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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란의 어쩌다 투자]“비트코인은 도박?…6개월 투자해 두 배 먹을 생각이면 사지 마라”

“비트코인은 도박?…6개월 투자해 두 배 먹을 생각이면 사지 마라”

중앙일보 2018.05.06 06:30
‘4월은 잔인한 달(April is the cruelest month)’이 아니었다. 암호화폐(일명 가상화폐) 투자자들에게는 그랬다. 폭락장의 끝은 1월이라고 봤지만 상승장은 2월에도, 3월에도 오지 않았다. 지쳐갈 때 즈음 시장이 그래도 한 걸음씩 앞으로 나아갔다. 지난달 초 700만 원선에서 시작한 비트코인 가격은 한 달 새 32% 올랐다. 이달 들어선 10% 올라, 6일 오전 12시 10분 현재 1086만원을 기록 중이다.  
 
형보다 나은 아우인가. 상승의 기운이 감지되자 비트코인캐시는 뛰어올랐다. 지난달 100% 가까이 상승했다. 이달 들어선 상승세가 더 가파르다. 6일 오전 12시 10분 현재 186만9000원에 거래되고 있다. 닷새 만에 26% 올랐다. 비트코인캐시는 지난해 8월 1일 비트코인에서 떨어져 나온 암호화폐다. 당시는 비트코인이 탄생한 2009년과 비교해 거래량이 급격히 늘어난 상태였다. 1메가바이트(MB)의 블록 사이즈가 감당하기 힘든 수준이었다. 전송에만 몇 시간이 걸리고, 수수료는 치솟았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채굴자들 중심의 블록 사이즈를 늘리자는 세력(빅 블로커)과 코어 개발자 중심의 블록 사이즈는 건드리지 말고 다른 방법을 찾아보자는 세력(스몰 블로커) 맞섰다. 빅 블로커들이 블록 사이즈를 8MB로 늘려 새로 만든 암호화폐가 비트코인캐시다.
출처: 크립토베스트

출처: 크립토베스트

 
15일 비트코인캐시 8→32MB 하드포크
비트코인캐시가 급등한 것은 오는 15일 하드포크(일종의 업그레이드)를 앞두고 투자가 몰리고 있기 때문이다. 비트코인캐시 주요 개발팀인 비트코인ABC 측은 지난달 “5월 15일 블록 사이즈를 8MB에서 32MB로 늘리는 하드포크를 실시할 것”이라고 밝혔다. 블록 사이즈가 4배 늘면 거래 처리 속도는 훨씬 빨라진다. 이들은 또 “이더리움 특징을 도입하기 위해 연산코드(Op-codes)를 추가할 것”이라고 예고했다. 비트코인캐시에 이더리움의 스마트 계약(Smart Contract)과 비슷한 기능이 도입된다는 얘기다. 곧, 비트코인캐시가 이더리움처럼 금융 이외에도 다양한 산업의 플랫폼으로 쓰일 수 있다는 의미다.
 
비트코인캐시의 열혈 지지지인 로저 버 비트코인닷컴 대표는 지난달 초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비트코인캐시가 진짜 비트코인”이라며 “비트코인으로는 커피 한 잔 사 먹을 수가 없다”고 말했다. 느린 전송 속도와 비싼 수수료 때문에 비트코인은 화폐가 될 수 없다고 강조한다. 버를 비롯한 빅 블로커들에게 가장 중요한 화폐의 가치는 ‘교환의 매개’다.  
 
비트코코인캐시 진영의 정 반대편에 있는 이들이 ‘비트코인 맥시멀리스트(근본주의자, 혹은 과격주의자)’다. 이들에게 가장 중요한 화폐의 기능은 ‘가치저장의 수단’이다. 한국계 2세인 비트코인 코어 개발자 지미 송(41ㆍ사진)도 그렇게 생각한다. 3월 말 개발자 교육을 위해 방한한 그를 만났다. 한 시간 반가량 진행한 인터뷰를 두 차례에 걸쳐 게재한다. 앞서 비트코인과 이더리움을 비교한 <“이더리움보다 못하다고?…비트코인이 최고의 암호화폐”>에 이어, 이번에는 비트코인캐시와 비교한 비트코인의 가치를 중심으로 정리했다.
(http://news.joins.com/article/22569751)
출처: 블록체인캐피탈

출처: 블록체인캐피탈

 
비트코인은 전송 수수료가 비싼 데다 전송 시간도 오래 걸린다.  
“화폐는 3가지 기능이 있다. 교환의 매개, 회계의 척도, 가치저장의 수단. 비트코인은 가치저장의 수단이다. 비트코인으로 뭔가를 샀다고 말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다들 투자에 대해 말한다. 가격에 대해 신경 쓴다는 건 사람들이 비트코인을 가치저장의 수단이라고 보기 때문이다.”
 
“화폐의 핵심 기능은 가치저장의 수단”
하지만 화폐 아니냐. 화폐라면 일상생활에서 쓸 수 있어야 하지 않나.
“다들 왜 그렇게 교환의 매개 기능에 집착하는지 모르겠다. 아마 매일 그렇게 화폐를 쓰니까 그런 모양이다. 굳이 비교하자면 화폐의 가장 중요한 기능은 ‘가치저장의 수단’이다. 가치저장의 수단으로 더 적합한 화폐가 더 좋은 화폐다. ‘그레셤의 법칙’(※악화가 양화를 구축한다)이 있지 않나. 사람들은 좋은 돈과 나쁜 돈이 있으면 나쁜 돈을 먼저 쓴다. 베네수엘라 사람들은 볼리바르(베네수엘라 통화)와 달러(USD)가 있다면 뭘 먼저 쓸까. 당연히 볼리바르다. 달러가 가치저장이 되는, 좋은 돈이기 때문이다. 비트코인도 마찬가지다(※『마스터링 비트코인』의 저자 안드레아스 안토노풀로스는 이를 비트코인의 ‘비축 본능’이라고 표현했다).”
 
