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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선 2035] 내 집이 있긴 한 걸까

중앙일보 2018.04.18 02:19
민경원 대중문화팀 기자

민경원 대중문화팀 기자

결혼 3년 차다. 3~4월 서울 아파트 분양 물량이 쏟아진다길래 내심 기대했다. 어딘가 한 채쯤은 내 집이 있지 않을까. 매일같이 금융결제원 아파트투유 홈페이지를 들락거리며 청약 일정을 체크했다. 하루에도 몇 번씩 낯선 동네 이름을 포털사이트에 검색하며 위치를 확인했다.
 
그러다 마음에 쏙 드는 곳을 발견했다. 지금 살고 있는 동네와도 가깝고, 앞으로 발전 가능성도 커 보였다. 대단지가 아닌 소규모 저층 아파트라는 점도 좋았다. 분양가도 저렴할 것 같았고, 다른 사람들이 선뜻 청약통장을 베팅하지 않을 것만 같았기 때문이다.
 
현장 답사까지 다니며 들뜬 날 보며 친구들은 한마디씩 했다. “청약이 될 거라 믿는 건 너무 순진한 발상”이라는 비관론자부터 “당첨만 되면 내 돈이라도 넣겠다”는 투자론자까지 유형도 다양했다. 용케도 집을 산 지인들은 “지금이 가장 싼 때”라며 부추겼다.
 
꿈은 오래지 않아 깨졌다. 예산을 두 배 이상 웃도는 분양가 때문에 넣어보지도 못하고 게임이 끝났다. 앞서 90.7 대 1(63㎡)의 경쟁률을 기록한 D아파트, 292.3 대 1(59㎡)의 경쟁률을 자랑한 M아파트, 919.5 대 1(46㎡)에 육박한 C아파트에 떨어졌을 때보다도 충격이 컸다. 애당초 꿈의 크기를 줄인다 해서 넘볼 수 있는 상대가 아니었던 것이다.
 
실패의 원인을 되짚어봤다. 100% 가점제로 진행되는 84㎡ 이하를 노린 게 문제였을까. 청약 점수는 내 나이보다 어린데. 차라리 84㎡ 초과를 넣어볼까. 분양가는 어떻게 감당한단 말인가. 금수저도 아닌데. 2년을 꼬박 적금을 부어도 딱 전세 재계약 인상분만큼이었다. 주변 집값은 내가 아장아장 걸을 때 성큼성큼 뛰어가더니 그보다 몇 곱절로 올랐다.
 
다음 달이면 9억원 이상 분양에선 특별공급을 폐지하고, 이하 주택에선 신혼부부 물량이 확대된단다. 혼인 기간은 5년에서 7년으로 늘리고, 비중도 10%에서 20%로 확대. 솔깃했다. 하지만 나 같은 무자녀 맞벌이 부부에겐 언감생심이었다. 도시근로자 월평균 소득(부부합산)의 120%(600만원)에서 130%(650만원)로 기준이 완화돼도 어림없었다. 분명 세후 월급통장에 찍히는 돈은 그에 미치지 못하는데, 그 로또를 살 자격조차 주어지지 않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중견기업에 다니는 맞벌이 신혼부부를 두고 ‘사각지대’라고 표현했다. 특별공급에서 제외되는 것은 물론 신혼희망타운에 들어갈 수도 없는 탓이다. 분양 일정도 줄줄이 연기되고 있다. 매달 바뀌는 정책에 분양가를 책정할 수 없단다. 내 집 마련은 언제쯤 가능한 걸까.
 
민경원 대중문화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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