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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만의 인간혁명]시장 삼키는 타이탄, 아마존·구글·페이스북

시장 삼키는 타이탄, 아마존·구글·페이스북

중앙일보 2018.03.18 02:00
[윤석만의 인간혁명]국가와 기업이 경쟁하는 시대①
2018년 1월18일자 이코노미스트 커버 사진. 아마존·구글·페이스북을 시장을 집어삼키는 '타이탄(거인)'으로 묘사했다. [이코노미스트]

2018년 1월18일자 이코노미스트 커버 사진. 아마존·구글·페이스북을 시장을 집어삼키는 '타이탄(거인)'으로 묘사했다. [이코노미스트]



“디지털 시대의 새로운 ‘타이탄(거인)’에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2018년 1월 18일자 영국의 시사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커버스토리에서 구글과 페이스북, 아마존을 ‘타이탄(titan·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거인)’으로 칭했습니다. 표지에는 세 기업이 고층빌딩 몇십 개의 높이에 달하는 거인으로 묘사돼 도시를 공포로 몰아넣는 그림이 실렸죠.  
 
 이코노미스트는 “구글과 페이스북, 아마존의 시장 지배는 소비자들은 물론 기업 경쟁에도 매우 나쁘다(The dominance of Google, Facebook and Amazon is bad for consumers and competition)”고 평가했습니다.  
 
 왜일까요? 먼저 유통 거인 아마존은 세상에 존재하는 거의 모든 물건을 팔고 있죠. 최저가 공세로 시장 독점을 강화하고 있습니다. 이로 인해 많은 오프라인 기업이 경영 위기에 처했습니다.  
아마존의 CEO 제프 베조스. [중앙포토]

아마존의 CEO 제프 베조스. [중앙포토]

 대표적인 여파로 얼마 전 ‘토이저러스’가 미국의 모든 매장 문을 닫겠다고 선언했습니다. 아이들의 장난감 선물을 사주고 싶은 미국의 젊은 엄마·아빠는 토이저러스 매장에서 상품 구경만 하고 주문은 정작 아마존에서 하죠. 1948년 창립해 전 세계 1800여 매장을 가진 ‘장난감 천국’이 생사의 기로에 놓인 겁니다.  
 
오프라인 쓰러뜨리는 ‘가젤 전략’
 소매점의 위기는 토이저러스뿐이 아닙니다. 미국에선 지난해 스포츠용품 체인점 ‘스포츠 오써리티(Sports Authority)’가 파산했습니다. 미국의 대표 백화점 브랜드인 시어스(Sears)는 지난 1월 39개 매장을 폐점한다고 밝혔습니다. 또 다른 백화점 메이시스(Macy's)도 지난해 전체 매장의 15%에 해당하는 100여 곳을 문 닫았죠.  
 
 아마존의 식욕은 거침없습니다. 유기농 식품 체인업체인 홀푸드를 인수하자 다른 업체들이 초토화됐죠. 또 아마존이 의료 산업 진출 의사를 밝히자 의약업계 주가는 폭삭 내려앉기도 했습니다. 그 때문에 업계에서는 ‘아마존이 되다(to be amazoned)’는 말이 ‘아마존이 당신 산업에 진출했으므로 당신의 사업은 붕괴한다’는 뜻으로 쓰이고 있죠. 미국의 블룸버그 통신은 지난 15일 “아마존의 끝없는 식욕이 미국 경제에 악몽이 되고 있다”고 꼬집었습니다.  
아마존의 매출과 순이익

아마존의 매출과 순이익

 사실 아마존의 시장 독주는 우연이 아닙니다. 철저한 경영 전략에 따른 것이죠. “치타가 병약한 가젤을 추격하듯 시장에 접근해야 한다”는 제프 베조스 CEO의 말처럼 아마존은 힘이 빠진 오프라인 기업들을 차례로 쓰러뜨리고 있습니다.  
 
 아마존의 전략은 명쾌합니다. 경쟁사가 따라올 수 없는 가격경쟁으로 시장을 초토화한 후 고객들을 ‘록인(lock in·가두기)’해서 떠나지 못하게 잡아두는 거죠. 미국 온라인 쇼핑의 절반 가까이 장악한 아마존은 얼마 전 무인 슈퍼마켓 ‘아마존 고’까지 오픈했습니다. 세계 최고의 유통공룡 월마트도 아마존 앞에 점점 무력해지는 이유입니다.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GDP 20% 차지하는 20개의 슈퍼스타 기업
 유통산업에 아마존이 있다면, 온라인 세상엔 구글과 페이스북이 있습니다. 플랫폼 사업에서 두 거인의 시장 독점은 가속화되고 있죠. 웹 브라우저 시장에서 구글이 차지하는 비중은 56%입니다. 디지털 광고시장 점유율도 52%에 달하고요. 소셜미디어에서 페이스북은 전체 모바일 트래픽의 77%를 차지합니다.  
 
 2018년 1월 15일 영국 파이낸셜 타임스(FT)가 내놓은 ‘슈퍼스타 기업의 부상’이라는 보고서에도 이런 내용이 잘 나옵니다. FT는 “미국의 경제 성장이 가장 활발했던 1950년대에 GDP의 20%를 차지했던 기업은 상위 60곳이었다. 그러나 현재는 그보다 숫자가 적은 20개사가 20%를 차지하고 있다”고 말합니다. 특히 이들 기업의 대부분은 IT 업종이고요.
 
