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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포커스] “政 주도권 쥐고, 勞 전환배치 수용, GM 비토권 보장해야”

중앙일보 2018.04.17 16:57
인천시 부평구 한국지엠 부평공장 서문 앞 [중앙포토]

인천시 부평구 한국지엠 부평공장 서문 앞 [중앙포토]

미국 제너럴모터스(GM) 본사가 ‘한국GM 구조조정’의 최종 시한으로 제시한 20일이 코앞으로 다가왔다. 하지만 한국GM 이해관계자들은 여전히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다. 16일 열린 제9차 임금및단체협상 노사교섭에서 한국GM 노사는 서로 입장차를 확인하는데 그쳤다. 한국GM 지원방안을 두고 미국 GM 본사와 한국 정부도 끊임없이 갈등하는 상황이다.
 
중앙일보는 16~17일 자동차산업에 조예가 깊은 전문가 7인에게 교착 상태인 한국GM 사태를 풀어낼 수 있는 방법을 물었다. ▶한국 정부가 보다 적극적으로 사태에 개입하고 ▶노동조합(노조)은 대승적으로 양보하고 ▶GM은 한국 정부가 움직일 수 있는 명분을 제공하라는 것이 이들의 조언이다.
 
“정부, 적극적으로 이해관계자 역할 배분하라”
 
7명의 전문가는 ‘묘책’을 묻자 하나같이 “답답한 노릇”이라며 한숨부터 내쉬었다. 상황이 이렇게 된 건 근본적으로 한국GM 경영진의 경영실패와 노조의 탐욕이 자리한다. 하지만 군산공장 폐쇄 이후 한국 정부의 협상 전략도 미숙했다는 게 전문가들의 일관된 지적이다.
 
김태기 단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정부의 소극적 태도가 문제였다”고 비판했다. 그간 협상 태도를 보면 정부가 GM에게 주도권을 넘겨줬다는 게 김 교수의 평가다.
 
그는 “한국 정부가 협상이라는 '게임'의 규칙을 정하는 '심판'같은 존재여야 하는데, 마치 협상 당사자처럼 행동하고 있다”고 말했다. 예컨대, ‘GM이 출자전환을 먼저 약속할 경우, 한국 정부도 지원을 결정하겠다’는 방식으로 협상한다는 의미다. 이런 방식의 협상은 게임의 규칙을 만들 수 있는 권한을 상대방에게 부여하는 방식이라는 게 김 교수의 설명이다.
 
또 “정부가 주도권을 쥐고 각종 첨예한 이슈에 대해서 GM·한국GM·노조의 역할을 배분하라”고 요구했다. “가끔 주무부처인 산업통상자원부 입장을 들어보면 남들 이야기하는 것 같아서 답답하다”고도 했다.
 
‘GM에 결코 당하지만 않겠다’는 생각이 GM 입장에서 받아들이기 어려운 제안을 하는 계기가 됐다는 지적도 이어졌다. 이지만 연세대 경영학과 교수는 “정부가 GM에게 요구한 자료는 다국적기업 입장에선 제공하기 어려운 자료일 수 있다”며 “다국적기업 회계처리 기준과 글로벌 스탠다드를 고려해서 실사하라”고 조언했다. 막무가내로 실사할 경우 외국인투자기업이 한국 투자를 꺼리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경고도 덧붙였다.
 
선전전을 펼치는 한국GM 노동조합 노조원. [중앙포토]

선전전을 펼치는 한국GM 노동조합 노조원. [중앙포토]

“노조, 경영 상황 호전 이후 보상 받아야”
 
지금 상황에서 한국GM 정상화를 가로막는 가장 큰 걸림돌은 노조라는 의견에 대부분의 전문가가 동의했다. 이들은 "노조가 일단은 물러서는 게 맞다"고 입을 모았다. 박지순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한국 대기업 노조는 그간 ‘벼랑 끝 전술’로 협상을 유리하게 이끌었지만, 지금 상황에서도 한국GM 노조가 같은 전술을 취하면 결국 파국으로 끝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구체적으로 “단기적인 복리후생은 최대한 포기하되, 경영 상황이 호전하면 이를 보전하는 방식으로 협상하라”고 조언했다. 예컨대 6개월무급휴직과 교대근무 등 회사가 비용을 감축할 수 있는 방안을 노조가 먼저 제시하고, 대신 수 년 후 흑자가 나면 성과급 지급 비율을 늘리는 방식을 생각할 수 있다. 이렇게 제안할 경우, 회사를 살리면서도 장기적으로 보면 노조원 수익은 크게 감소하지 않을 수 있다.
 
노조가 지켜야할 가장 큰 가치는 ‘일자리’라는 조언도 이어졌다. 한국GM 노사는 군산공장 근로자 문제를 두고 접점을 못찾고 있다. 조철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지금 상황에서 군산공장 재가동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며 “노조가 군산공장 근로자 전환배치를 수용하는 대신, 향후 수익성을 회복하면 일자리를 늘리는 협상 태도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군산공장 근로자 살리기를 고집하다가 다수의 일자리가 사라질 수 있다”는 경고다.
 
노조도 글로벌 스탠다드를 받아들여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유환익 한국경제연구원 혁신성장실장은 “협상하다보면 얼굴 붉힐 일이 많지만, 그렇다고 쇠파이프를 들고 사장실을 점거하는 건 낯부끄러운 사태”라며 “노조가 글로벌 스탠다드를 이렇게 무시하면 상대방이 협상을 거부하는 것은 물론, 다국적 기업이 철수할 명분만 제공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GM, 진정성 있는 제안·태도 필요”
 
GM의 협상 전술도 과격한 측면이 있다. 배리 엥글 GM인터내셔널 사장은 지난 13일 출자전환 철회 가능성을 언급한 것으로 알려진다. 본사 차입금(27억 달러·약 3조원)을 출자전환하겠다던 약속을 번복할 수 있다는 의미다.
 
이에 대해 장우석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기존 합의를 뒤집는 태도는 협상 자체를 무산시킬 수 있는 위험한 전략”이라고 지적하며 “진의를 파악하기 어려운 행보는 협상 과정에서 당사자들의 합의를 이끌어내는데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말했다. GM이 신차를 배정한다거나 한국을 전략적 거점으로 활용하겠다는 진정성 있는 제안을 할 때, 한국 정부도 자금을 지원할 명분이 생긴다는 뜻이다.
배리 엥글 GM 총괄부사장 겸 해외사업부문 사장(오른쪽)과 카허 카젬 한국GM 사장. [중앙포토]

배리 엥글 GM 총괄부사장 겸 해외사업부문 사장(오른쪽)과 카허 카젬 한국GM 사장. [중앙포토]

 
한국 정부가 GM에 차등감자를 요구한 배경은 결국 ‘비토권’ 때문이다. GM이 한국GM 대출금을 출자전환하면 KDB산업은행(지분율 17.02%) 지분은 대폭 감소한다. 이렇게 되면 KDB산업은행은 주주총회 특별결의사항을 거부(비토권)하는 방식으로 GM을 견제할 수 없다. 비토권을 행사하려면 최소 15% 이상의 지분율 보유해야 하기 때문이다.
 
김수욱 한국자동차산업학회장은 “자동차 산업 생산성 측면에서 한국이 경쟁국 대비 공장을 유치하기 어렵다는 사실을 한국 정부가 받아들인 채 협상에 임하고, GM도 비토권 상실을 우려하는 한국 정부의 입장을 감안해 최소한의 안전장치를 보장할 때 한국GM 경영정상화를 이끌어낼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문희철 기자 reporte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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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희철 문희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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