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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권 저승사자’에서 ‘최단명 금감원장’으로…김기식의 추락

중앙일보 2018.04.17 06:00
 16일 오후 8시쯤 사의를 표명한 김기식 금융감독원장. 사진은 이에 앞서 이날 오후 김 원장이 서울 마포구 저축은행중앙회에서 열린 ‘저축은행 CEO 간담회’를 마친 뒤 엘리베이터에 오르는 모습. [뉴스1]

16일 오후 8시쯤 사의를 표명한 김기식 금융감독원장. 사진은 이에 앞서 이날 오후 김 원장이 서울 마포구 저축은행중앙회에서 열린 ‘저축은행 CEO 간담회’를 마친 뒤 엘리베이터에 오르는 모습. [뉴스1]

지난달 30일 문재인 대통령이 김기식(52) 금융감독원장을 임명하자 재계에서는 ‘쇼크’라는 표현이 나왔다. 시민단체와 국회 정무위원회 활동을 통해 ‘재벌 저격수’, ‘금융권 저승사자’로 불린 그의 등장을 “민변 변호사가 검찰총장에 임명된 격”이라고 비유하기도 했다. 1999년 1월 통합 금감원이 출범한 이래 시민단체 출신 정치인이 금감원장을 맡는 것은 처음이었다. 
 
김 원장은 취임사에서 “금융감독원의 정체성을 바로 하고 본연의 역할에 집중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그러나 임명 후 18일 만에 김 원장은 금융 개혁의 꿈을 접게 됐다. 김 원장의 ‘셀프 후원’ 논란에 대해 중앙선관위가 16일 위법 판단을 내리면서다. 김 원장은 곧바로 사의를 밝혔고 청와대는 “문 대통령이 사표를 수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16일 오후 경기도 과천시 청사에서 열린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전체회의. 중앙선관위는 이날 회의에서 김기식 금융감독원장의 ‘셀프 후원’ 논란에 대해 공직선거법 위반 판정을 내렸다. 임현동 기자

16일 오후 경기도 과천시 청사에서 열린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전체회의. 중앙선관위는 이날 회의에서 김기식 금융감독원장의 ‘셀프 후원’ 논란에 대해 공직선거법 위반 판정을 내렸다. 임현동 기자

결국 ‘언행 불일치’가 결정타였다. 1994년 참여연대를 창립하고 2012년 민주통합당(현 더불어민주당) 비례대표 의원이 되어 국회 정무위(2012년~16년)에서 활동하며 보여온 개혁 성향의 발언들이 부메랑으로 돌아왔다. 
 
먼저 국회 정무위 피감기관의 예산으로 해외 출장을 간 게 논란이 됐다. 김 원장은 2014년 3월 24~28일 한국거래소 예산으로 우즈베키스탄을, 2015년 5월엔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 지원으로 9박 10일 미국 워싱턴, 벨기에 브뤼셀, 이탈리아 로마, 스위스 제네바를 방문했다. 이 출장에는 여성 인턴이 정책 비서로 함께한 사실도 논란이 됐다.
 
김 원장은 2015년 4월엔 우리은행의 지원을 받아 2박 4일간 중국과 인도로 출장을 다녀왔다. 국회의원 임기 말인 2016년 5월 20~27일엔 자신의 정치후원금으로 독일, 네덜란드, 스웨덴을 다녀온 사실이 드러났다. 김성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는 “(후원금)땡처리 외유”라고 비판했다. 
 
김 원장의 부적절한 해외 출장은 그가 국정감사에서 피감기관을 비판하면서 했던 말로 인해 ‘내로남불’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김 원장은 2014년 10월 한국정책금융공사 국정감사에서 “지원을 받으려고 하는 기업과 그것을 심사하는 직원의 관계에서 기업의 돈으로 출장 가고, 자고, 밥 먹고, 체재비 지원받는 것, 이것 정당합니까”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 원장이 소장으로 있던 정책연구기관 ‘더미래연구소’의 운영 방식도 논란이 됐다. 김 원장이 주도해서 만든 이 연구소가 고액 강좌를 개설하고 피감기관 및 민간기업 대관 담당자를 대상으로 수강을 유도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연구소가 개설한 ‘미래리더아카데미’라는 강좌의 수강료는 350만~600만원이었다. 한국당은 “정무위 민주당 간사로서 우월적 지위를 이용했다는 의심이 든다”고 비판했다. 이 연구소에 김 원장이 자신의 정치후원금 5000만원을 후원한 사실도 드러났다. 야당은 ‘셀프 후원’이라며 위법성을 지적했다. 
 
김 원장이 발주한 연구용역은 돈세탁 논란에 휩싸였다. 1000만원짜리 연구용역을 수주한 국민대 계봉오 교수가 몇 개월 뒤 500만원을 더미래연구소에 기부한 사실이 드러나면서다. 계 교수는 “더미래연구소 정책위원임에도 연구소에 기여하지 못해 미안해서 기부한 것”이라고 설명했지만 야권에서는 의심을 거두지 않았다.
 
인사 검증을 맡은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이 더미래연구소의 이사ㆍ강사를 맡았던 사실도 논란이 됐다. 논란은 검찰 수사로 이어졌다. 검찰은 김 원장의 의혹과 관련된 우리은행, 한국거래소, 더미래연구소를 지난 13일 압수수색했다.
 
청와대의 대응도 논란이 됐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김 원장 관련 의혹을 제기하는 언론사에 “쓸 게 없나 보다”라는 식의 논평을 했다. 김 대변인은 지난 9일 브리핑에서 “의혹이 제기된 해외출장 건들은 모두 공적인 목적으로 이뤄진 것이며 적법하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청와대의 단호한 입장을 밝혔다. 이어 “국민 기대와 눈높이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지적은 겸허히 받아들이나 그렇다고 해임에 이를 정도로 심각하지는 않은 것으로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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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논란이 계속 확산되자 문 대통령은 13일 “김기식 금융감독원장의 과거 국회의원 시절 문제가 되고 있는 행위 중 어느 하나라도 위법이라는 객관적인 판정이 있으면 사임토록 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위법 여부 해석을 의뢰받은 중앙선관위는 16일 오후 8시쯤 셀프 후원 논란에 대해 “국회의원이 시민단체나 비영리법인 회비 등을 내는 경우 종전의 범위를 현저히 초과하는 금액을 납부하는 것은 공직선거법에 위반된다”는 판단을 내렸다. 이 판정이 나온 뒤 약 30분 만에 김 원장은 금감원을 통해 사의를 표명했다. ‘금융권 저승사자’에서 ‘최단명 금감원장’으로 처지가 바뀌는 순간이었다. 
 
김승현 기자 sh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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