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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란의 어쩌다 투자]“이더리움보다 못하다고?…비트코인이 최고의 암호화폐”

“이더리움보다 못하다고?…비트코인이 최고의 암호화폐”

중앙일보 2018.04.26 04:41
25일 낮 12시 40분경. 암호화폐(일명 가상화폐) 커뮤니티가 술렁였다. 암호화폐 가격과 등락률을 표시하는 색깔이 일제히 빨간색에서 파란색으로 바뀌었다(빨간색은 상승, 파란색은 하락을 의미한다. 해외에서는 빨간색이 하락, 초록색이 상승을 뜻한다).
 
이날 오전만 해도 시장에는 생기가 돌았다. 한 달여 만에 비트코인 1000만원선을 회복했다. 글로벌 시세도 9746달러(암호화폐 정보업체 코인데스크 기준)까지 오르며 1만 달러선 돌파를 목전에 뒀다. 그런데 갑자기 가격 그래프가 아래로 고꾸라졌다.
 
커뮤니티에서는 하락의 이유를 묻는 질문들이 넘쳐났다. 이달 초부터 올랐으니 조정이 오는 건 당연하지 않느냐는 일반론부터, 비트코인 선물 만기일(27일, 현지시간)이 임박해 청산 물량이 쏟아졌기 때문이라는 분석 등이 나왔다.
 
이더리움 기반 토큰 오류…시장 전체 패닉
중국 거래소인 후오비가 이날 오전 10시 모든 암호화폐의 입금을 중지한다는 내용의 공지를 올린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후오비에 따르면, 스마트메시(SMT)라는 암호화폐의 총 발행량이 31억 개인데 후오비 지갑으로 1경(10,000,000,000,000,000)개가 입금됐다. 삼성증권의 유령 주식 배당 사건처럼 존재하지 않는, 혹은 존재해서는 안 되는 유령 코인이 거래소에 입금된 셈이다. 후오비 측은 혹시나 다른 암호화폐에서도 이 같은 오류가 발견되는지를 확인하기 위해 일단 모든 암호화폐의 입금을 중지했다.
 
암호화폐는 크게 코인과 토큰으로 분류할 수 있다. 코인은 비트코인ㆍ이더리움 등과 같이 자체 블록체인 플랫폼이 있는 경우다. 토큰은 자체 플랫폼 없이, 다른 블록체인 플랫폼을 기반으로 한다. 암호화폐 정보업체 코인마켓캡 기준으로 시가총액 상위 100개 토큰 가운데, 8개를 제외한 나머지 92개가 이더리움 플랫폼 기반이다. 이더리움의 ‘스마트 계약(Smart Contract)’ 기능을 활용하면 토큰을 만들기 쉽기 때문이다. 이를 ERC-20(Ethereum Request for Comments 20) 기반 토큰이라고 부른다. 문제가 된 SMT는 ERC-20 기반 토큰이다.
 
공교롭게도 전날, 이더리움을 포함해 ERC-20 기반 토큰을 보관할 수 있는 대표적 지갑 서비스인 마이이더월렛(MEW)에서 사고가 발생했다. MEW의 DNS서버(도메인 주소를 IP 주소로 변환해 주는 서버)가 해킹당해 일부 컴퓨터에서 접속할 경우 피싱 사이트로 연결됐다. 지갑 주인도 모르는 사이에 지갑에 보관하고 있던 암호화폐가 자동으로 빠져나갔다. 약 15만2000달러어치의 암호화폐를 도난당했다.
 
이틀 연속 ERC-20 기반 토큰에서 문제가 생겼다. 투자자들은 ERC-20 기반 토큰 자체에 결함이 있는 것 아니냐며 불안해했다. 심지어 이더리움이 해킹에 취약한 것 아니냐는 회의론까지 나왔다. 시장은 순식간에 FUD(Fear, Uncertainty, and Doubt)에 휩싸였다.  
 
확인 결과, ERC-20 기반으로 SMT 토큰을 만드는 과정에서 개발자가 잘못해 토큰의 무한대 복사 사고가 일어났다. 하지만, 투자자들은 ERC-20 기반 토큰이나 이더리움은 물론이고 비트코인 등 모든 암호화폐에 대해 팔자로 돌아섰다. 26일 오전 4시 현재 비트코인은 987만원(업비트 기준)을 기록하고 있다.
 
흔히들 비트코인은 1세대, 이더리움은 2세대 암호화폐로 분류한다. 비트코인이 가장 먼저 나오긴 했지만, 기술적으로는 가장 떨어진다는 분석이다. 반면, 스마트 계약 기능이 추가된 이더리움은 금융은 물론이고 부동산ㆍ물류ㆍ보험 등 다양한 영역에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할 수 있다. 
 
