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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만드는 세상] 좋을 땐 ‘반려견’ 귀찮아지면 ‘버려견’ 책임있게 길러주세요

중앙일보 2018.05.17 00:52 종합 18면 지면보기
지난 14일 경기도 남양주에 있는 반려동물 복지센터에서 윤정임 동물자유연대 국장(앞)과 기자가 이곳에 사는 개 탱이와 솜이를 산책시키고 있다. [변선구 기자]

지난 14일 경기도 남양주에 있는 반려동물 복지센터에서 윤정임 동물자유연대 국장(앞)과 기자가 이곳에 사는 개 탱이와 솜이를 산책시키고 있다. [변선구 기자]

차가 오르막길을 지나 빨간색 건물 입구로 들어서자마자 개들은 맹렬히 짖어댔다. 낯선 이방인의 방문이 불안한 모양이었다. 어디서 다쳤는지 두 뒷다리를 질질 끌고 다니는가 하면 한쪽 눈이 없는 상태의 개까지 죄다 건물 밖으로 나와 경계심을 보냈다. 꼬리는 슬그머니 살랑거렸다.
 
경기도 남양주에 있는 이곳은 동물자유연대가 5년 전 설립해 운영하고 있는 반려동물 복지센터다. 주위에 민가가 많지 않고 건물이 산에 둘러싸여 개들이 아무리 컹컹 짖어대도 민원이 잘 들어오지 않는 곳이다. 22명의 활동가들과 300마리의 개·고양이들이 여기서 지내고 있다. 주로 주인에게 학대당하거나 버려져 구조된 동물들이다. 번식장이나 개농장에서 데리고 온 개들도 있다.
 
현재 전국 457만 가구 중 반려동물을 키우고 있는 가구는 21.8%다. 반려동물 관련 TV 프로그램이 인기를 끌고 온라인에서는 ‘스타’ 반려동물 계정의 팔로워가 수십만 명이다. 하지만 그 이면에는 매년 1만 마리에 육박하는 반려동물이 버림을 받는다. 그리고 ‘인간이 원하는’ 품종을 생산하기 위해 번식장의 동물들은 호르몬제를 맞아가며 쉴 틈 없이 새끼를 밴다.
 
반려동물 복지센터에서 지내는 개·고양이 사진으로 만든 엽서. [변선구 기자]

반려동물 복지센터에서 지내는 개·고양이 사진으로 만든 엽서. [변선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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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4일 센터에서 일일 자원봉사를 자처했다. 할 수 있는 건 많지 않았다. 대소변을 치우고 목욕을 시키고 같이 산책을 나가는 게 고작이었다. “사람 손이 많이 그리웠던 친구들이에요. 애들이 먼저 다가오면 많이 쓰다듬어주세요.” 윤정임 동물자유연대 국장이 귀띔했다.
 
봉사에 들어가기 전 영상 하나를 시청했다. 센터에서 생활하고 있는 동물들을 소개하고 국내 반려동물 문화의 실태를 설명하는 영상이었다. 매년 200마리 이상이 구조돼 센터로 온다. 구조된 동물은 센터 안에 있는 병원에서 검진 및 치료를 받은 뒤 다른 동물과 함께 지낼 수 있다. 이중 해마다 150마리 정도 입양을 보낸다. 
 
사무실 한쪽에는 이곳에서 일하는 활동가들의 사진과 메시지들이 붙어 있었다. [변선구 기자]

사무실 한쪽에는 이곳에서 일하는 활동가들의 사진과 메시지들이 붙어 있었다. [변선구 기자]

건물 2~3층은 개와 고양이들이 생활하는 곳이었다. 개와 고양이의 생활 영역은 분리돼 있었다. 보통 무리 생활에 적응을 잘하는 대여섯 마리가 같은 방을 사용하고 적응이 어려운 2~3마리가 한 방에 모여 있었다.
 
대소변을 치우러 방에 들어갔다. 대변은 쓰레받기로 치우고 소변은 밀대 걸레로 닦아 흔적을 지웠다. 개들은 처음엔 약간 거리를 두며 냄새를 맡았다. 목 뒤를 긁어주자 넉살 좋은 몇몇 녀석들은 무장해제됐다. 서너 마리가 한꺼번에 달려들어 얼굴을 핥았다. 경계심이 많은 고양이방 고양이들은 조용히 얼굴만 바라보다가 슬쩍 다가와 무릎에 머리를 비벼댔다. 한 고양이는 머리를 쓰다듬으니 무릎 위로 올라앉아 ‘고로롱’ 소리를 냈다.
 
“3~4년 전쯤 한 예능 프로그램에 치와와가 나와 분양 대기순번까지 있을 정도로 유행했어요. 근데 프로그램이 끝나고 한동안 치와와 유기견이 급격히 늘었어요. 치와와가 생각보다 털이 많이 빠지고 예민해 키우기 어렵거든요. TV에 나오는 귀여운 모습만 기대했던 거죠.” 윤 국장이 한숨을 쉬었다. 센터에는 보통 하루에 50건 이상 상담전화가 온다. 그중 대다수가 ‘개를 키울 수 없는 상황이니 입양을 대신 보내달라’는 전화란다.
 
