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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란의 어쩌다 투자]기자도 당했다 P2P 투자…평균 직원수 3명 회사가 2조 대출, 사기·부실 조심해야

기자도 당했다 P2P 투자…평균 직원수 3명 회사가 2조 대출, 사기·부실 조심해야

중앙일보 2018.05.27 14:26
부끄러운 고백이다. 이제야 기사(라고 하기엔 경험담 및 실패담)로 쓴다. 투자 실패기를 쓰는 건 부담된다. 이해관계가 걸린 일이라서 더욱 그렇다. 그럼에도 기사를 쓰는 건 3가지 이유에서다.  
 
첫째, 책임감이다. 2016년 11월, 처음으로 P2P(개인 간 거래) 투자에 관한 글을 썼다. 개인신용 관련 P2P 투자 얘기였다. 
 
이 기사를 통해 혹시나 P2P 투자를 시작했고, 그랬다가 현재 연체 및 부실로 속 끓이고 있을 지 모르는 독자들에 대한 책임감이다. 물론 당시에도 손실 등의 위험이 있으니 업체의 신용도를 잘 따져서 투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래픽=이정권 기자 gaga@joongang.co.kr

그래픽=이정권 기자 gaga@joongang.co.kr

 
둘째, 사회적 문제가 됐다. 이젠 기자를 포함한 투자자 몇몇 문제가 아니다. 벌써 여러 개 업체가 폐업을 신고했다. 이들 업체의 누적 대출금만 2000억원을 웃돈다. 
 
셋째, 이해관계가 달린 문제라 기사화가 부담스럽다 했더니 담당 데스크가 한 마디 했다. “수사와 처벌은 검ㆍ경과 법원이 할 일이다. 기자가 할 일은 팩트로 사건의 본질을 전달하고, 더 이상 피해자가 없도록 제도 마련을 촉구하는 것이다."
 
기자의 P2P 투자 실패담을 연재한다. P2P 투자했다가 사기 당한 것이라고도 할 수 있다. 
 
3월부터 감독 관할…이미 2조 대출, 10개 중 하나는 문제
금융감독원은 27일 P2P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지난 3월부터 4월까지 이뤄진 75개 업체에 대한 내용이다. 여기서 전제가 있다. 그나마 금감원이 감독할 수 있는 업체는 P2P 업체가 아니라 P2P 연계대부업자다. 그리고, 75개사는 P2P 업체들 가운데선 그나마 대출액이 상위권에 속하는 메이저 업체다.
 
P2P 시장과 관련한 제대로 된 법령이 없다. P2P 업체는 금융회사가 아니기 때문에 금감원 감독 권한 밖이다. 그래서 간접 규제 수단을 마련했다. 
 
지난해 8월부터 P2P 업체는 연계대부업자를 금융위원회에 반드시 등록해야 한다. 연계대부업자는 어쨌든 대부업자이기 때문에 금감원이 대부업법에 근거해 감독할 수 있다. 지난 4월 말 현재 금융위에 등록된 연계대부업자는 153개사다.  
 
이성재 금감원 여신금융검사국장은 “사실상 지난 3월 2일부터 감독 권한이 금감원에 생겼다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금융위에 등록을 안 했거나, 이전에 영업하면서 부실이 쌓였거나, 그래서 이미 폐업한 업체 등에 투자한 이들에 대한 법적 보호 장치는 없다는 의미다.
 
P2P 대출 영업 구조. 출처: 금융감독원

P2P 대출 영업 구조. 출처: 금융감독원

금감원에 따르면 연계대부업자의 대부분은 사실상 P2P 업체라고 봐도 무방했다. 연계대부업자와 P2P 업체의 임직원 대부분이 겸직하고 사업장을 공유했다. 
 
연계대부업자는 사실상 실체가 없는 페이퍼컴퍼니로 봐도 무방했다. 조사 대상 75개 업체 가운데 68개사가 해당했다.
 
