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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판 살인의 추억’ 사망시간 미스터리 풀었다 … 9년 만에 용의자 체포

중앙일보 2018.05.17 00:36 종합 14면 지면보기
젊은 여성이 배수로에서 시신으로 발견된 ‘제주판 살인의 추억’이 9년 만에 해결될 전망이다. 사망시간을 둘러싼 미스터리가 풀리면서다.
 
제주경찰청은 16일 박모(49)씨를 살인 등의 혐의로 붙잡았다고 밝혔다. 택시기사였던 박씨는 2009년 2월 1일 당시 27세였던 보육 교사 이모씨를 제주시 용담동에서 태우고 애월읍으로 가다 목 졸라 살해하고 시신을 유기한 혐의를 받고 있다.
 
박씨는 당시에도 조사를 받았다. 하지만 증거가 없어 풀려났다. 용의자의 예상 경로 폐쇄회로TV(CCTV)에도 포착됐고 거짓말탐지기 조사 결과에서도 거짓 반응 나왔지만, 명확한 증거가 없었다.
 
당시 수사가 난관에 부딪쳤던 또 다른 원인은 숨진 이씨의 사망시간이 분명하지 않아서였다. 경찰은 당초 사망추정 시간을 실종 당일인 2월 1일로 판단했다. 하지만 부검의는 시신 발견 하루 전인 2월 7일로 추정했다. 시신의 체온이 주변의 기온보다 높았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시신의 체온은 일주일 정도 지나면 주변 기온과 비슷해진다. 실종되고서도 일주일가량 살아있었다는 부검 소견이 나오면서 경찰 수사는 혼선을 겪었다. 이기간 범행장소에 있지 않았던 박씨는 알리바이가 성립돼 수사망을 피해왔다.
 
경찰은 최근 박씨의 혐의 입증을 위한 보완 작업을 다시 했다. 수사 인력도 늘렸다. 특히 동물 사체를 이용한 실험을 통해 당초 부검의의 사망 추정시간과 다른 결과가 나올 수 있다는 걸 확인했다. 실험에는 국내 대표적 법의학자인 이정빈 가천대 석좌 교수와 과학수사요원들도 다수 참여했다. 이들은 4차례 동물 실험을 했다. 실험에는 55~70㎏의 돼지 4마리와 10~12㎏의 개(비글) 3마리를 사용했다. 이들은 숨진 보육교사처럼 동물에 두터운 옷을 입히고 소방용수를 뿌리는 등 사건 당시와 최대한 비슷한 기상 조건을 만들어 4회에 걸쳐 24시간 부패 과정을 관찰했다. 이 결과 주변 환경에 따라 시신 온도가 대기 온도보다 높은 현상이 지속할 수 있다는 결론을 얻었다. 애초 경찰의 판단처럼 실종과 사망 시점이 가까울 수 있다는 걸 뒷받침해 주는 결과였다. 경찰은 이를 바탕으로 박씨를 뒤쫓았고 경북 영주에서 붙잡았다.  
 
제주=최충일 기자 choi.choongi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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