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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14년 전 미제 살인, 범인은 결근 한번 없는 회사원

중앙일보 2018.04.17 02:32
미궁에 빠졌던 14년 전 히로시마 여고생 살인사건 
일본에서 14년 전 일어난 장기 미제 살인 사건의 용의자가 검거됐다. 마이니치 신문 등 일본 언론에 따르면 히로시마(広島)현 하쓰카이치(廿日市)시 경찰은 지난 13일, 14년 전 시내의 한 주택에서 일어난 살인 사건의 용의자로 야마구치(山口)현 우베(宇部)시에 살고 있는 35세의 회사원 가시마 마나부(鹿嶋学)를 긴급 체포했다. 2004년 10월 5일 하쓰카이치시 가미헤라(上平良)의 한 주택에서 당시 고등학교 2학년이던 여학생 기타구치 사토미(北口聡美)를 칼로 찔러 살해한 혐의다. 
지난 13일 일본 경찰에 체포된 14년 전 히로시마 여고생 살인사건 용의자의 모습 [ANN 뉴스 캡처]

지난 13일 일본 경찰에 체포된 14년 전 히로시마 여고생 살인사건 용의자의 모습 [ANN 뉴스 캡처]

2004년의 사건은 오후 3시쯤 발생했다. 시험 기간이라 일찍 귀가한 피해자는 할머니에게 인사를 하고 2층에 있는 자신의 방으로 올라갔다고 한다. 얼마 후 방 안에 침입한 누군가에게 습격을 당해 목과 가슴 등 10곳을 칼에 찔린 채 계단에 쓰러져 사망했다. 범인은 손녀의 비명을 듣고 올라오던 할머니에게도 칼을 휘둘러 중상을 입히고 달아났다. 
 
당시 20세 안팎의 키 165cm 정도 되는 남자가 집 주변에서 자전거를 타고 달렸다는 목격자의 증언이 있었다. 사건 현장 곳곳에는 범인의 지문이 남아있었고, 운동화 자국 등도 선명해 경찰은 범인을 금방 검거할 수 있을 것으로 봤다. 하지만 유력한 용의자가 나타나지 않았다. 지문 조회로도 범인을 특정할 수 없었다. 사건은 미궁에 빠졌다. 
 
결근 한번 없던 성실한 회사원..살인범의 다른 얼굴
지난 14년 간 경찰은 연인원 30만 명이 넘는 조사원을 투입해 이 사건을 파헤쳤다. 2008년부터는 유력한 정보를 제공한 사람에게 300만 엔(약 3000만 원)의 보상금도 내걸었다. 피해자의 아버지는 2005년 블로그를 열어 딸의 죽음과 관련한 제보를 받기 시작했다. 4만 명이 넘는 사람이 이 사건과 관련해 조사를 받았고, 4500건이 넘는 제보가 들어왔다. 그러나 이번에 체포된 가시마는 한번도 용의 선상에 오른 적이 없었다.
 
14년 전 사건 당시 일본 경찰이 만들어 배포한 범인의 몽타주. [일본 뉴스 캡처]

14년 전 사건 당시 일본 경찰이 만들어 배포한 범인의 몽타주. [일본 뉴스 캡처]

범인의 윤곽이 잡힌 건 이달 초였다. 경찰청 지문 자동 식별 시스템에 살인 사건 현장에 남아있던 지문과 거의 일치하는 지문이 새로 등록됐다. 이 인물의 DNA를 조사한 결과 피해자의 손톱 밑에서 나온 DNA와 일치했다. 사건 후 10년 넘게 고요하게 살아가던 범인이 갑자기 수면 위로 드러난 것이다.
 
용의자는 우베의 한 건축 회사에 다니는 회사원이었다. 고등학교 졸업 후 잠시 다니던 알루미늄 가공 공장을 그만 두고 이곳으로 이직해 10년 넘게 다녔다. 함께 살고 있는 용의자의 부모에 따르면 14년 전 사건 직후에도 아무 내색 없이 회사에 나갔다고 한다. 회사의 사장은 마이니치 신문과의 인터뷰에서 “폭력적이지 않고 온순한 직원이었다. 십 년 넘게 지각, 결근이 한번도 없었다. 모범적인 태도가 맘에 들어 인근 현장의 감독을 맡겼다”고 했다.  
 
사건은 여기서 일어났다. 4월 초 그는 현장에서 일하던 동료 직원의 불성실한 태도에 화가 나 엉덩이를 걷어찼다가 시비가 붙었다. 결국 경찰에 폭력 혐의로 불구속 입건 됐다. 당시 경찰에서 채취한 지문, 이것이 14년 전의 끔찍한 살인을 폭로하는 결정적인 증거가 됐다. 
 
길에서 마주쳐 따라가..“반항해 찔렀다”  
경찰에 따르면 가시마 용의자는 살인 혐의를 순순히 인정하고 있다. 당시 20대 초반의 회사원이었던 그는 자전거를 타고 히로시마에 놀러 왔다가 길에서 지나는 피해자를 보고 따라갔다고 말했다. 성폭행을 시도했으나 피해자가 강하게 저항하며 소리를 질러 칼로 찔렀다고 진술했다.  
2004년 살인 사건이 일어난 히로시마의 주택. [일본 뉴스 캡처]

2004년 살인 사건이 일어난 히로시마의 주택. [일본 뉴스 캡처]

그러나 용의자가 사건 전 피해자와 만난 적이 있었는지, 살인의 진짜 동기는 무엇인지 등은 아직 밝혀지지 않고 있다. 발생 당시부터 이 사건을 쫓아온 스미다 가쓰토시(住田克俊) 형사부장은 용의자 체포 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겨우 체포할 수 있어 다행이지만 가족들의 고통을 생각하면 미안한 마음”이라며 “철저한 수사를 통해 사건의 전모를 밝혀내겠다”고 말했다.  
이영희 기자 misquic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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