연계대부업체의 평균 임직원 수는 3명에 불과했다. 이들 모회사 격에 해당하는 P2P 업체의 임직원 수 역시 평균 10.5명에 불과했다. 특히, 대출업체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대출담당 직원 수는 평균 3.7명에 그쳤다. 
 
소형 업체(31개)에서 대출 심사 업무를 맡은 사람은 평균 2명 남짓이었다. 2조2700억원(조사 대상 75개사의 누적 대출액)의 대출이 이들을 믿고 이뤄졌다는 의미다.
 
연체ㆍ부실 문제가 터질 수밖에 없는 이유다. 평균 연체율(30~90일 상환 지연)과 부실률(90일 이상 연체)은 각각 2.8%, 6.4%에 이른다. 그나마 업계 상위라는 곳에서 취급 상품 10개 중 한 개꼴로 문제가 생겼다는 얘기다. 부동산 PF 대출의 경우엔 연체율과 부실률이 각각 5%, 12.3%에 이른다.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ngang.co.kr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ngang.co.kr

금감원이 파악한 대출업무 취급단계별 문제.
 
①대출 신청=P2P 업체(또는 소속직원)와 차입자가 짜고 허위 및 사기 대출을 한다 해도 이를 투자자들이 판별하기 어렵다. 가짜 건설사업 등을 내세워 대주주 등 이해관계자에게 대출하거나 투자한다고 돈을 모아 놓고 투자금을 회사 직원들이 빼돌려 사용한 사기 사건도 있었다.
 
②대출 심사=P2P 연계대부업자는 사실상 페이퍼컴퍼니에 불과했다. 대출 심사를 포함한 업무의 대부분을 P2P 업체가 직접 수행했다. 대출 심사 인력과 경험 등의 부족으로 부적격 차주에 대한 심사와 담보 평가가 부실화될 우려가 있다.
 
③투자자 모집=투자자 유치 경쟁이 심화하면서 과도한 경품으로 투자자를 유인했다. 차주들에겐 장기(1년 이상)로 빌려줘 놓고 투자자들에게는 2~3개월 단위로 투자한다며 돈을 모았다. 장ㆍ단기 자금 불일치 문제는 새로 모은 투자금으로 과거 상품을 상환하는 식의 돌려막기로 운영했다.
 
④대출 실행=홈페이지에 안내한 대출금리는 중금리 수준(12~16%)이지만, 플랫폼 이용료를 고려할 때 차주의 실질 금융부담은 대부업자와 유사한 고금리 수준이었다. 일부는 투자자들에게는 19% 수익금을 제시하고, 차주들에겐 플랫폼 이용료 5%를 붙여 법정 최고금리 수준으로 돈을 빌려주기도 했다.
 
⑤대출 사후관리=투자금을 별도 관리하지 않거나, 별도로 관리(에스크로)하더라도 대출상환 원리금은 P2P 업체가 임의 관리해 지연 지급하거나 횡령할 가능성이 존재했다. 
 
⑥청산관리=P2P 업체가 부실로 도산하거나 자진 폐업할 경우 투자자가 돈을 돌려받을 길이 없다. 대부분의 P2P 업체는 도산 등 영업 중단 시 잔여 채권의 추심, 상환금의 배분 등에 대한 대비책이 없는 실정이다.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기자가 투자한 P2P 업체는 아버지 회사에 대출해 줬다. 대출심사를 제대로 할 수 있는 인력은 부족했다. 투자금 돌려막기의 전형을 보여줬다. 진짜 차주가 있는지 의심스러운 대출 또한 이뤄졌다. 대표이사 중 한 명은 이미 해외로 출국했다.
 
투자자들은 이 P2P 업체 공동 대표이사를 형사고소했다. 형사고소를 한 것은 민사소송을 해 설사 이긴다고 해도 계좌에 돈이 없어 돈을 돌려받을 길이 없을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중, 하편이 이어집니다.) 
고란 기자 neor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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