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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인택의 글로벌 줌업] 덩샤오핑·리콴유, 공통점은 국가 주도 시장경제 … 김정은, 헌법부터 바꿔 민간경제 키워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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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인택 중앙일보 국제전문기자 ciimccp@joongang.co.kr

덩샤오핑·리콴유, 공통점은 국가 주도 시장경제 … 김정은, 헌법부터 바꿔 민간경제 키워야

중앙일보 2018.06.20 00:37 종합 18면 지면보기
덩샤오핑이 주도한 중국 개혁·개방 정책의 성공을 상징하는 상하이 시의 야경. [AFP=연합뉴스]

덩샤오핑이 주도한 중국 개혁·개방 정책의 성공을 상징하는 상하이 시의 야경. [AFP=연합뉴스]

12일 북미정상회담이 열린 싱가포르는 체제유지와 경제발전을 동시에 꾀할 것으로 보이는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벤치마킹 대상으로 유력하다. 김 위원장이 북미정상회담 전날인 지난 11일 심야에 가든스바이더베이 식물원, 마리나베이샌즈 복합리조트(IR) 지붕 위의 스카이공원, 싱가포르항 등을 둘러본 것도 이와 무관치 않아 보인다. 한결같이 전 세계 관광객과 달러를 끌어모으는 관광 명소다.
 
특히 마리나베이샌즈 복합리조트는 쇼핑·음식·레저에 카지노를 더한 가족 중심의 대규모 리조트로 전시회장·회의장으로도 쓸 수 있다. 트럼프 지지자인 라스베이거스 샌즈그룹의 셸든 아델슨 회장이 총액 80억 달러를 투자했으며 한국의 쌍룡건설이 지었다. 김 위원장이 그동안 마식령 스키장이나 갈마반도 리조트 등을 건설하며 관광에 관심을 쏟아온 만큼 싱가포르에서 직접 살펴본 복합리조트를 유치해 중국의 카지노 관광객을 노릴 수도 있다.
 
북한 노동신문은 이를 12일 1면 전면에 15장의 사진과 함께 대대적으로 보도했다는 점도 의미심장하다. 노동신문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앞으로 여러 분야에서 귀국의 훌륭한 지식과 경험을 많이 배우려고 한다”라며 “오늘 참관을 통해 싱가포르의 경제적 잠재력과 발전상을 알게 되었고 귀국에 대한 훌륭한 인상을 가지게 된다”라고 말했다. 김 위원장이 싱가포르의 경제발전 모델에 관심을 두고 있다는 이야기다.
 
싱가포르는 중국과 더불어 체제유지와 경제발전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은 성공 모델이라는 점에서 김 위원장의 눈길을 끌 만하다. 싱가포르는 국부 리콴유(李光耀, 1923~2015년·사진) 초대 총리 이후 인권·복지를 앞세운 서구식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거부하고 권위주의 통치를 하면서도 경제적 번영을 이뤘다.
 
싱가포르 개발 독재와 자유 경제
리콴유

리콴유

● 대외 개방 경제 추구(자유 무역)
● 국가 주도 경제 발전
● 경제적 경쟁력 중시
● 정치적으로는 1당 우위 체제
● 사회적으로는 권위적 통치 체제
싱가포르는 정치적으로 ‘일당우위제도’를 유지한다. 유리한 선거제도를 바탕으로 집권당이 사실상 의회를 독점해왔다. 리 초대 총리가 65년 독립부터 90년까지 장기 집권했으며 2004년부터 15년째 장기 집권 중인 리셴룽(李顯龍) 총리가 그의 아들이라는 점도 예사롭지 않을 것이다. 사회적으로는 서구식 개인주의를 배격하고 국민에게 공동체에 대한 복종을 요구한다. 이를 서구에선 ‘권위주의 체제’로 보지만 싱가포르에선 ‘아시아적 가치’로 칭송한다.
 
싱가포르는 시장경제와 대외개방을 바탕으로 발전했지만, 국가가 대기업을 소유하는 독특한 시스템 때문에 ‘국가자본주의 체제’로 평가된다. 외국기업이 진출하고 투자하는 것은 자유지만 알짜 기업과 산업은 정부가 좌우한다. 지난 74년 싱가포르 정부가 100% 투자해 설립한 국영 투자회사 테마섹 홀딩스가 대부분의 대기업을 장악하고 있다. 테마섹은 이동통신업체 싱텔을 비롯해 전력·항만·지하철 등 대부분의 기간산업은 물론 싱가포르항공·래플스 호텔 등 지명도가 있는 대부분의 대기업을 소유한다. 신문·방송 등 모든 언론사도 테마섹 소유다. 그런데도 싱가포르는 개방경제 체제를 바탕으로 2018년(IMF전망치) 명목 금액 기준 세계 8위인 6만1766달러의 1인당 국내총생산(GDP)을 자랑한다.
 
