질랜드에서 시작해 동남아시아 국가들, 태평양의 여러 섬, 일본, 러시아 캄차카 반도, 미국 알래스카와 캘리포니아, 멕시코, 남미 해안까지 총 4만여㎞에 이르는 고리 혹은 말굽 모양의 지진·화산대가 바로 불의 고리다.
'불의 고리' 범위를 나타낸 지도.

'불의 고리' 범위를 나타낸 지도.

환태평양 지진대에는 전 세계 활화산과 휴화산의 75%(452개)가 몰려있으며, 전 세계 지진의 90% 이상이 발생하는 곳이다. 1815년 분출한 인도네시아 탐보라 화산도 해당한다.

주변 바다에는 필리핀 인근의 마리아나 해구, 알래스카의 알류샨 해구 등 수심이 깊은 해구도 나타난다.
또 쿠릴열도-캄차카 반도, 알류샨열도 등이 호(弧)를 이루고 있는 것처럼 해구 주변에는 호상(弧狀) 화산 열도(volcanic island arc)도 있다.
 
판 구조론에 따르면 지구의 지각(땅껍질)은 퍼즐 조각처럼 맨틀 위에 떠 있다. 14개의 판이 퍼즐 조각처럼 맞닿아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 불의 고리는 태평양판의 경계에 해당하는 곳이다.
태평양판이 바깥쪽 다른 판들과 접하는 곳이어서 지진·화산활동이 잦다고 지질 전문가들은 설명한다.
판 구조론으로 설명하는 주요 지각 판.

판 구조론으로 설명하는 주요 지각 판.

태평양판이 다른 판과 충돌하기도 하고, 다른 판 아래로 들어가기도 하고, 마찰을 일으키기도 하는 바람에 판 경계에서는 화산 활동과 지진이 활발하게 일어난다는 것이다.

전 세계 지진의 98%는 이 같은 판과 판 경계에서 발생하고, 2%만 판 내부에서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구 상에는 환태평양지진대 외에도 인도네시아에서 히말라야 산맥을 거쳐 지중해에 이르는 횡(橫)아시아 지진대가 있다. 대서양 중간을 지나는 중앙 대서양 산맥도 중요한 지진대다.
 
50년 주기설 과학적 근거 희박
과테말라 푸에고 화산의 분출 모습 [EPA=연합뉴스]

과테말라 푸에고 화산의 분출 모습 [EPA=연합뉴스]

‘불의 고리’에서 화산과 지진이 빈발하면서 ‘50년 대지진 주기설’도 덩달아 주목을 받고 있다.
규모 8.5가 넘는 대지진이 10년 정도 활발하게 일어났다가 이후 40년 정도 대지진이 발생하지 않는 상황이 반복된다는 것이 대지진 50년 주기설이다.
 
우선 1906년 남미 에콰도르에서는 규모 8.8의 강진이 발생했다.
 
40여 년이 지난 1952년 러시아 캄차카 반도에서 규모 9.0의 대지진이, 1960년 칠레 남부에서 규모 9.5의 대지진이, 1964년에는 미국 알래스카에서 규모 9.2의 대지진이 발생한 뒤 1960년대 중반 이후 다시 잠잠해졌다.
 
그러다 40년이 지난 2004년 12월 인도네시아 북수마트라섬 해저에서 규모 9.1의 대지진이 발생했고, 2010년 2월에는 칠레에서 규모 8.8의 대지진이, 2011년 3월에는 규모 9.0의 동일본 대지진이 발생했다.
언뜻 보기에는 이들 역대 1~7위에 들어가는 대지진이 일정 시기에 집중적으로 발생하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학자들은 다르게 말한다. 이기화 서울대 명예교수는 “현재 불의 고리에서 발생하는 화산 폭발이나 지진이 예년보다 특별히 더 활발하다고 보기는 어렵다”며 “50년 주기설은 과학적으로 증명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윤수 포항공대 특임교수도 “인류가 지진을 제대로 관찰한 것이 100년 남짓으로 길지 않기 때문에 주기를 말하기에는 짧은 시간이고, 실제 그런 주기가 있는지 알 수 없다”고 말했다.
 
만약 50년 주기가 있다고 해도 최근에는 대지진이 발생하지 않는 시기에 접어든 셈이다.
 
