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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카뻘 후배 무색한 삼촌들의 ‘회춘 야구’

중앙일보 2018.05.17 00:07 경제 10면 지면보기
노병은 죽지 않고, 그라운드를 누빈다. 19세 강백호(KT)·곽빈(두산) 등 2008년 한국이 금메달을 땄던 베이징 올림픽을 보고 야구를 시작했던 ‘베이징 키즈’들이 쏟아지는 프로야구 판에서 베테랑들은 여전히 존재감을 뽐내고 있다.
 
KIA는 지난 15일 고척 구장에서 열린 넥센과의 경기에서 2-1 승리를 거뒀다. 둘이 나이를 합치면 딱 여든살이 되는 최고참 임창용(42)과 정성훈(38)이 투타에서 맹활약한 덕분이었다. 정성훈은 1-1로 맞선 9회 초 2사 1, 2루에서 대타로 나와 결승타를 날렸다. 이어 마운드에 오른 임창용은 9회 말을 무실점으로 막고 세이브를 챙겼다.
 
나이는 숫자일뿐

나이는 숫자일뿐

최근 부진한 탓에 2군으로 내려간 마무리 김세현(31)을 대신해 임창용은 KIA의 소방수를 맡았다. 첫 등판인 9일 광주 두산전에선 2와3분의2이닝 1실점하고 6-5 승리에 발판을 놓았다. 지난 13일 대구 삼성전에서는 8-7로 앞선 상태에서 9회 말을 잘 막았다. 신기록도 세웠다. 41세 11개월 11일로 KBO리그 역대 최고령 세이브 기록을 갈아치웠다. 임창용은 15일 경기에서도 팀 승리를 지키며 세이브를 추가해 자신의 기록을 연일 갈아치우고 있다. 임창용은 “부끄럽기도 하지만 세이브 기록을 계속 이어나가겠다”고 했다. 김기태 KIA 감독은 “당분간 임창용이 우리 팀 마무리”라고 했다.
 
임창용이 돋보이는 건 빠른 공을 앞세워 정면승부를 펼치고 있다는 사실이다. 시속 160㎞를 넘나들었던 전성기만큼은 아니지만 여전히 150㎞에 육박하는 강속구를 던진다. 임창용이 “볼 스피드는 자신있다”고 말할 수 있는 건 타고난 유연성 덕분이기도 하지만 개인 훈련을 철저히 하기 때문이다. 김기태 감독은 “경기 전 연습 때 가장 마지막까지 운동을 하고 들어오는 투수가 바로 임창용”이라고 했다.
 
지난해 LG에서 방출된 정성훈은 올해 고향팀 KIA에 입단했다. 연봉은 지난해의 3분의1인 1억원으로 줄었다. 하지만 정성훈은 “기회를 준 KIA에 고맙게 생각한다. 내가 할 수 있는 역할을 하겠다”고 말했다. 정성훈은 올시즌 타율 0.338(68타수 23안타)에 1홈런·8타점(15일 현재)을 기록 중이다. 대체선수 대비 승리기여(WAR·0.66)는 팀내 야수 중 6위로 주전 선수 못지않다. 이범호가 부상으로 빠졌을 땐 3루를 든든히 지켰고, 오른손 대타로도 존재감을 뽐낸다. 그라운드에 나설 때마다 프로야구 최다 출장 기록(2172경기)을 갈아치우고 있는 정성훈은 “요즘은 야구가 참 재밌다. 3루 수비는 참 오랜만인데 정말 즐겁다”고 했다.
 
불혹을 앞둔 정성훈이 활약을 펼치는 건 역설적이지만 지난해의 쓰라린 경험 덕분이다. 정성훈은 LG구단의 팀 리빌딩 방침에 따라 주전에서 밀려나 주로 교체출전했다. 정성훈은 “내가 워낙 가만히 있지 못하는 스타일이라 처음엔 적응을 잘 못했다. 1회부터 배트를 들고 움직이곤 했다. 올해는 지난해 경험 덕분에 대타로 출전해도 큰 문제가 없다”고 설명했다.
 
삼성은 최근 상승세를 타면서 9위로 올라섰다. 1등 공신은 좌타자 박한이(39)다. 이승엽의 은퇴로 팀내 최고령 선수가 된 박한이는 5월 들어 타율 5할(44타수 22안타)을 기록중이다. 홈런도 2개나 때려냈다. 2001년 데뷔한 박한이는 지난해 무릎 부상 이후 주전에서 밀려났다. 16년 동안 이어온 세자릿수 안타 기록도 깨졌다. 올해도 개막 이후 열흘 만에 2군에 내려갔다. 하지만 1군에 복귀하자마자 맹타를 휘두르며 나이를 무색하게 만들었다. 박한이는 “야구를 할 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 부끄럽지 않는 선수가 되겠다”며 각오를 다지고 있다.
 
부상병동 넥센에서도 최고참 이택근(38)이 든든한 기둥 역할을 하고 있다. 전지훈련 도중 무릎을 다쳐 귀국한 이택근은 개막전 명단에도 들지 못했다. 하지만 지난달 14일 1군에 올라온 뒤 중심타선에서 제 몫을 하고 있다. 시즌 타율은 0.333, 타점도 15개나 올렸다. 특히 결승타를 3개나 때리며 찬스에 강한 모습을 보였다. 장정석 넥센 감독은 “이택근은 몸이 아파도 말하지 않는 스타일이다. 책임감이 강하기 때문이다. 코칭스태프가 먼저 트레이너에게 물어보고 몸 상태를 체크하고 있다”고 했다.
 
야구선수들의 수명이 늘어난 건 체계적인 훈련 시스템의 확립과 높아진 몸값 덕분이다. 허구연 MBC 해설위원은 “프로 초창기엔 30대 이후에도 선수 생활을 계속하려는 선수가 많지 않았다”며 “야구 산업이 발전하면서 선수들의 연봉이 올라갔다. 자연스럽게 현역 생활을 늘리기 위해 스스로 몸 관리에 힘쓰면서 베테랑 선수가 늘어난 것”이라고 말했다.
 
김효경 기자 kaypubb@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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