비트코인 맥시멀리스트
출처: 코인데스크

출처: 코인데스크

비트코인코어 개발자 지미 송(41ㆍ사진)의 생각은 전혀 다르다. 그는 “비트코인이 이더리움에 비해 기술적으로 떨어지는다는 건 오해”라며 “비트코인은 현존하는 가장 완벽한 최고의 암호화폐”라고 주장했다. 송은 대표적인 비트코인 맥시멀리스트(근본주의자, 혹은 과격주의자)다. 비트코인캐시 진영으로 전향한 로저 버 비트코인닷컴 대표와는 정반대의 입장이다.  
<관계기사 [고란의 어쩌다 투자]비트코인 예수에서 유다가 된 남자, 로저 버>
 (http://news.joins.com/article/22505079)
 
그는 한국에서 태어나 8살 때 미국으로 이민 갔다. 미시간대에서 수학과 과학을 전공한 뒤, 2011년 비트코인을 처음 접하고 2013년부터 본격적으로 비트코인 개발에 뛰어들었다. 코인데스크는 그를 “가장 존경받는 비트코인 개발자 중 한 명”으로 소개했다. 지난 1월 블록체인 전문 투자회사인 블록체인 캐피탈(Blockchain Capital)의 벤처파트너가 됐다. 최근에는 비트코인 개발자 교육과 양성을 목적으로 하는 플래티퍼스랩스((Platypus Labs)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지난달 말 한국의 개발자들을 가르치기 위해 방한한 그를 만났다. 한 시간 반 가량 진행한 인터뷰를 두 차례에 걸쳐 정리한다.
 
비트코인 맥시멀리스트로 알려져 있다.  
“여러 코인과 프로젝트에 대해 많이 연구해 봤다. 여전히 비트코인이 탈중앙화, 통화 정책, 분산 및 보안 등의 측면에서 다른 어떤 암호화폐보다 우수하다. 특히 네트워크 효과(사용자가 많아질수록 그 가치가 증대) 때문에 어떤 암호화폐도 비트코인을 넘어서기 어렵다.”
 
한국 투자자들은 스마트 계약 기능이 있는 이더리움이 비트코인보다 낫다고 생각한다.
“정말 무지하고 완전히 잘못된 인식이다. 비트코인도 스마트 계약 언어(스크립트)가 있다. 이더리움과의 차이라면 ‘튜링 완전성(Turing Completeness)’이다. 이런 오해는 마케팅 관점에서 만들어진 거다. 이더리움 재단에는 돈이 많다. 마케팅에 돈을 쏟아 부어 사람들에게 이더리움에 대한 환상을 심는다. 그들(이더리움 진영)은 튜링 완전성을 강점으로 내세우지만, 실상은 보여 준 게 없다. 튜링 완전성을 쓰는 경우는 오직 ERC-20 기반 토큰 만들 때뿐이다. 튜링 완전성 때문에 되레 해킹에 취약하다. DAO 사태를 봐라.”
(※튜링 완전성이란 튜링기계와 동일한 수준의 계산 능력을 갖췄다는 뜻이다. 이더리움에서는 일반 컴퓨터에서 실행 가능한 거의 모든 프로그래밍이 가능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튜링 완전성 때문에 이더리움 플랫폼을 기반으로 다양한 분산 애플리케이션(DApp)을 만들 수 있다. 그러나 10년 동안 단 한 번의 해킹 사고도 없었던 비트코인과 달리, 이더리움 관련해서는 몇 차례 해킹 사고가 벌어졌다. 2016년 6월 이더리움 투자 펀드인 DAO는 해킹 피해로 보유하고 있던 360만 이더리움을 도난당했다. 그 결과 이더리움과 이더리움클래식으로 분리됐다. 지난해 7월에는 이더리움 지갑 패리티(Parity)의 내부 결함으로 3200만 달러 규모의 이더리움이 유실됐다.)
 
“스마트 계약? 비트코인서 2013년 이미 구현”
스마트 계약 기능이 비트코인에도 있다고? 처음 듣는다.
“2013년 컬러드코인(Coloredcoin) 프로젝트에 참여했다. 컬러드코인은 비트코인 블록체인을 통해 현물 자산을 디지털 형태로 표현하는 일종의 토큰이다. ERC-20 기반 토큰과 비슷하다. 사람들은 스마트 계약을 너무 과대평가한다. ‘계약’이라고 하니까 현실의 모든 법적 계약을 다 블록체인으로 구현할 수 있다고 믿는다. 현실은 그렇게 간단하지 않다. 실생활에 적용이 쉽지 않다. ERC-20 기반 토큰들이 하겠다는 서비스가 현실화된 적 있나. 스마트 계약은 오직 ICO 할 때만 유용하다. ICO는 돈 모으는 수단에 불과하다. 게다가 검증이 안 된, 사기 같은 비즈니스 모델이다. ICO로 돈을 모았다는 건 마치 레스토랑을 어디에 열지, 누구와 같이 일할지, 어떤 음식을 팔지도 전혀 정하지 못했는데 예약을 다 받았다고 말하는 것과 같다.”
 
출처: 유튜브

출처: 유튜브

블록체인 기술을 통해 사회 변화를 꿈꾸는 사람도 있다.

“2~3년 전 미국에서도 그랬다. 나는 개발자다. 기술을 안다. 현실은 굉장히 지루하다. 사람들은 코딩 얘기를 들으려 하지 않는다. ‘블록체인이 모든 걸 바꿀 거다’, ‘새로운 세상을 상상해 봐라’는 식의 얘기에 훨씬 끌린다. 유행이니 뭐든 블록체인으로 하겠다고 한다. 예를 들어 의료정보를 블록체인에? MRI 파일 하나 크기가 얼마인지 아나. 기가바이트 수준이다. 단 하나의 MRI가. 이 정도 용량을 블록체인 네트워크상에서 유지하려면 비용이 너무 많이 든다. 굳이 블록체인을 적용할 필요가 있을까. 또, 블록체인의 목적은 탈중앙화다. 그런데 중앙화된 기구가 있는 프라이빗 블록체인은 뭐하러 하나. 기업들이 도입하겠다는 블록체인은 약간의 허가가 필요한 데이터베이스에 불과하다.”
 
고란 기자 neor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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