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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리빨리’ 규정 만들어도…늘어지는 프로야구

중앙일보 2018.05.18 00:02 경제 7면 지면보기
올해도 한국야구위원회(KBO)는 경기 시간을 줄이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 정운찬 총재까지 나서서 ‘스피드업(speed up·시간 단축)’을 강조하지만, 목표 달성이 쉽지 않다. 올 시즌 16일까지 KBO리그 평균 경기 시간(9이닝 기준)은 3시간 18분이다. 지난 시즌(3시간 17분)보다 1분 늘었다.
 
프로야구 넥센 히어로즈-한화 이글스 경기. 양광삼 기자

프로야구 넥센 히어로즈-한화 이글스 경기. 양광삼 기자

 
올해는 스피드업 촉진을 위해 ▶자동 고의4구(수비팀 감독이 주심에게 수신호로 고의4구 신청하면 별도 투구하지 않음) ▶12초룰(주자가 없을 경우 투수가 12초 이내에 투구하지 않으면 경고) ▶비디오 판독 시간 5분 제한 등 다양한 규칙을 신설했다. 16일까지 211경기를 치른 가운데, 자동 고의4구는 42회, 12초룰 위반은 25회 나왔다. 12초룰을 2회 위반(볼 판정과 벌금 20만원 부과)한 경우는 없었다.
 
박근찬 KBO 운영·기획 팀장은 “올해는 지난해와 비교해 눈에 띄게 시간이 늘어나지 않고, 비슷하게 유지하고 있다. 새로운 스피드업 규정이 어느 정도 효과를 본 것”이라고 평가했다. 하지만 여전히 경기 시간을 더 줄여야 한다는 의견이 대세다. 방송 중계의 중요성이 커지는 가운데, 경기 시간이 ‘너무 길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경기 시간이 길어지면 지루할 수밖에 없고 채널이 돌아가기 때문이다.
 
KBO리그 2018 스피드업 규정. [사진 KBO홈페이지]

KBO리그 2018 스피드업 규정. [사진 KBO홈페이지]

 
야구는 상대와 몸을 부딪히는 축구·농구에 비해 정적이다. 2010년 월스트리트저널은 “평균 3시간인 메이저리그 경기에서 평균 18분 정도만 투수들이 공을 던지고, 타자들이 공을 치고, 도루하고 득점하는 등의 액션이 벌어진다”고 분석했다. 요컨대 시청자는 2시간 42분 동안 다른 채널에 관심을 보일 수 있다는 뜻이다. 특히 지루함을 견디지 못하는 10, 20대를 붙잡기 위해선 경기의 빠른 진행이 필요하다.
 
KBO리그가 원래 늘어졌던 건 아니다. 1980~90년대에는 2시간대였다. 1993년에는 연장을 포함해도 평균 2시간 47분으로 최단시간을 기록했다. 2000년대 들어 3시간대로 늘어났다. ‘타고투저’ 현상이 두드러지면서 2014년 정규 이닝만 평균 3시간 24분으로 최장시간이 됐다. 민훈기 SPOTV  해설위원은 “타고투저에선 어떤 스피드업 규정도 경기 시간을 줄이기 힘들다”며 “시즌 중·후반 투수들 힘이 더 빠지면 시간은 더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메이저리그도 스피드업에 사활을 걸었다. 메이저리그의 지난 시즌 평균 경기 시간은 3시간 8분이었다. KBO리그보다 10분 정도 짧다. 그런데도 새로운 스피드업 규정을 고안하려고 노력 중이다. 이창섭 메이저리그 칼럼리스트는 “최근 메이저리그 전문인 켄 로젠탈 기자가 ‘7이닝’ 방안을 소개했다. 7이닝이 되면 에이스들이 체력적으로 여유가 생겨 더 자주 경기에 나올 수 있고, 경기 시간도 단축된다는 것이다. 지나치게 극단적 의견이지만 NFL(북미프로풋볼), NBA(미국 프로농구)와 경쟁하는 메이저리그로선 스피드업에 사활을 건다는 뜻”이라고 전했다.
 
민훈기 해설위원은 “KBO 사무국에서만 스피드업에 신경 써서는 안 된다. 직접 경기를 하는 각 구단 코칭스태프와 선수들이 관심을 가져야 한다. 시간을 줄여야 인기가 지속될 수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소영 기자 psy0914@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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