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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서] 13개 부처 머리 짜냈다더니 … 맹탕인 근로시간 단축 대책

중앙일보 2018.05.18 00:02 경제 2면 지면보기
장원석 경제부 기자

장원석 경제부 기자

7월부터 주당 최대 근로시간이 68시간에서 52시간으로 줄어든다. 근무 시간이 줄면 노동자의 임금은 준다. 회사가 생산성을 유지하려면 추가 고용을 해야 한다.  
 
충격을 완화하겠다며 17일 정부가 대책을 내놨다. 13개 부처가 모여 만들었다. 이번에도 ‘재정 지원’을 앞세웠다. ‘일자리 함께하기 사업’을 확대하는 방식이다. 
 
중소기업이 근로시간을 단축한 뒤 새로 인력을 채용하면 정부가 최대 3년간, 월 100만원씩 지원한다. 기존엔 최대 2년, 월 80만원이었다.
 
최저임금을 급격히 올려놓고 정부가 근로자의 임금을 주는 일자리 안정자금과 똑 닮았다. 다른 점도 있다. 일자리 안정자금은 정부 예산에서 나가지만 일자리 함께하기 사업은 고용보험에서 지원한다. 고용보험은 사업주와 근로자가 십시일반 모은 돈이다. 국민 돈으로 지원하면서 생색은 정부가 내는 셈이다.
 
애초에 근로시간을 줄인다고 인건비를 지원하는 발상 자체가 비논리적이다. 근로시간 규정을 지키지 않으면 고용주를 처벌한다(2년 이하 징역, 2000만원 이하 벌금). 안 지키면 벌을 받는 데, 지키면 돈을 주는 이상한 구조다.
 
‘대책 아닌 대책’은 더 있다. 정부는 근로시간 단축 정착을 위해 탄력 근로 등 유연근로제를 장려하겠다고 한다. 탄력근로제는 특정일의 근로시간을 연장하는 대신 다른 근로일의 근로시간을 줄여 일정 기간(2주 또는 3개월)의 주 평균 노동시간을 40시간에 맞추는 제도다. 
 
정부는 ‘2주 단위 탄력근로제를 활용하면 주당 평균 근로시간을 유지하면서 일주일에 최대 76시간까지 근로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정작 근로시간 단축의 부작용을 줄일 핵심 요소인 생산성 향상 대책은 부실했다. 스마트공장 구축을 지원한다는 내용 정도다. 10인 이상 기업 중 탄력 근로를 활용하는 곳은 3.4%밖에 안 된다.  
 
탄력근로가 좋은지 몰라서 기업이 안 쓰는 게 아니다. 도입 요건이 엄격하고, 단위 기간도 짧기 때문이다. 미국·일본·프랑스 등은 탄력 근로를 1년 단위로도 설계할 수 있지만 한국은 최대 3개월이다. 중소기업을 포함한 경영계는 “단위 기간을 늘려달라”고 요구하지만 공허한 외침일 뿐이다.  
 
장원석 경제부 기자 jang.wonse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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