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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view &] 누가 취약계층 노동자를 대표하는가?

중앙일보 2018.05.17 00:02 경제 9면 지면보기
유경준 코리아 텍 교수

유경준 코리아 텍 교수

지난달 사회적 대화 기구인 노사정위원회 개편 방안이 발표되었다. 청년과 비정규직 등 노동조합 미조직 그룹을 포함하고, 공익의 역할을 줄여 노사 중심의 조직을 만드는 안이다. 공익의 대표성을 문제 삼은 민주노총의 생각이 상당히 반영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노동조합 조직률이 10% 정도에 불과한 한국 현실에서 청년과 비정규직 등 미조직 취약계층의 목소리를 반영한 것은 바람직하다. 하지만 개편안이 취약한 그들을 제대로 대변할 수 있을까는 의문이다. 이전 노사정위원회에서는 공익위원들이 그들을 대변하는 역할을 한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럼 바뀐 기구에서는 조직화한 노조가 그 역할을 할 것인가?
 
이는 노조조직률이 10%에 불과한 현실을 어떻게 보아야 하느냐와 관계가 있다. 혹자는 노조운동을 억압하기 위하여 기업별 노조 체계를 고수한 개발연대 정책의 탓으로 돌리기도 한다. 일부는 맞는 주장이지만, 한국만이 아니라 노조 조직률이 전반적으로 하락한 외국의 경우와 함께 볼 때, 노동조합이 자신의 가치를 수요자인 노동자에게 인정받지 못한 결과임도 깨달을 필요가 있다.
 
오죽하면 노동운동가 출신인 문성현 노사정위원회 위원장과 이목희 일자리위원회 부위원장이 이구동성으로 ‘지금의 노동계는 국민으로부터 존중받지 못하니 미조직 노동자, 즉 국민이 바라는 바에 부응’을 해야 한다고 호소를 하겠는가!
 
노동조합은 어떤 역할을 하고 미조직 노동자는 어떻게 대표되어야 하는지가 쉽지 않은 과제이다. 통상 노동조합은 소통(collective voice)이라는 순기능과 독점(monopoly)이라는 역기능의 야누스적 두 얼굴(two faces)을 가지고 있다.
 
1980년대 저명한 연구는 노동조합이 이직률을 줄이고 근무여건과 생산방법을 개선하고, 노사 간의 협조와 신뢰 증진으로 생산성을 향상하는 긍정적인 역할을 한 것으로 분석했다. 그에 따라 노동조합 순기능이 역기능보다 커서 노동자의 선택을 받아 노조 조직률이 확대됐다.
 
하지만 20여년 후인 2000년대의 유사한 분석에서는 노동조합의 긍정적 효과는 줄고 부정적 효과는 커진 것으로 나타났다.
 
노동조합의 역할이 임금수준을 균형상태보다 높여 자원배분을 왜곡하고 생산성을 저하하며, 물가상승을 유발하여 투자와 성장을 저하하는 쪽으로 바뀐 것이다.
 
이러한 결과는 노조조직률의 하락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이는 노동조합이 특정 계층의 이해관계만을 고집해 전체 근로자의 선택에서 멀어진 결과다.
 
전체 노동자에 대한 권익을 누가 어떻게 대변하느냐는 매우 중요한 과제이다. 한국에는 노동조합과 (과반수) 근로자 대표, 노사협의회라는 복수의 노동자 대표 조직이 존재하고 있지만, 이들의 역할과 기능은 중복되어 있다.
 
특히, 개별적 노사관계에서 과반수 노동조합이 사실상 노동자대표로서 역할 할 수 있다고 법으로 규정돼 있으나, 과반수 노동조합이 없는 경우 노동자 대표는 일시적·임시적 조직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또한 노사협의회의 존재는 구성과정에서의 문제나 노동조합과의 관계 문제 등이 해결되지 않은 상황이다. 따라서 2000년대 이후에는 미조직 취약계층의 이해관계를 제대로 대변하기 위한 별도의 대안적 근로자 대표시스템의 정립에 관한 논의가 이루어지고 있다. 노동조합도 경쟁이 필요한 시대라는 의미이다.
 
재벌은 과거 한국 경제성장에 기여했지만 지금은 독점의 폐해에 대해 비난받는다. 마찬가지로 한국의 노동조합도 과거 재벌의 횡포를 견제하는 역할을 했지만, 지금은 자신들의 이해관계 외에 어떠한 사회적 기여를 하는지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
 
노동조합도 지금의 호시절이 지나고 역할을 돌이켜 볼 때, 자신들의 이해관계에만 집착하여 사회적 기여가 없다면 미래를 보장받기 어려울 것이다. 노동조합은 취약계층 근로자의 이해관계를 잘 대변하는 사회적 기여를 통해, 전체 노조조직률을 끌어 올려야 한다.
 
유경준 코리아 텍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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