북·미 정상회담을 이틀 앞둔 10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리셴룽 싱가포르 총리와 만나고 있다. [AFP=연합뉴스]

북·미 정상회담을 이틀 앞둔 10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리셴룽 싱가포르 총리와 만나고 있다. [AFP=연합뉴스]

민간경제 활성화라는 측면에선 2011년 제6차 공산당 전당대회에서 ‘경제사회개혁방안’을 의결하고 민간경제와 관광산업을 육성 중인 쿠바가 참조할만하다. 쿠바는 택시·렌터카·민박집·민영 식당·청소업·수리업·건설 노동 등 관광산업과 관련 있는 180여 분야를 우선 민간에 개방했다. 그 결과 2008년 15만 명에 불과하던 자영업자가 2015년 50만 명을 넘었다. 해외거주 쿠바인의 송금이 매년 35억 달러 이상, 관광객이 뿌리는 외화도 매년 30억 달러를 넘는다. 통일교육원의 권영경 교수는 “쿠바가 민간경제를 활성화하고 대외개방을 통해 외국인을 외화 수입원으로 적극적으로 활용한 점이 통했다”라고 평가했다.
 
북한은 6·12 북미정상회담을 통해 국제무대에 한 걸음 다가갔다. 하지만 미국과 가까이 지내면서 한국·중국·일본의 지원을 받는 것만으로는 경제 발전을 이룰 수 없다. 외부 지원과 투자를 경제발전의 동력으로 바꾸는 내부 경제 시스템 구축이 절실하다. 장마당과 사무역 등 이미 존재하는 민간경제 부문의 가치를 인정하고 활성화하는 작업도 필요하다.
 
중국식 사회주의 시장 경제
덩샤오핑

덩샤오핑

● 사유재산 인정
● 개인·민간 경제 활동 장려
● 계획 경제 대신 시장 경제
● 대외 개방 경제 추구
● 공산당 권위와 권력은 유지
하지만 현행 북한 헌법을 살펴보면 경제발전을 위한 조건과는 거리가 있어 보인다.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은 사람 중심의 세계관이며 인민 대중의 자주성을 실현하기 위한 혁명사상인 주체사상, 선군사상을 자기 활동의 지도적 지침으로 삼는다’라는 제3조부터 그렇다.
 
‘사회주의적 생산관계와 자립적 민족경제’를 언급한 제19조로 시작하는 제2장 경제 분야 조문을 보면 더욱 그렇다. ‘생산수단은 국가와 사회협동단체가 소유한다’는 제20조 규정은 한 세기 전 러시아 혁명 직후 외쳤던 구호나 진배없다. 모든 생산수단을 국유화·공유화했다가 생산성 하락으로 몰락한 과거 소련과 동유럽 공산주의 경제체제를 여전히 신봉하는 모습이다. 시장경제를 도입해 개인의 창의성과 자발성을 최대한 살리면서 경제발전을 이룬 중국과 선명한 대조를 이룬다.
 
게다가 제34조는 ‘인민 경제는 계획경제’라고 규정해 국가 경제를 중앙계획체제로 관리하도록 규정했다. 과거 공산 진영의 상징이 되다시피 했던 극심한 물자 부족 사태 끝에 실패로 판명 난 중앙경제체제를 아직도 헌법에 명문화한 나라는 북한을 비롯해 극소수에 지나지 않는다.
 
북한 경제 전문가인 고려대 남승욱 교수는 “과거 북한을 방문했을 때 사업소 지배인 대신 당 위원회가 여전히 경영을 좌우하는 모습을 목격했다”고 밝혔다. 경제에서 정치 논리를 앞세워 노동자의 자발성과 창의성을 억제하는 모습이다.  
 
인하대 법학전문대학원의 이기우 교수는 “북한은 법치국가가 아니기 때문에 현재 헌법이 얼마나 권위를 갖는지 의문”이라며 “법이 제대로 힘을 갖고 경제발전 등을 제대로 이끌 수 있도록 법치제도의 정비가 필요하다”라고 지적했다.
 
채인택 국제전문기자 ciimccp@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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