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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인터뷰]여건이 민단단장 "北노동당 지시 받는 조총련과 안보이는 38선 존재"

중앙일보 2018.05.17 12:49
문재인 정부들어 급속하게 진행되고 있는 남북 화해 무드, 지난해말 위안부 합의가 사실상 폐기된 뒤 미묘하게 증폭되고 있는 한ㆍ일간의 역사 신경전.  
지난 14일 도쿄 미나토구 미나미아자부에 있는 민단 중앙본부에서 여건이 민단 단장이 중앙일보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서승욱 특파원

지난 14일 도쿄 미나토구 미나미아자부에 있는 민단 중앙본부에서 여건이 민단 단장이 중앙일보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서승욱 특파원

 
이런 상황에서 가장 미묘한 입장에 처한 사람들은 일본에 사는 한국인들일 것이다. 
일본은 재일본대한민국민단(민단)과 재일조선인총연합회(조선총련)가 치열한 이념 대결을 펼쳐온 무대다. 또 일본에 생활 기반을 둔 재일동포들로선 역사 문제 등에 있어서 무턱대고 한국편만 들기도 쉽지 않다. 
 
지난 14일 도쿄 미나토구 미나미아자부에 있는 민단 중앙본부에서 여건이 민단 단장이 중앙일보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서승욱 특파원

지난 14일 도쿄 미나토구 미나미아자부에 있는 민단 중앙본부에서 여건이 민단 단장이 중앙일보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서승욱 특파원

지난 2월 선출된 여건이(69)민단 중앙본부 단장은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조선총련에 대해 “여기엔 안보이는 38선이 있다”며 “조선총련이 정상적인 보통단체가 돼야 관계 재정립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또 “같은 도형을 보더라도 시각에 따라 달리 보이듯 과거 역사도 마찬가지”라며 한·일 양국 국민들의 서로에 대한 이해를 강조했다. 
 
인터뷰는 14일 도쿄 미나토(港)구 미나미아자부(南麻布)의 민단 중앙본부 건물에서 진행됐다.
 
다음은 일문일답. 
 
 
 -올해로 결성 72년을 맞은 민단은 여러 고비때마다 고국을 도왔다.그런데 한국에선 잘 모르는 이가 많다.  
“세월도 많이 지났고, 보통 어려웠던 시절은 잘 잃어버리지 않나. ‘한강의 기적’을 자기 힘으로 이뤄냈다는 프라이드의 문제도 있는 것 같다. 일본에서 일하는 제주도 출신 변호사도 제주도 감귤 농사가 재일동포의 도움으로 시작된 걸 모르더라. 일본의 농업 기사들까지 데려가 감귤나무를 심은 걸 아무도 모른다. 구로공단 설립때도 일본 동포들이 도왔고, 한국전쟁때 642명이 참전해 135명이 전사했다.”  
 
-조선총련과의 관계는 과거와는 달라졌나.  
“조선총련은 북한 노동당이 관여하는 단체여서 민간 단체인 민단과는 다르다. 여기엔 안보이는 38선이 있다. 민단을 만들때 사상 대립으로 죽은 사람도 있었고, 피와 눈물을 흘린 선배들도 많았다. 가장 큰 계기는 특히 1959년 시작된 북송이다. 북한이 지상낙원이라고 9만3000명이 만경봉호를 타고 갔다. 몇 사람이 살고 있는지 몇 사람이 죽었는지 소식도 없지만.”  
 
-현 정권들어 남북은 화해 무드다. 민단과 조선총련의 새로운 관계 정립이 가능할까.  
“조선총련은 북한의 직접 지도를 받는다. 어제는 이렇게 얘기했다가 (북한 노동당이 다른 말을 하면)오늘은 다른 이야기를 한다. 일본인 납치문제도 처음엔 ‘우리는 인권국가라 납치는 절대 안했다’고 했지만 2002년 김정일이 고이즈미 총리에게 납치를 인정하니 ‘식민지배때 일본도 조선사람 납치했다’고 입장을 바꿨다. 북한이 나쁜 짓을 하면 우리(민단)도 피해를 본다. 납치와 핵ㆍ미사일 개발 문제에 있어서 조선총련은 일본 사람들의 적이나 다름 없다. 민단이 그런 조선총련과 손을 잡으면 일본 사람들에게선 ‘역시 같은 조선 사람’이라는 얘기가 나올 수 밖에 없다. 조선총련이 반성하고 보통 단체가 돼야한다.”
 
-한국이 보수정권인지, 진보정권인지에 따라 민단 활동도 영향을 받나.  
“대한민국 국민들이니 선거에서 선출되면 어떤 대통령이든 보수냐 진보 관계없이 지지한다. 밖에서 자기 나라 비난하면 안된다. (보수냐 진보냐를 떠나)한ㆍ일관계가 중요하다. (보수를 표방한 이명박 전 대통령이 독도 방문을 한 데 대해)내가 가장 싫어하는 노래가 ‘독도는 우리땅’이다. 그런데 갈 필요가 있느냐,우리가 독도를 갖고 있는데 가만히 갖고 있으면 되는 것 아니냐. 바보야 바보….”
 
지난 14일 도쿄 미나토구 미나미아자부에 있는 민단 중앙본부에서 여건이 민단 단장이 중앙일보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서승욱 특파원

지난 14일 도쿄 미나토구 미나미아자부에 있는 민단 중앙본부에서 여건이 민단 단장이 중앙일보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서승욱 특파원

-지난 1월 오공태 전 단장이 ‘위안부 합의는 지켜져야 한다’고 밝혀 논란이 됐다.  
“양국 정부간 약속이니 외교관례상 지켜달라, 약속이 안 지켜지면 (재일동포의)생활이 어렵다는 뜻이었다. (위안부 합의의)내용이 좋다,안좋다는 발언이 아니었다.”
 
