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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일기] 템플스테이 위해 해남까지 온 북유럽 모녀

중앙일보 2018.05.17 00:03 경제 9면 지면보기
김영주 산업부 기자

김영주 산업부 기자

몇해 전 전남 해남 미황사에서 묵던 중 하룻밤 템플스테이를 위해 북유럽에서 그곳까지 찾아온 모녀를 만났다. 인천공항서 미황사까지 오려면 버스를 수차례 갈아타야 하지만, 그런 번거로움은 전혀 문제가 되지 않았다. 방문 목적이 확실했기 때문이다.
 
“평소 동양 문화와 불교에 관심이 많았다. 여행책을 찾아보니 템플스테이는 한국에 가장 잘 돼 있다는 걸 알았다. 조계종 (템플스테이) 홈페이지에 들어가 보니 ‘외국인에게 인기 있는 템플스테이’로 미황사를 추천하길래 찾아왔다.”
 
북유럽 모녀를 지구 반대편으로 이끈 건 한국의 절과 그 안에서 펼쳐진 다담(茶啖)·안행(雁行)·사찰음식 등 전통문화였다. 한국인에겐 평범한 것이지만, 이들에겐 ‘세상 어디에도 없는’ 여행지였던 셈이다.
 
지난해 미황사 템플스테이에 다녀간 이는 4500명, 그중 500명은 외국인이다. 금강 주지 스님에 따르면 외국인 중 절반이 유럽에서 온단다. 금강 스님은 “독일·프랑스·스위스 등 선진국이 많다”며 “다녀간 사람들의 추천이나 입소문을 듣고 왔다는 사람이 가장 많고, 론리플래닛 같은 여행 책자를 보고 온 사람들이 많다”고 했다.
 
방한 외국인이 800만을 넘기며 한국 관광이 최고조에 달했던 2016년, 그해 3월 중국 아오란그룹 6000명은 4박 5일 동안 인천·서울을 오가며 ‘월미도 치맥 파티’와 면세점 쇼핑 등 떠들썩한 일정을 보냈다. 한국관광공사는 1인당 평균 지출액(개인지출 포함)이 약 280만원으로 경제 효과가 수백억 원에 달한다고 발표했다. 정말 그럴까. 업계에 따르면 이들이 이틀 동안 서울 시내 면세점 3곳에서 쓴 구매액은 30억원 안팎(1인당 약 50만원)이었다.
 
인천관광공사는 송도컨벤시아 대관료 등 6000만원을 대신 냈고, 월미도에서 먹은 치킨·맥주도 한 치킨업체가 제공했다. 한국관광공사는 “2억원 한도 내에서 인센티브를 제공”했다. 알려진 것만 그렇다.
 
한한령(限韓令)이 풀릴 기미가 보이자, 여기저기서 ‘중국 단체가 몰려온다’고 반색이다. 면세점과 명동의 화장품 숍, 음식점 손님은 늘어날 것이다. 하지만 쇼핑만으로는 한국 관광의 미래를 설계할 수 없다.
 
치맥·쇼핑 등 한국을 ‘소비’하고 간 중국인 단체와 ‘세상에 둘도 없는’ 템플스테이를 경험한 유럽의 가족 여행객은 각자의 고향으로 돌아가 한국을 어떻게 묘사하고 전파할까. 유럽의 모녀는 분명 한국을 다시 가고 싶은 나라 목록 상단에 올려놓고 있을 것이다. 
 
김영주 산업부 기자 humanest@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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