가치저장의 수단이 그렇게 중요한가.
“가치저장이 가능해졌을 때 인류 문명이 발전했다. 가치저장이 돼야 인간은 미래를 생각하고 계획을 세울 수 있다. 로마 제국이 멸망한 원인이 뭔가. 정부에 돈이 없으니 데나리우스(로마의 은화)의 은 함량을 떨어트려 군인들에게 줬다. 인플레이션이 일었다. 통화 시스템은 무너졌고, 결국 문명 전체가 몰락했다. 요즘 전 세계적으로 주식이나 부동산 가격이 오르는 이유는 정부가 돈을 찍어냈기 때문이다. 바꿔 말해 법정화폐(fiat currency)의 구매력이 떨어지고 있다. 역사적으로 법정화폐의 평균 생존 기간은 26년에 불과하다. 하지만 금은? 아직까지 유효하다.”
출처: 소시에테제네랄 등

출처: 소시에테제네랄 등

 
비트코인에 대한 접근 자체가 로저 버 같은 비트코인캐시 진영과는 다른 것 같다.
“비트코인에도 케인즈학파와 오스트리아학파가 있다. 전자는 ‘거래’를 중요하게 여기는 반면, 후자는 ‘건전한 화폐(sound money)’가 중요하다. 비트코인캐시는 ‘크립토-케인즈학파(Crypto-Keynesians)’다. 돈이 빨리 돌아야 소비가 진작되고 투자를 촉진할 수 있는 것처럼 비트코인도 빨리 순환돼야 좋다고 본다. 그러자면 전송 속도가 빨라야 하고 수수료가 낮아야 한다는 것이 그들의 입장이다.”
(※관련해서 지미 송이 직접 쓴 글 ‘Segwit2x Post Mortem: Divorce of Crypto-Austrians and Crypto-Keynesians‘(https://medium.com/@jimmysong/segwit2x-post-mortem-divorce-of-crypto-austrians-and-crypto-keynesians-87960b11ce4c) 참조)
 
블록 사이즈 논쟁…크립토-오스트리아학파 vs 크립토-케인즈학파
당신은 '크립토-오스트리아학파(Crypto-Austrians)'인가.
“비트코인 코어 팀은 암호화폐의 오스트리아학파다. 가치저장의 수단으로서의 비트코인이 중요하다. 어차피 사고팔지 않을 거기 때문에 전송 속도나 수수료에는 별 관심이 없다. 비트코인은 금과 같다. 금이 수천 년 만에 이뤄낸 일을 비트코인은 10년도 안 돼 달성했다. 가치저장에서 가장 중요한 건 ‘보존’이다. 그런데 해킹을 당해 비트코인이 모두 사라진다면? 지금까지 비트코인은 단 한 번도 해킹당한 적 없다. 블록 사이즈를 늘리면 해킹 위험이 증가한다. 스마트 계약을 붙여도 그렇고. 이더리움에서 벌어졌던 DAO 사태를 봐라(※2016년 6월 이더리움 투자 펀드인 DAO는 해킹 피해로 보유하고 있던 360만 이더리움을 도난당했다)”.  
출처: 오스트리안인사이더

출처: 오스트리안인사이더

 
비트코인은 결국, 컴퓨터 코드에 불과한 것 아니냐. 누군가 더 비싼 가격에 사 줘야 가치가 유지된다. 폰지(다단계) 사기를 닮았다.
“전형적인 폰지 사기 구조를 보자. 나중 투자자가 초기 투자자에게 보상한다. 초기 투자자는 현금화하고 시장을 떠나버린다. 그런데 비트코인 초기 투자자들 대부분은 아직까지 비트코인을 들고 있다. 나도 그렇고. 이게 어떻게 폰지냐. 비트코인은 총 발행량이 2100만 개다. 내가 이 얘길 들었을 때 가장 먼저 든 생각이 뭔지 아나. 남들 갖기 전에 내가 가져야겠다는 거였다. 시장이 과열됐을 때 들어온 사람들 대부분은 남들이 좋다니 따라 산 경우다. 이들은 가격이 하락하면 비트코인의 가치를 의심한다. 확신이 없으니 그런 거다. 하지만 비트코인의 가치를 알고 확신하는 사람들은 비트코인을 산다.”
 
지금이라도 비트코인을 사야 하나.
“사람들은 항상 내게 묻는다. ‘오, 지미, 지금 비트코인 사야 해?’ 라고. 비트코인이 10달러 할 때도, 100달러 할 때도, 1000달러 할 때도 매번 묻는다. 내 답은 항상 같다. 6개월 투자해 두 배 먹겠다고 기대하면 사지 말라고. 그건 도박이다. 투자가 아니다. 비트코인의 가치를 믿고, 10년 이상 장기투자하겠다면? 언제든지 사도 좋다고 답한다.”
 
고란 기자 neor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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