맨틀 열기둥이 만든 하와이 화산
미국 하와이 킬라우에아 화산에서 흘나온 용암이 흘러내리고 있다. [EPA=연합뉴스]

미국 하와이 킬라우에아 화산에서 흘나온 용암이 흘러내리고 있다. [EPA=연합뉴스]

지난달 3일(현지 시각) 미국 하와이주 하와이섬(일명 빅아일랜드)에 있는 킬라우에아 화산이 규모 5.0~6.9의 강진과 함께 용암을 분출했다.
이로 인해 가옥 557채가 완전히 파괴됐고, 주민 2000여명이 대피했다.
이후 50일간 흘러나온 용암의 양이 2억5000만㎥로 올림픽 규격 수영장 10만 개를 채우고도 남을 만한 양이다.
 
킬라우에아 화산은 방패 모양의 경사가 급하지 않은 순상화산이다.
용암의 점성이 상대적으로 낮아 넓게 퍼지고 흘러 넓은 대지를 형성한다.
 
태평양판 한가운데 있는 하와이 킬라우에아 화산은 판 경계가 아닌 판 내부에서 분출하고 있다.
바로 맨틀의 열점 위에서 발달한 화산이다.
약 8500만 년 전에 생긴 맨틀의 열점에서 계속 뜨거운 용암이 솟아난다. 뜨거운 열이 맨틀을 뚫고 지름 100~150㎞의 열기둥을 이룬 것이 바로 열점이다.
현재의 열점은 킬라우에아 화산이다.
하와이 해저산열과 엠페러 해저산열의 위치.

하와이 해저산열과 엠페러 해저산열의 위치.

그런데 열점은 같은 위치이지만, 맨틀 위의 태평양판이 계속 이동하면서 곳곳에 화산이 새로 생겨났다.

지난 8500만년 동안 태평양판이 북서쪽으로 1년에 5~10㎝씩 계속 이동함에 따라 가장 먼저 생긴 화산은 열점에서 약 6000㎞ 떨어진 곳에 있다.
 
열점에서 멀어짐에 따라 휴화산, 사화산이 되고, 냉각으로 수축해 바다 아래 해저 화산으로 남게 됐다.
이를 하와이안-엠페러 해저산열(海底山列, Hawaiian-Emperor Seamount Chain)이라고 한다.
이 해저산열은 남북 방향인 엠페러 해저산열과 북서-남동 방향인 하와이안 해저산열로 크게 구분된다.
이는 약 4600만 년 전에 태평양판과 인도양판이 충돌하는 바람에 태평양판의 이동 방향이 바뀐 탓으로 추정된다.
 
백두산은 새로운 유형의 화산
백두산 지형 [중앙포토]

백두산 지형 [중앙포토]

이윤수 교수는 “백두산 화산은 기존에 학계에서 분류하고 있는 화산의 유형에서 벗어난 제4의 유형이라고 설명한다.
 
화산의 첫 번째 유형은 일본이나 인도네시아 등 판 경계에서 나타나는 화산이다. 판이 다른 판과 충돌하고, 하나의 판이 다른 판 아래로 들어가면서 생성되는 화산이다.
 
두 번째 유형은 대서양의 아이슬란드처럼 해저나 대륙의 지각이 벌어지고 갈라지면서 나타나는 화산이다.
동아프리카 지구대(East African Rift)도 마찬가지다. 지난 수백만 년 전부터 아프리카 대륙이 둘로 나뉘기 시작했고, 곳곳에서 화산이 분출하고 있다. 그 빈틈을 홍해와 아덴만이 채웠다는 것이다.
동아프리카 지구대

동아프리카 지구대

세 번째 유형은 하와이 화산처럼 열점이 만든 화산인데, 지구 상에 100개 정도 존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판 내부에 존재하는 백두산의 경우 기존 세 가지 유형으로는 설명이 되지 않고 있다. 그래서 네 번째 유형으로 분류되고 있다.
백두산 화산 구조 [중앙포토]

백두산 화산 구조 [중앙포토]

이 교수는 “태평양판이 유라시아판 아래로 들어가면서 그 영향으로 백두산 화산이 생겼다고 볼 수 있지만, 백두산 화산 분출물과 태평양판의 화학적 성분이 달라 백두산 화산 생성 원인에 대한 추가적인 연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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