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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잘 걸리는 암 … 핀란드 지놈DB는 안다

중앙일보 2018.05.18 01:06 종합 1면 지면보기
빅데이터가 경쟁력이다 <상>
핀란드는 인간 유전체(지놈·genome) 연구를 위한 ‘빅데이터’ 구축을 국가 전략 차원에서 추진한다. 전 국민의 열 명 중 한 명꼴인 50만 명의 지놈 정보를 수집해 연구·분석하는 ‘핀젠(FinnGen) 프로젝트’다. 50만 명의 지놈 빅데이터는 인간의 유전 정보에 담긴 ‘생명의 비밀’을 파헤치는 ‘열쇠’다.
 
핀란드는 빅데이터를 통해 ▶어떤 유전적 특징이 어떤 종류의 질환을 일으키는지 ▶어떤 약을 어느 정도 용량으로 쓰는 게 효과적인지 등을 알아내겠다는 계획이다.
 
당장은 건강한 사람이라도 빅데이터에 기반한 인공지능을 활용하면 ▶향후 암이나 치매 같은 질환의 발생 시기를 예측하고 ▶진단의 정확성을 높이고 ▶이에 맞춘 신약 개발, 건강관리 등 예방 대책을 세울 수 있다는 판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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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싱키 바이오뱅크의 올리 카르펜 연구소장은 “빅데이터와 인공지능을 이용하면 환자·국가·산업이 모두 혜택을 받는다”며 “맞춤형 진료를 통해 환자는 더 오래, 건강하게 살고, 건강보험 등 사회적 비용은 줄고, 제약·바이오산업의 생태계는 넓어진다”고 말했다.
 
문제는 빅데이터에 각종 개인정보가 포함될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특히 지놈 정보에는 한 인간의 모든 유전 정보가 담겨 있다. 개인정보 유출 우려가 생길 수밖에 없다. 빅데이터 활성화와 개인정보 보호가 동전의 양면처럼 맞물린다.
 
그렇다고 구더기 무서워 장 못 담글 수 없다. 빅데이터는 ‘4차 산업혁명(초지능·초연결·초융합)’에선 ‘산업의 원유’로 불린다.
 
원유를 정제한 에너지가 20세기 산업 발전의 원동력이 됐던 것처럼 인공지능·사물인터넷·로봇 등 미래형 산업은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돌아갈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화석연료인 원유는 매장량에 좌우될 수밖에 없지만 빅데이터는 사회적 합의만 있으면 맨땅에서도 만들어낼 수 있다.
 
핀란드는 올해 안에 ‘건강 및 사회적 데이터의 2차적 활용을 위한 특별법’을 시행할 예정이다. 유럽연합(EU) 지침에 따라 개인정보의 자기 결정권은 철저히 보장하되, 익명이나 가명 처리된 데이터의 접근과 활용을 최대한 허용하는 게 특별법의 핵심이다. 미국은 2022년까지 100만 명의 지놈 정보를 모은 빅데이터 구축을 추진 중이다.
 
한국은 아직 갈 길이 멀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 2월 ‘바이오·헬스산업 발전전략’을 발표했다. 2021년까지 6개 병원에서 ‘빅데이터 구축 시범사업’을 한다는 내용이다. 빅데이터라고 하기엔 병원 수부터가 너무 적다. 개인정보를 최대한 보호하면서도 빅데이터를 활성화할 수 있는 방안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내에선 개인정보 관련 규제가 여러 부처와 법률에  복잡하게 얽혀 있다. 핀란드·미국과는 비교가 안 되고 일본·중국 등보다도 규제가 심하다. 최대우 한국외대 통계학과 교수는 “국내에선 빅데이터를 둘러싼 논의가 ‘다람쥐 쳇바퀴’처럼 겉돌고 있다”며 “개인정보는 당연히 보호하되, 기술적으로 위험을 줄이는 방법을 찾는 생산적인 논의가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헬싱키=주정완 기자 jwjo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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