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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서비스 “협력업체 8000명 직접 고용하겠다”

중앙일보 2018.04.18 01:48 종합 2면 지면보기
삼성전자서비스지회 조병훈 사무장·곽형수 수석 부지회장·나두식 지회장, 삼성전자서비스 최우수 대표·최평석 전무(왼쪽부터)가 17일 협력업체 직원 직접고용 합의 후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삼성전자서비스는 이날 ’90여 개 협력업체에 소속된 직원 8000여 명을 직접 고용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연합뉴스]

삼성전자서비스지회 조병훈 사무장·곽형수 수석 부지회장·나두식 지회장, 삼성전자서비스 최우수 대표·최평석 전무(왼쪽부터)가 17일 협력업체 직원 직접고용 합의 후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삼성전자서비스는 이날 ’90여 개 협력업체에 소속된 직원 8000여 명을 직접 고용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연합뉴스]

삼성전자서비스가 협력업체 직원 8000명을 정규직으로 직접 채용한다. 인천공항공사 등이 협력업체 직원을 고용했지만 민간 기업이 이 정도 규모의 인력을 직접 고용한 것은 유례가 없었다.
 
삼성전자서비스는 협력업체 근로자 노조인 ‘전국금속노조 삼성전자서비스지회’와의 협상을 통해 90여 개 협력업체에 소속된 8000명의 직원을 직접 고용하기로 했다고 17일 발표했다.
 
현재 삼성전자서비스 직원은 1200명으로, 7배에 이르는 인원을 한꺼번에 채용하는 것이다. 삼성전자서비스는 이번 조치로 인해 일거리를 잃게 되는 협력업체에 대해선 개별 협상을 통해 손실분을 보상할 계획이다.
 
이날 합의에 따라 앞으로 삼성전자 제품에 대한 서비스 업무 절차는 ‘삼성전자→삼성전자서비스→협력업체’에서 ‘삼성전자→삼성전자서비스’로 단순화된다.
 
이전까지 삼성전자서비스는 사내하청 방식으로 8000명을 고용했다. 사내하청은 원청업체인 삼성전자서비스에서 일감을 받은 협력업체 직원이 소속 회사가 아닌 삼성전자서비스의 사업장에서 일하는 방식이다. 파견 근로자와 달리 사내하청 근로자는 원청업체로부터 직접 지시나 감독을 받지 않고 2년 넘게 일해도 원청업체의 정규직이 될 수 없다.
 
하지만 전국금속노조 삼성전자서비스지회는 “삼성전자서비스가 직접 업무 지시를 하니 우리도 삼성전자서비스 직원”이라며 근로자 지위 인정을 요구했다. 이에 대해 서울중앙지법은 지난해 1월 1심 판결에서 “서비스 기사(협력업체 직원)를 삼성전자서비스 직원으로 볼 수 없다”며 삼성전자서비스의 손을 들어줬다. 앞서 고용노동부도 2013년 불법 파견 근로 의혹에 대해 수시 근로감독을 벌인 후 “위장 도급이나 불법 파견으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이처럼 상황이 삼성전자서비스에 나쁘지 않은데도 직접 고용이라는 카드를 들고 제시한 것은 파격적이란 게 재계의 반응이다. 검찰 수사에 대한 압박감이 일정 부분 작용했을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현재 삼성전자서비스는 ‘노조 설립을 방해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올 2월 이명박 전 대통령 수사팀이 삼성전자 수원 본사를 압수수색하면서 나온 문서 때문이다. 노조에 가입하려는 서비스 기사를 회유하기 위한 구체적인 실행 방안 같은 내용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조치로 앞으로 삼성그룹 내 노조가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그간 삼성그룹은 ‘무노조 경영’을 한다는 비난을 받아 왔다. 현재 삼성그룹엔 63개 계열사 중 8곳에 노조가 있다. 협력업체 근로자로 이뤄진 전국금속노조 삼성전자서비스지회와 전국금속노조 삼성지회(옛 에버랜드 노조), 전국금속노조 삼성SDI지회, 삼성생명·삼성증권·삼성엔지니어링·삼성웰스토리·삼성에스원 노조 등이다.
 
삼성생명과 삼성증권은 인수합병(M&A)을 하면서 기존 노조가 명맥을 이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삼성이 노조 설립을 막고 ‘무노조 경영’을 해 왔다고 하는데 현재 8개 노조가 활동 중”이라며 “이번 조치는 기존 방식에서 진일보한 방식으로 비정규직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 노력”이라고 말했다. 재계 1위인 삼성의 이번 행보는 비정규직 문제로 고민하는 재계 전반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익명을 요구한 재계 관계자는 “삼성이 처한 특수한 상황에 따른 단발적인 조치라고 보지만 원청업체에서 일하는 협력업체 직원들이 직접 고용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정연승 단국대 경영학부 교수는 “이번 조치가 재계 전반에 일종의 가이드라인이 될 수 있는데 8000명 고용이 기업 자체의 경영 계획에 따른 조치가 아니라 눈치보기식 채용이라면 기업을 넘어 산업 전반의 경쟁력 약화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최현주 기자 chj80@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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