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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가 있는 아침] 염소야

중앙일보 2018.05.17 01:28 종합 28면 지면보기
염소야                 
-문태준(1970~ )
 
시아침 5/17

시아침 5/17

염소야, 네가 시름시름 앓을 때 아버지는 따뜻한 재로 너를 덮어 주셨지
나는 네 몸을 덮은 재가 차갑게 식을 때까지 너의 곁을 지켰지
염소야, 새로 돋은 풀잎들은 이처럼 활달한데
새로 돋은 풀잎들이 봄을 다 덮을 듯한데
염소야, 잊지 않고 해마다 가꾼 풀밭을 너에게 다 줄게!
네가 다시 살아 돌아오기만 한다면!
 
 
염소는 벌써 죽음의 문턱에 한 발을 올려놓았다. 그리고 따뜻하던 재가 식는 동안 숨을 그치는 것 같다. 인간의 어린 자식은 봄 풀밭을 다 바쳐서라도 죽은 염소를 되살리고 싶어 한다. 가축은 소유물일 뿐일 텐데, 이 어린 인간은 왜 이렇게 간절히 글썽이는 걸까. 아직 인간과 짐승의 구별을 모르기에. 그 목숨의 무게가 같은 것임을 분명히 아는 나이이기에.  
 
<이영광·시인·고려대 문예창작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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