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본문

“삼성전자 작업환경 보고서 일부 내용은 국가 핵심기술”

중앙일보 2018.04.18 00:02 경제 2면 지면보기
평택 반도체 공장과 인접한 삼성전자 화성 반도체 15라인의 내부 전경. [중앙포토]

평택 반도체 공장과 인접한 삼성전자 화성 반도체 15라인의 내부 전경. [중앙포토]

산업통상자원부 산업기술보호위원회 산하 반도체전문위원회가 17일 고용부가 공개하려는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의 작업환경 측정보고서가 국가 핵심기술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전문위는 “2009~2017년 화성·평택·기흥·온양 반도체 공장의 D램·낸드플래시 조립기술 등 작업환경 보고서의 일부 내용이 국가 핵심기술을 포함하고 있다”며 “(경쟁업체가)공정명이나 화학물질 종류, 월 사용량 등을 통해 핵심기술을 유추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 정보가 공개될 경우 경쟁국으로 우리 핵심기술이 빠져나갈 수 있으니 신중해야 한다는 취지다.
 
지난 2월 1일 대전고등법원은 이 공장에서 근로하다 백혈병으로 숨진 이모 씨의 유족이 제기한 정보공개 청구소송에서 ‘삼성전자 온양 공장의 작업환경 측정보고서를 공개하라’고 판결했다. 고용부는 이 법원 판단을 근거로 3월 6일 산업재해 입증을 위해 보고서를 공개할 수 있도록 행정지침을 개정했다. 이어 3월 19일에 삼성전자 구미·온양 공장, 20일엔 기흥·화성·평택 공장의 보고서를 공개하기로 결정했다. 정보공개법에 따라 30일 유예기간을 거쳐 오는 19~20일 각각 보고서를 공개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삼성전자는 보고서 공개를 막기 위해 지난달 26일 산업부에 국가 핵심기술 여부를 판단해 달라고 요청했고, 30일에는 수원지방법원에 정보공개 취소 행정 소송을 제기했다. 4월 2일엔 국민권익위위원회 중앙행정심판위원회에 정보공개 집행정지도 신청했다.
 
전문위의 이번 판정은 법적 구속력이 없다. 그러나 국가 기밀에 해당한다는 전문가의 판단이 내려진 것이어서 향후 고용부나 법원의 결정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김정호 카이스트 전기·전자공학부 교수는 “메모리 반도체 공정 과정에 쓰인 물질의 농도나 장비의 배치는 경쟁업체가 빠르게 따라잡을 수 있는 정보”라며 “(국가 핵심기술로 인정한) 전문위의 판단은 당연하다”고 말했다.
 
정보 공개를 이끌어온 반올림 측 이종란 노무사는 “반도체 공장에서 일한 직업병 피해자들이 피해를 입증할 근거를 확보하는 걸 가로막아선 안 된다”며 “어떤 근거로 국가 핵심기술인지 더 명확한 설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권익위와 법원도 삼성의 손을 들어줬다. 권익위 산하 중앙행정심판위원회는 17일 전체회의를 열고 온양·기흥·화성·평택 반도체 공장과 구미 휴대전화 공장의 ‘작업환경 측정보고서’ 정보공개 집행을 정지해 달라는 삼성전자의 신청을 받아들였다. 행심위는 “현시점에서 보고서를 공개하면 행정심판 본안인 ‘삼성전자 정보공개 결정 취소’를 다툴 기회가 없게 된다는 점을 고려했다”고 이유를 밝혔다. 대구지방법원 역시 고용부 창원지청이 공개결정을 한 삼성전자 구미공장 보고서 공개 금지 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였다.
 
일단 삼성전자는 시간을 벌었다. 고용부도 오는 19일과 20일로 예정된 보고서 공개를 무기한 연기하기로 했다. 고용부 관계자는 “무조건 공개를 강행하진 않을 것”이라며 “노동자의 건강권을 고려해 합리적인 방안을 강구하겠다”고 말했다. 다만 행정심판 본안 심리와 행정 소송에 적극적으로 대응한다는 구상이다. 이번 판단은 삼성전자뿐만 아니라 다른 기업의 향후 대응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삼성디스플레이와 삼성SDI는 현재 고용부의 보고서 공개를 막기 위해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 삼성디스플레이는 행정심판과 함께 지난 13일 국가 핵심기술 판단을 요청했다. 삼성SDI 역시 행정소송 등 다양한 대응 방안을 마련 중이다. 
 
세종=장원석 기자 jang.wonseok@joongang.co.kr
기자 정보
장원석 장원석 기자

Innovation Lab

Branded Contents

트렌드뉴스

많이 본 뉴스
댓글 많은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