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본문

순식간 정부 우호적으로 바뀐 네이버 댓글…매크로 작동했나

중앙일보 2018.04.17 15:24
지난 10일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발언하고 있다. [청와대 사진기자단]

지난 10일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발언하고 있다. [청와대 사진기자단]

 
 ‘민주당원 댓글 조작 사건’의 주범인 김모(49·필명 ‘드루킹)씨가 경찰에 붙잡힌 건 지난 1월 ‘매크로(여러 댓글이나 추천 등을 한꺼번에 입력할 수 있는 기능)’ 프로그램을 활용해 네이버 기사에 ‘작업’을 했기 때문이다.
 
 드루킹은 일본 오사카 총영사 인사 청탁 문제로 현 정권에 등을 돌리기 전까지 더불어민주당을 비롯한 진보 진영에 우호적인 기사나 댓글을 띄우는 작업을 주로 해왔다. 드루킹이 운영하던 ‘경제적 공진화 모임’(경공모)의 매뉴얼에도 “안희정·김경수·김상조·전해철·양정철·정봉주·이재명·추미애 기사 위주로 체크하라”는 지시가 포함됐다.
 
 이들처럼 매크로를 사용했든 하지 않았든 실제 네이버·다음 등 인터넷 포털 사이트에선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뉴스 기사의 ‘베스트 댓글(다른 사용자의 추천을 많이 받은 댓글)’이 삽시간에 뒤바뀌는 일이 잦았다.
 
지난해 7월 16일 최저임금 관련 기사의 댓글이 바뀌어 가는 과정

지난해 7월 16일 최저임금 관련 기사의 댓글이 바뀌어 가는 과정

 
 지난해 7월 16일 최저임금 인상의 충격을 완화하기 위해 정부가 재정을 4조원 이상 투입한다는 기사가 네이버 모바일 메인 화면에 떴다. 그러자 처음에는 “(재정 지원을) 기업 말고 자영업자분들 우선으로 합시다”라는 중립적인 댓글, “가족, 친인척 다 서류상 알바로 올리고 지원금 타먹는다”는 비판적인 댓글이 가장 많은 추천을 받았다. 하지만 50분이 채 지나지 않아 “돈은 돌아야 한다. 기업에 고여 있는 게 돌아야 한다”는 우호적인 댓글이 치고 올라오더니 10여분이 지나 3위→2위→1위로 올라섰다. 결국 기사가 출고되고 1시간이 흐르자 베스트 댓글은 모두 정부에 우호적인 댓글로 바뀌었다.
 
지난해 8월 10일 박기영 당시 과학기술혁신본부장 관련 기사의 베스트 댓글이 모두 삭제된 댓글로 채워진 모습

지난해 8월 10일 박기영 당시 과학기술혁신본부장 관련 기사의 베스트 댓글이 모두 삭제된 댓글로 채워진 모습

 
 지난해 8월 10일 ‘황우석 사태’ 연루 논란을 빚은 박기영 당시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과학기술혁신본부장이 사퇴를 거부했다는 소식을 다룬 기사에는 출고 1시간여 만에 ‘작성자에 의해 삭제된 댓글’이 베스트 댓글 5개를 모두 차지했다. 비판적 댓글은 첫 화면에서 아예 볼 수 없는 이례적 현상이었다.
 
 민주당 당직자가 공개적으로 실시간 검색어 순위를 바꾼 경우도 있었다. 김이수 전 헌법재판소장 후보자의 국회 인준이 부결된 뒤 소장 권한대행 지속 여부를 놓고 논란이 일던 지난해 10월 14일 김빈 당시 민주당 디지털 대변인은 “힘내세요 김이수”를 순위에 올리자고 했고, 실제 네이버·다음에서 검색어 1위에 올랐다.
 
지난해 10월 14일 김빈 당시 민주당 디지털 대변인이 ’힘내세요 김이수“를 검색어 순위에 올리자고 쓴 글 [페이스북 캡처]

지난해 10월 14일 김빈 당시 민주당 디지털 대변인이 ’힘내세요 김이수“를 검색어 순위에 올리자고 쓴 글 [페이스북 캡처]

 
 지난 1월 24일 문재인 대통령의 생일에는 문 대통령 지지층과 반대층이 “평화올림픽”과 “평양올림픽” 검색어를 놓고 서로 검색어 전쟁을 벌이기도 했다.
 
 체포된 드루킹 일당이 대선 때도 매크로를 사용했는지, 또 다른 댓글 조작 세력이 있는지는 수사로 규명될 부분이다. 다만, 댓글 조작 연루 의혹을 받고 있는 김경수 민주당 의원은 지난 16일 드루킹의 대선 기간 활동에 대해 “좋은 기사가 네이버 순위가 올라가도록 적극 참여하는 활동이 이뤄졌을 것으로 추측한다”고 말했다.
 
허진 기자 bim@joongang.co.kr
기자 정보
허진 허진 기자

Innovation Lab

Branded Contents

트렌드뉴스

많이 본 뉴스
댓글 많은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