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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란의 어쩌다 투자]누구를 위한 팝체인 코인 상장인가

누구를 위한 팝체인 코인 상장인가

중앙일보 2018.05.17 05:30
‘빗썸 코인 상장 합당성 전수 조사해 주세요.’
 
지난 15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라온 글이다. 글쓴이는 “17일 상장하는 팝체인은 상장할 수 없는 코인”이라며 “팝체인 상장 배경과 일부 코인 홀더에 대한 전수 조사를 청원한다”고 밝혔다. 
출처: 팝체인

출처: 팝체인

 
앞서 국내 암호화폐(일명 가상화폐) 거래소 빗썸은 이날 “팝체인(PCH)이 세계 최초로 빗썸프로(빗썸의 서브 거래소)에 상장한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상장 검토보고서를 공개했다. 보고서를 본 투자자들은 “팝체인이 스캠(사기) 아니냐”는 반응을 보였다. 
 
논란이 가라앉지 않지 빗썸은 팝체인 상장을 연기했다. 빗썸 측은 이날 오후 12시 48분 홈페이지를 통해 “확인되지 않은 여러 가지 허위 사실들이 시장에 유포돼 해당 암호화폐(팝체인) 거래에 대한 불안감이 팽배해 있는 사실을 인지하게 됐다”며 "상장을 연기한다”고 밝혔다
 
한 달도 안 된 코인을...코스닥 관계사 주가 끌어올리기?
상장 검토보고서에 따르면, 팝체인의 최초 발행일은 지난 4월 30일이다. 발행된 지 한 달도 안 된 암호화폐라는 의미다.  
 
통상 암호화폐의 발행 절차는 기관 투자자들을 대상을 프리 세일(Pre-Sale)을 진행한 뒤 일반 투자자를 대상으로 공개 모집, 이른바 ICO(Initial Coin Offering)를 실시한다. 
출처: 빗썸

출처: 빗썸

 
프리세일과 ICO를 통해 자금을 모집하면 이를 밑천으로 개발 작업을 진행한다. 개발이 순조롭게 진행되면 대개 비트코인으로 거래 가능한 마이너 거래소에 먼저 상장된다. 이후 글로벌 상위권 거래소나 법정화폐(원화ㆍ달러화 등) 입금이 가능한 거래소에서 상장되는 수순을 거친다. 
 
빗썸과 같은 메이저 거래소에 처음 상장되는 건 드문 일이다. 게다가 빗썸은 그간 당일 오전에 상장 사실을 알리고, 그날 오후에 거래를 시작해왔다. 팝체인의 경우 3일 전 상장 공지를 낸 것도 이례적이다.
 
일부에서는 팝체인의 파트너사인 'THE E&M' 주가를 끌어올리기 위한 작전이 아니냐고 의심한다. 지난 9일 1000원을 밑돌던 주가는 상장이 취소된 16일 장중 1400원까지 급등했다. 이날 투자주의환기종목에서 해제됐다.  
 
빗썸 측은 “오비이락”이라고 일축했다. 최근 신규 코인 상장 경쟁 과정에서 벌어진 전략적 판단이지 불순한 의도가 있는 건 아니라는 해명이다. 
 
회사 관계자는 “세계 최초로 코인을 상장하면 경쟁사가 따라 할 수 없다고 봤다”며 “따라할 수 없기 때문에 상장 전 되도록 많은 투자자에게 알릴 수 있도록 이전과 달리 상장 공지를 미리 낸 것”이라고 덧붙였다.
 

개발자가 같다
의혹이 증폭된 결정적 이유는 개발자 집단이다. 검토보고서에 따르면, 팝체인에는 울로드(ULORD) 플랫폼을 개발한 코어 개발팀이 참여하고 있다. 그런데 빗썸의 싱가포르 자회사인 비버스터(B.Buster)가 추진하는 빗썸코인(BTHB)의 개발자 3명이 팝체인 개발자들과 같다. 

 
게다가 상장 공지가 나온 시점에 90%가 넘는 물량이 두 개의 지갑에 몰려 있었다. 두 명이 회사의 지분을 90% 넘게 들고 있다는 얘기다. 
 
빗썸 관계자는 “자회사(비버스터)가 코인을 개발할 때 울로드라는 개발자 집단과 협력했는데, 그 집단이 팝체인 개발에도 관여한 것일 뿐이지 팝체인과 빗썸은 관계가 없다”고 말했다. 
 
출처: 팝체인

출처: 팝체인

 
두 개의 지갑에 발행량이 집중됐다는 문제에 대해선 팝체인이 16일 홈페이지를 통해 해명했다. 재단 측은 “두 개의 지갑 주소는 모두 팝체인 재단”이라며 “76.41%는 아직 토큰을 분배하기 전의 지갑이고 다른 15%는 마케팅 목적으로 쓰려고 보유한 지갑”이라고 설명했다. 
 
재단은 “팝체인은 상장 전 이미 사모 방식으로 토큰 판매를 완료했고, 미리 토큰을 사 간 기관들이 상장 전에 토큰을 (개인들에게) 되팔아 개인들이 손실을 보는 걸 막기 위해 상장 직전에 토큰을 분배하기로 약정했다”고 덧붙였다.
 
두 개의 지갑에 전체 발행량의 90%를 웃도는 토큰이 몰린 것은 아직 분배가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일부 기관이 프리세일 단계에서 대량으로 토큰을 사 온 뒤 이를 개인들에게 비싸게 쪼개 팔아 개인들이 피해를 보는 경우가 있는데, 이를 막기 위해 토큰 분배 시점을 상장 직전으로 미뤘다는 얘기다. 
  
뉴욕서는 신규 상장도 금융당국 허가받아야
암호화폐 시장에서 생겨난 지 얼마 안 된 암호화폐의 경우 거래소 상장 여부에 따라 가격이 크게 달라진다. 

 
특히, 거래소와 관계사가 만든 암호화폐를 상장할 경우엔 투자자 피해가 우려된다. 유망하지 않은 코인인데도 불구하고 관계사라는 이유만으로 거래소가 상장시킬 경우 코인 가격은 급등하고 나중에 코인에 문제가 생겼을 때 피해는 고스란히 투자자에게 전가된다. 
 
문제는 상장과 관련한 어떠한 법적 규제도 없다. 업체 자율에 맡길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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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의 경우는 다르다. 투자자 보호를 위해 신규 코인 상장 심사를 엄격하게 한다. 
 
미국 뉴욕주 금융당국은 비트라이선스를 받은 업체에 대해서만 암호화폐 거래소 업무를 허가한다. 비트라이선스 규정에 따르면, 신규 암호화폐를 상장할 경우에는 금융당국과 사전에 협의를 거쳐야 한다. 만약 협의 없이 상장할 경우엔 비트라이선스를 회수할 수도 있다. 
 

고란 기자 neor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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