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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갑생의 바퀴와 날개] 북한 반대로 좌절된 국제철도기구 정회원, 이번엔 가능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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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갑생 중앙일보 교통전문기자 kkskk@joongang.co.kr

북한 반대로 좌절된 국제철도기구 정회원, 이번엔 가능할까?

중앙일보 2018.04.13 02:00
블라디보스톡~모스크바를 연결하는시베리아횡단철도는 총길이 9288㎞로 세계 최장 철도다. [중앙포토]

블라디보스톡~모스크바를 연결하는시베리아횡단철도는 총길이 9288㎞로 세계 최장 철도다. [중앙포토]

 "서울·부산에서 열차 타고 시베리아 횡단철도(TSR·Trans Siberian Railway)를 지나 유럽까지 달리자."
 
 2000년대 초 남북 정상회담 이후 끊어졌던 경의선과 동해선 철도 연결 사업이 추진되면서 많이 나왔던 얘기입니다. 남북 간에 경의선·동해선 철도만 이어진다면 우리 나라에서 열차를 타고 대륙철도를 지나 유럽까지 갈 수 있다는 의미인데요. 
 
 하지만 이후 남북 관계에 여러 문제가 생기고 갈등이 격화되면서 별다른 진척은 없었습니다. 그러다 최근 남북 정상회담을 앞두고 다시 대륙철도 연결에 대한 기대감이 조금씩 나오고 있는데요. 이러 저러한 언급들이 마치 2000년대 초반 상황의 '데자뷔(Deja-vu)' 같기도 합니다. 
 
 남북정상회담 앞두고 대륙철도 재조명
 사실 남북 간에 합의만 된다면 철도 연결과 개량을 통해 시베리아횡단철도는 물론 중국횡단철도(TCR·Trans China Railway), 몽골횡단철도(TMGR·Trans Mongolian Railway), 만주횡단철도(TMR·Trans Manchuria Railway) 등을 이용해 유럽까지 가는 건 실현 가능성이 꽤나 높은 사안입니다. 현재도 러시아 블라디보스톡에서 시베리아횡단열차를  이용해 여행을 하고 있고, 화물 수송도 이뤄지고 있으니까요. 
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물론 우리 열차가 대륙 열차를 달리려면 몇 가지가 요구됩니다. 우선 우리나라 철도는 표준궤이고, 시베리아 횡단철도나 몽골 횡단철도는 폭이 넓은 광궤여서 두 철도가 만나는 지점에서 열차 바퀴를 바꾸는 '대차'를 해야 합니다. 
 
 또 언어나 신호 체계가 완전히 다른 구간에서는 우리 기관사가 계속 운행하기 어렵기 때문에 해당 국가의 기관사가 운행을 대신 맡거나, 아예 해당 국가의 기관차를 연결해 끌고 가는 등의 국가 간 협력도 필요합니다. 최근 북한 김정은 위원장이 열차를 이용해 중국을 방문했을 때 북한 열차에 중국 기관차를 연결해 운행한 것도 그 때문입니다.   
 
 OSJD 가입, 대륙철도 필수 요건
 그런데 우리 열차를 이용해서 대륙 철도를 달리려면 한 가지 더 필요한 게 있습니다. 바로 OSJD(국제철도협력기구·Organization for the Cooperation of Railways) 가입입니다. 
 
 OSJD는 구소련 및 동구권 나라 사이에 국제철도협약을 맺기 위해 1956년 결성된 협력기구인데요. 그래서 공식 언어도 러시아와 중국어로 되어 있습니다. 단 국제관계 분야에서는 영어와 독일어도 사용합니다. 현재 러시아, 중국, 북한, 몽골, 체코, 헝가리, 폴란드 등 28개 국가가 정회원입니다. 
 
 참고로 서유럽권에는OTIF(IntergovernmentalOrganisation for International Carriage by Rail·국제철도수송정부간기구)라는 철도 협력기구가 따로 있습니다. 독일, 영국, 프랑스, 스위스, 이탈리아 등 49개국이 정회원이며 러시아, 폴란드, 불가리아 등 OSJD 회원국도 여럿 가입해 있습니다. 
 
 OSJD는 대륙철도를 포함한 유라시아 철도운송에 관한 제도와 운송협정 논의는 물론 기술 분야 협력 등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이 기구에 가입하면 각 회원국과 개별 협정을 체결한 것과 마찬가지 효과를 거둘 수 있다고 하는데요. 특히 회원국은 여러 개가 아닌 1개의 화물운송장만으로 화물 수송이 가능하며, 이 운송장은 서유럽 국가에서도 사용이 가능하다고 합니다. OSJD 회원이 된다면 남북철도가 연결돼 우리 열차로 TSR, TCR 등을 지나 유럽을 갈 때 꽤 도움이 될 수 있는 내용입니다.     
 
2016년 키르키스스탄에서 열린 OSJD 사장단 회의. [사진 코레일]

2016년 키르키스스탄에서 열린 OSJD 사장단 회의. [사진 코레일]

 물론 이 같은 실질적 효과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정회원이 되면 대륙철도의 당당한 일원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다는 상징성이 더 커 보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우리나라도 2000년대 초반 OSJD 가입을 추진했지만 실패했습니다. 그 뒤 별다른 움직임이 없다가 2014년에 코레일이 제휴회원으로 가입했는데요. OSJD 제휴회원은 모두 44개국으로 사실 별다른 권한은 없습니다.  
 
 북한 반대, 최근 세차례 회원 가입 실패 
 그래서 우리 정부는 2015년부터 지난해까지 세 차례 정회원 가입을 다시 시도했습니다. 하지만 번번이 무산됐는데요. 북한의 반대가 가장 컸습니다. 중국은 세 차례 모두 기권표를 던졌고요. 20여 개 국가 가운데 겨우 두 나라만 반대 또는 기권인데 왜 가입이 안됐느냐고요?     
 
 사연은 이렇습니다. OSJD는 최고 의사 결정 기구로 회원국 장관들이 참석하는 '장관회의'를 두고 있으며, 그 아래 해당국의 대표 철도기관 CEO가 참석하는 '사장단 회의' 가 있습니다. 신규 회원으로 가입하려면 이 두 회의를 모두 거쳐야 하는데요. 두 회의에서 신입 회원 가입은 '만장일치'로 결정됩니다. 한 나라라도 반대하면 가입이 거부되는 겁니다. 기권도 사실상 반대로 간주한다고 합니다. 
 
 사장단 회의에서 반대나 기권이 있으면 장관회의에서 통과될 가능성은 '0'입니다. 그래서 사장단 회의 결과가 중요한데요. 올해 OSJD 사장단 회의는 4월 19~20일 베트남 다낭에서 열립니다. 이 회의에서 우리나라는 다시 한번 정회원 가입에 도전할 계획입니다. 일부에서는 남북 정상회담을 앞두고 혹시나 북한 측의 태도가 바뀌지 않을까 하는 조심스러운 기대감이 있다고 하는데요. 섣불리 예상이 어려운 상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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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지만 머지않아 우리나라도 OSJD의 정회원으로, 대륙철도 체계의 당당한 구성원으로 자리 잡아서 사실상의 '섬나라' 형국을 벗어날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서울·부산에서 출발해 대륙철도를 지나 유럽까지 이어질 수 있다면 항공, 해운에 이어 또 하나의 활로가 개척되는 효과가 있기 때문입니다.  
 
 강갑생 교통전문기자 kksk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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