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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란의 어쩌다 투자]“비트코인 몰수 판결, 정부의 비트코인 공인으로 확대해석 안 돼”

“비트코인 몰수 판결, 정부의 비트코인 공인으로 확대해석 안 돼”

중앙일보 2018.05.30 13:20
30일 오전 10시 20분경. 암호화폐 커뮤니티가 술렁였다. 투자자들은 범죄수익이 된 비트코인을 ‘몰수’할 수 있다는 대법원의 최종 판결 뉴스를 접했다. 암호화폐 가격은 일제히 우상향으로 방향을 틀었다.
 
몰수의 사전적 정의는 범죄행위와 관련된 재산을 박탈하는 형벌이다. 대법원이 몰수 판결을 내렸다는 건 비트코인의 ‘재산적 가치’를 인정했다는 의미다. 법적 지위가 없는 암호화폐에 대한 첫 번째 법의 판단이라는 해석에 투자자들은 흥분했다.  
비트코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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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심 ‘전자파일’→2심·대법원 ‘재산적 가치’
대법원의 판결을 이끌어낸 사건 자체는 간단했다. 인터넷 음란물 사이트를 개설해 운영한 업자가 지난해 4월 경찰에 적발됐다. 수사 과정에서 경찰은 회비로 받은 비트코인 약 216개를 압수했다.
 
업자에 대한 처벌은 논란의 여지가 없었다. 1심과 2심 모두 업자에 대해 징역 1년 6개월을 선고했다. 문제는 압수한 비트코인이다. 검찰은 이 비트코인이 범죄수익이라며 몰수를 구형했다.  
 
비트코인 몰수를 놓고 1심과 2심 법원의 판단이 달랐다. 1심 재판부는 “객관적 가치를 계산할 수 없고, 현금과 달리 물리적 실체가 없는 전자파일 형태인 비트코인을 몰수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판결했다.
 
형법 제48조에는 몰수의 대상이 나와 있다. ‘범죄행위에 제공하였거나 제공하려고 한 물건’이거나 ‘범죄 행위로 생겼거나 이로 인하여 취득한 물건’이다. ‘물건’의 정의에 대해서 형법에 따로 규정된 바는 없다. 이 경우 민법의 정의를 따른다. 민법 제98조에는 물건을 ‘유체물 및 전기 기타 관리할 수 있는 자연력’으로 규정하고 있다. 비트코인은 몰수 대상에 들어맞는 ‘물건’이 아니다.
<관계 기사: 돈도 아니고, 물건도 아니고… 압수한 비트코인 공매 못해 (2017년 6월 17일)>
 
그러나 2심 재판부는 “범죄수익을 이루는 ‘재산’이란 사회 통념상 경제적 가치가 인정되는 이익을 의미한다”며 “물리적 실체 없이 전자 파일 형태로 돼 있다는 사정만으로 재산적 가치가 인정되지 않는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밝혔다. 2심 재판부가 근거로 삼은 법은 ‘범죄수익은닉규제 및 처벌 등에 관한 법률’이다. 제8조에는 ‘다음 각 호의 재산은 몰수할 수 있다’라며 ‘범죄수익’이나 ‘범죄수익에서 유래한 재산’으로 몰수 대상을 정했다. ‘재산’이라는 포괄적 개념을 몰수 대상으로 삼았다. 비트코인도 ‘사회 통념상’ 재산이다.
 
이날 대법원 역시 2심 재판부의 판단에 손을 들어줬다. “재산적 가치가 인정되는 무형의 재산도 몰수할 수 있다”며 “비트코인은 재산적 가치가 있는 무형의 재산으로 특정할 수 있다”고 밝혔다.
 
“정부도 비트코인 인정” vs “정부 입장엔 변화 없다”
3권이 독립돼 있기는 하지만 법원도 국가 기관이다. 암호화폐 투자자들은 이 판결로 “정부가 암호화폐를 법적으로 인정했다”고 풀이하며 환호했다. 
 
암호화폐와 관련한 금융정책을 담당하는 금융위원회의 입장은 다르다. 대법원의 판단과 정부의 정책 방향은 별개라는 입장이다. 홍성기 금융위 가상통화대응팀장은 “대법원은 범죄수익으로 얻은 비트코인을 몰수할 수 있을지를 판결한 것일 뿐”이라며 “암호화폐 및 거래소 제도화와 관련한 정부 입장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말했다. 
 
[신규 제한 속 가상화폐 거래 실명제 신규 제한 속 가상화폐 거래 실명제   (서울=연합뉴스) 홍해인 기자 = 6일 오후 서울 중구의 한 가상화폐거래소 앞으로 우산을 쓴 시민들이 오가고 있다.   실명 확인 가상계좌를 받은 사람에게만 가상화폐(암호화폐) 거래를 허용하는 이른바 '가상화폐 거래 실명제'가 오는 9일 시행 100일을 맞는다.   빗썸과 코인원, 코빗을 제외한 거래소는 여전히 신규 가상계좌를 부여받지 못하였고 기존 가상계좌의 실명 전환율도 30%대로 지지부진한 실정이다. 2018.5.6

[신규 제한 속 가상화폐 거래 실명제 신규 제한 속 가상화폐 거래 실명제 (서울=연합뉴스) 홍해인 기자 = 6일 오후 서울 중구의 한 가상화폐거래소 앞으로 우산을 쓴 시민들이 오가고 있다. 실명 확인 가상계좌를 받은 사람에게만 가상화폐(암호화폐) 거래를 허용하는 이른바 '가상화폐 거래 실명제'가 오는 9일 시행 100일을 맞는다. 빗썸과 코인원, 코빗을 제외한 거래소는 여전히 신규 가상계좌를 부여받지 못하였고 기존 가상계좌의 실명 전환율도 30%대로 지지부진한 실정이다. 2018.5.6

 
투자자들은 그럼에도 “정부가 해당 비트코인을 시장에서 파는지 해당 지갑의 비트코인 이동 추이를 면밀히 지켜볼 것”이라고 벼르고 있다. 거래소가 불법이라고 하면서 정부가 거래소에서 비트코인을 파는 건 자가당착이라는 논리다.  
 
비트코인은 흔히 익명성이 보장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정확히 말하자면 아니다. 계좌번호에 해당하는 지갑 주소는 본인과 은행 직원뿐만 아니라 누구나 알 수 있다. 어느 지갑에서 어느 지갑으로 얼마만큼의 비트코인이 언제 움직였는지 또한 투명하게 드러난다. 다만, 그 지갑의 주인이 현실의 누구인지는 알 수 없다. 그래서 정확히는 ‘유사 익명성(pseudo-anonymity)’이 보장된다고 봐야 한다.
 
홍 팀장은 “몰수한 비트코인을 어떻게 처리할지는 금융위 업무 관할이 아니다”며 “다만 미국 연방수사국(FBI)이 압수한 비트코인을 거래소를 통해서가 아니라 공매를 통해 판 것을 고려하면 우리도 그런 방식으로 처리하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실크로드 홈페이지

실크로드 홈페이지

앞서 미국 FBI는 사상 최대 마약 거래 사이트인 실크로드를 압수수색해 확보한 비트코인을 2014년 공매를 통해 처분했다. 이메일 입찰을 받아 진행됐다. 
 
고란 기자 neor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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