-일본과의 역사 갈등은 어떻게 치유하는 게 맞나.  
“한국사회는 무엇이든 명백하게 말하는 사회지만, 일본사회는 뭐든지 애매하게 말하는 사회다. 일본 사람들은 심지어 정치가라고 해도 (식민 지배 등)근대사에 대해 잘 모른다. 가르쳐 주는 사람이 없다. 모르는 사람들에게 계속 ‘너희가 나쁜 짓을 했다’고 하면 반발이 생긴다. ‘난 관계없고, 우리 할아버지나 그 위에 할아버지가 한 일’이라고만 할 것이다. 그들에게 (효과적으로)알리는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 ”
 
-그럴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
“일본측에서 보면 안중근 의사가 이토 히로부미(伊藤博文)를 암살한 건 테러다. 하지만 한국 사람들에게 ‘테러’라고 하면 화가 날 수 밖에 없다. 일본인에게 이토 히로부미는 초대 총리이자 지금의 일본을 만든 영웅, 반대로 한국사람에겐 안중근이 영웅이다. 이토 히로부미는 식민지 지배의 원흉이니까. 그게 역사다.”
 
-양국의 친한파,지일파들이 역할을 해야 하나.
“친한,반한, 지일,반일의 구별도 안된다. 사람이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 (일본이나 한국이)항상 좋고 항상 나쁜 사람은 없다. 한국과 일본이 싸우면 웃는 사람은 따로 있다. 김정은 위원장이 웃는다. 우리에게도 일본에게도 손해다.”
 
-혐한 시위나 헤이트 스피치(인종 차별적 증오 발언)는 시들해졌나.  

“표면적으로는 그렇지만 SNS나 인터넷상에선 아직도 심하다. 지방자치단체의 홈페이지에도 당당하게 올라온다. 안 보이는 곳에서 (시위와 차별을) 하고 있다. 지난해 7월엔 오사카 등 일부 자치단체에서 헤이트 스피치를 금지하는 조례가 만들어졌고, 내년엔 도쿄에도 생긴다. 올림픽 개최지에 헤이트 스피치가 있으면 안되니까. 그같은 촉구활동을 열심히 하고 있다.”
 
-지방선거 참정권 운동의 전망은.
“조선총련이 반대를 하고 있다. 우리가 지방자치단체 등에 요망서를 제출하면 총련은 반대 요망서를 가져온다. 일본인들에겐 ‘우리는 해주고 싶지만 총련과 잘 논의해 보라’는 변명거리가 될 수도 있다. 과거엔 ‘외국인 참정권’의 주된 외국인은 한국인이었지만 지금은 중국인이다. 이제는 일본 의원들이 ‘한국인은 괜찮은데 중국인 때문에 어렵다’고 한다.”
 
-한국인학교가 도쿄 1곳,오사카 2곳,교토 1곳으로 알고 있다. 도쿄의 제2한국학교 설립은 어려워졌나.
“땅 값이 비싼 도쿄에서 적어도 2000평 이상이 있어야 하는데 무리다. 폐교하는 학교를 대상으로 부지 유상 대여를 받으려고 했는데 고이케 유리코(小池百合子)도쿄도 지사가 (전임 지사는 인정했던 유상 대여 방침을 백지화하며)반대하고 있다. 새로 일본에 온 사람들이 자녀에게 한글을 가르치고 싶어 총련계의 조선학교에 보내기도 하지만, 거기선 김정은과 김정일 사상을 배워야 한다. ”
 
-민단을 이끄는 새 단장으로서의 각오는.  
 
“재일동포들의 구심점 역할을 하면서도 좀 자유로운 조직이 되려면 어떻게 해야할지 고민중이다. 입후보때도 ‘지켜야 할 것은 지키고, 바꿀 것은 바꾸겠다’고 했다.”
 
 
 
-현재 재일동포의 54%가 3세,4세라고 들었다. 또 일본엔 민단이 아닌 다른 한인 단체들도 있다.  
“새로 온 분(뉴커머)들이 만든 다른 단체들도 있지만, 민단은 일본 정부가 인증한 단체다. 외국인 관련 법을 만들 때는 꼭 우리의 의견을 구한다. 아베 총리까지는 어렵지만 자민당과 공명당,그리고 야당 지도부는 언제든 요청하면 만날 수 있다. 민단은 다른 한인 단체들도 함께 하자는 입장이다.”
 
인터뷰에 동석한 신용상 민단 중앙본부 상임고문(93ㆍ전 민단 단장)은 지난 9일 당일치기로 이뤄진 문재인 대통령의 도쿄 방문과 관련해 “민단이 아니라 재일동포의 입장에서 하는 말”이라며 쓴 소리를 했다. 
 
신 고문은 “과거엔 대통령이 오시면 민단의 단장이 비행장에 인사를 나갔는데, 이번엔 완전히 무시를 당했다”며 “해외에 사는 국민에게 본국의 대통령은 아버지나 다름 없는데 문 대통령이 재일동포를 버렸나 싶어 너무나 슬프고 섭섭하다”고 했다.  
 
이어 “대사관에선 ‘시간이 없다’는 딱 한마디 뿐이었다는데 공항에 나가 인사하겠다는데 무슨 시간이 없느냐. 그건 애정이 없는 것”이라고 말했다.    
 
도쿄=서승욱 특파원 sswo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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