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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들리는 보수 텃밭 ‘몰표 당선’ 공식 깨졌다

중앙일보 2018.06.15 01:39 종합 20면 지면보기
이철우 경북지사 당선인이 14일 당선 후 첫 일정으로 경북 칠곡군 다부동전적기념관을 찾았다. [뉴스1]

이철우 경북지사 당선인이 14일 당선 후 첫 일정으로 경북 칠곡군 다부동전적기념관을 찾았다. [뉴스1]

TK(대구·경북)가 ‘보수 텃밭’이란 정치공식은 가까스로 지켰다. 하지만 ‘한국당 천하’ 구도는 깨졌다. 대구시장과 경북도지사 자리는 물론 대구 8개 구·군 단체장, 경북 23개 시·군 단체장, 각 광역·기초의원 모두 ‘한국당 깃발만 꽂으면 당선된다’는 말을 장담할 수 없게 됐다.
 
◆대구=언뜻 보기엔 대구에선 나쁘지 않은 성적을 거둔 모양새다. 대구 8개 구·군 중 무소속 후보가 당선된 달성군 1곳을 제외한 7곳을 지켜내서다. 하지만 2014년 6월 지방선거와 비교하면 진보 진영에게 앞마당을 모두 빼앗긴 형국이다.
 
2014년 6월 4일 치러진 지방선거에서 한국당(당시 새누리당)은 대구 8개 구·군을 싹쓸이했다. 남구와 달성군은 도전자가 없어 무투표 당선될 정도였다. 8개 지역 중 달서구 1곳을 제외한 7곳에서 당시 새정치민주연합은 후보조차 내지 못했다. 유일하게  후보를 낸 달서구에서도 완패했다.
 
이번엔 반대였다. 민주당은 달성군 1곳만 빼고 모든 지역에서 후보를 냈다. 이 후보들은 낙선했지만 최대 4.4%p 격차(동구청장)의 초접전 양상까지 보이며 한국당을 위협했다. 7개 선거구 전부 ‘몰표 현상’은 없었다.
 
직장인 김성연(58·달성군 화원읍)씨는 “투표를 하면서 이번처럼 고민을 많이 했던 적이 없다”며 “다시 한 번 한국당에 기대를 걸어볼까 하는 생각도 들었지만 한 번쯤 한국당에 따끔한 채찍을 들 필요도 있다고 생각해 민주당에 지지를 보냈다”고 말했다.
 
지방의원 선거에서도 대구에서 49명의 민주당 의원(광역 4명, 기초 45명)이 당선됐다. 2014년 지방선거 당선자 수(9명)의 5배가 넘는다. 대구에서 민주당이 지역구 광역의원에 당선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지방선거 대구·경북 기초단체장 1·2위

지방선거 대구·경북 기초단체장 1·2위

◆경북=경북의 경우 한국당 입장에선 더욱 상황이 심각하다. 심지어 박정희 전 대통령의 고향인 ‘보수의 성지’ 구미시를 민주당에 내줬다. 장세용 민주당 후보가 40.8%를 득표해 38.7%를 얻은 이양호 한국당 후보를 누르면서다. 구미는 김관용 경북도지사와 남유진 전 구미시장이 각각 3선을 하면서 한 번도 진보 진영에 자리를 빼앗긴 적이 없는 도시다.
 
경북도지사 선거 판세를 살펴봐도 한국당의 위기를 읽을 수 있다. 2014년 선거 때만 해도 김관용 새누리당 후보는 득표율 77.73%로 오중기 새정치민주연합 후보(14.93%)를 압도했다. 62.8%p, 79만7386명 차이다.
 
반면 이번 선거에서 경북도지사에 당선된 이철우 한국당 후보는 52.1%, 오중기 민주당 후보는 34.3%를 득표했다. 오 후보는 4년 전 선거에서 18만9603명에게 표를 받았지만 올해는 48만2564명의 지지를 얻었다. 그 사이에 한국당의 표는 98만6989표에서 73만2785표로 급감했다.
 
민주당은 경북도의원 지역구 선거에서도 당선인을 9명 배출했다. 지역구 7명에 비례대표 2명을 더한 숫자다. 95년 1회 지방선거에서 영양군선거구에 민주당으로 당선된 류상기 도의원 이후 23년 만이다. 2014년 지방선거에선 새누리당이 48명, 무소속이 6명의 당선인을 배출했었다.
 
채장수 경북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과거 박근혜 정부 시절 국정농단 사건을 시작으로 대구·경북 지역에서 보수에 대한, 특히 한국당에 대한 실망감이 상당했을 것”이라며 “여기에 합리주의를 표방하는 젊은층이 늘면서 무조건적인 지역주의가 사라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김윤호·김정석 기자 kim.jungse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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