개를 목욕시키고 있는 활동가. [변선구 기자]

개를 목욕시키고 있는 활동가. [변선구 기자]

활동가들이 업무를 보는 사무실에도 10여 마리의 개들이 있었다. 대부분 추정 나이 10살 이상의 노견들이다. 그중에서도 말티즈 솜이와 사탕이는 유난히 사람을 잘 따랐다. 주인 할머니는 수년 전 한 개농장 문에 솜이와 사탕이를 묶어두고 사라졌다. 활동가들이 가까스로 구조해 지금은 센터에서 살고 있다. 연신 기자의 무릎에 다리를 올려놓고 안아달라 조르던 솜이는 늙어서 이가 다 빠져 있었다. 솜이를 데리고 산책을 나갔다. 건물 앞 마당을 몇 바퀴 도는 게 고작이었지만 솜이는 신이난 듯 여기저기 코를 킁킁 거리며 냄새를 맡았다.
 
이날 센터에 미용봉사를 하러 서울서 연차까지 쓰고 온 회사원 김나리(34)와 박지현(34)씨의 옷은 털투성이였다. 그래도 두 사람은 “아이들과 교감하다 보면 마음이 행복해진다. 미용 기술을 더 연마해 조만간 또 오고 싶다”고 했다. 윤 국장은 “저마다의 상처를 하나씩 가진 아이들이 결국 새 주인과 만나지 못하고 센터에서 생을 마감할 때 제일 마음이 아프다”고 말했다.
 
서울 대현동에 있는 고양이 입양카페 '지구별 고양이'에서 고양이들이 모여 놀고 있다. [김지아 기자]

서울 대현동에 있는 고양이 입양카페 '지구별 고양이'에서 고양이들이 모여 놀고 있다. [김지아 기자]

서울 시내에도 유기견·유기묘들이 있는 동물 카페들이 많다. 일반 카페처럼 차를 마시며 동물들을 보고 마음이 맞는 동물은 입양할 수도 있다. 동물보호단체 카라는 서울 서교동에 입양카페 ‘아름품’을 운영하고 있다. 주로 늙거나 믹스견이라 입양 확률이 낮은 개 수십여 마리가 이곳에 머물고 있다. 건물 내외부 폐쇄회로TV(CCTV)는 상시 녹화 중이다. 센터 앞에 개를 유기하고 가는 경우가 종종 발생하기 때문이다. 카페는 카라 소속 활동가 2~3명이 항상 상주하고 있다. 일반 애견카페와는 다르게 이곳은 ‘유기견들의 쉼터’ 개념이다. 손님들은 개를 최대한 만지지 말아야 하고 많이 돌아다녀서도 안 된다.
 
동물보호단체 카라에서 운영하고 있는 입양카페 '아름품'에서 지내는 개들이 카메라를 바라보고 있다. [김지아 기자]

동물보호단체 카라에서 운영하고 있는 입양카페 '아름품'에서 지내는 개들이 카메라를 바라보고 있다. [김지아 기자]

이화여대 인근에 있는 카페 ‘지구별 고양이’에는 총 28마리의 고양이들이 있다. 한쪽 눈을 다친 고양이 ‘윙크’, 봉사자들이 몰래 구조한 고양이 ‘몰래’ 등이 여기서 지내고 있다. 직원들은 대부분 자원봉사자다.
 
카페를 운영하는 조아연(36) 대표는 ‘유기묘를 입양하는 오픈된 공간이 있으면 좋겠다’고 느껴 2012년 처음 카페를 열었다. 조 대표는 “재작년부터 방송에서 고양이들이 많이 나와 고양이를 키우는 게 유행처럼 됐는데 자신이 고양이를 위해 500만~1000만원을 한 번에 쓸 수 있는지, 밤에 아프면 데리고 병원에 달려갈 수 있는지 생각한 후 입양을 결정했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지난 9일 방문한 카페 벽에는 ‘사지마새오 책임질 수 있을 때 입양하새오’라고 적힌 안내문이 붙어 있었다.
 
인터넷으로 강아지 사는 나라
전 세계에서 인터넷으로 동물을 살 수 있는 나라는 한국이 유일하다. 포털 사이트에 ‘강아지 분양’ 등을 검색해보면 수십 개의 사이트가 나온다. 윤정임 동물자유연대 국장은 “말티즈 수컷은 8만원이면 분양할 수 있는데 요새 애들이 쓰는 게임기나 장난감보다도 저렴하다. 생명을 함부로 사고팔 수 없도록 동물판매업 규제를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끝까지 분양이 안 돼 커버린 개들은 번식장으로 가는 경우가 허다하다.
 
 
홍상지·김지아 기자 hongsa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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