 이쯤 되면 이코노미스트가 왜 아마존과 같은 거인들의 독주를 우려했는지 충분히 이해 갑니다. 거인들은 시장의 지배력을 높일 뿐 아니라 소비자의 일상과 사적인 공간에까지 깊숙이 침투해 있습니다.  
아마존의 CEO 제프 베조스. [중앙포토]

아마존의 CEO 제프 베조스. [중앙포토]

 특히 구글과 페이스북은 시장을 압도하고 있을 뿐 아니라 사용자 개인의 삶까지 지배하고 있죠. 이들은 디지털 라이프의 기본 플랫폼을 제공하며 많은 서비스를 무료로 사용할 수 있게 해줍니다.  
 
사생활과 개인정보로 움켜쥔 플랫폼들
 하지만 이용자들은 자신도 모르는 새 큰 비용을 지불하고 있습니다. 바로 우리의 개인 정보죠. 어떤 음식과 옷을 좋아하고, 자주 들르는 카페와 식당은 어디며, 하루의 동선은 어떻게 되는지 등이 플랫폼에 모두 기록될 수 있습니다. 자신의 개인정보와 소비 패턴, 생활 방식까지 모두 제공될 수 있다는 거죠. 기업들은 이들을 방대한 빅데이터로 모아 또 다른 사업을 펼치고요.
 
 현재 페이스북으로 연결된 전 세계 사용자는 20억명이 넘습니다. 중국 등 일부를 제외한 거의 모든 나라에선 구글을 통해 온라인 세상에 참여합니다. 특히 구글의 자회사인 유튜브는 이제 세상의 모든 지식과 정보를 탐색하는 첫 번째 창구가 돼버렸습니다. 온라인 광고시장에서도 페이스북과 구글이 차지하는 비중은 3분의 2(미국 기준)가 넘습니다.  
자료: e마케터·넷마켓쉐어·뉴욕타임스

자료: e마케터·넷마켓쉐어·뉴욕타임스

 거인 기업들의 사적인 공간 침투는 더욱 심화하고 있습니다. 아마존의 알렉사(Alexa)와 구글 어시스턴트(Assistant) 같은 인공지능 비서때문이죠. 사용자의 일거수일투족은 물론 사생활의 내밀한 곳까지 살펴봅니다. 기술의 사용으로 인간의 삶이 더욱 편리해졌지만, 한편으론 삶의 모든 것이 기업에 의해 감시되고 통제당할 수 있는 가능성도 커졌죠.
 
 잊을 만하면 제기되는 기업들의 불법 정보 수집 문제도 이런 우려를 더합니다. 2017년 11월 구글은 영국에서 540만명의 개인정보를 불법 수집한 혐의로 소송을 당했습니다. 하지만 기업에 제공한 자신의 정보가 정확히 어디에 어떻게 쓰이는지 아는 소비자는 많지 않습니다. 자기 정보에 대한 주권을 이미 빼앗겨 버린 것이죠.  
미국 캘리포니아에 있는 구글 본사건물에 부착된 구글 로고. [AP=연합뉴스]

미국 캘리포니아에 있는 구글 본사건물에 부착된 구글 로고. [AP=연합뉴스]

점점 커지는 기업의 힘
 물론 현대사회에서 기업의 영향력이 커지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일 수 있습니다. 세계화로 지구촌이 하나의 시장으로 묶이고, 기술의 발달로 새로운 상품들이 생겨나면서 기업은 갈수록 그 몸집을 키우고 있죠. 기업의 성장이 국가의 발전으로 이어지기도 합니다. 한국에선 삼성이 대표적이죠.
 
 삼성은 예나 지금이나 대한민국의 일등기업입니다. 1992년 매출 1위인 삼성전자의 매출액은 6조1000억원이었습니다. 당시 정부 예산은 38조500억원이었고요. 정부 예산 대비 삼성전자의 매출액 비중이 16%였습니다.  
 
 25년 후인 2017년 매출 1위 역시 삼성전자입니다. 매출액은 239조6000억원으로 39.3배 증가했습니다. 반면 같은 해 정부 예산은 400조5000억원으로 10.5배 늘었고요. 정부 예산 대비 삼성전자 매출의 비중은 59.8%로 1992년보다 3.7배 높습니다. 복지비 등의 증가로 정부 예산이 많이 늘긴 했지만 삼성의 성장 폭이 훨씬 컸다는 이야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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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특히 지난해 삼성전자의 영업이익은 53조6000억원으로 정부의 문화·체육·관광·환경·외교·통일 예산(18조6000억원)을 합친 것보다 2.9배 정도로 많습니다. 삼성이 한 해 벌어들인 돈의 3분의 1이면 정부의 주요 예산을 충분히 메울 수 있을 정도라는 의미죠.  
 이처럼 기업의 힘과 규모는 갈수록 막강해지고 있습니다. 언젠가는 삼성의 매출액이 정부 예산을 앞서는 상황이 벌어질 수도 있을 겁니다. 이미 삼성의 1년 매출액은 포르투갈(2116억 달러)과 뉴질랜드(2008억 달러) 등의 국내총생산(GDP)보다 큰 규모입니다.
 
양극화와 불평등 심화시킬까
 기업은 일자리를 창출하고 경제를 튼튼하게 만들어 사회를 발전시키는 원동력입니다. 하지만 시장의 과실이 소수 기업에 집중되고, 이를 통해 다른 기업의 생태계까지 파괴하는 것은 문제입니다. 앞서 살펴본 아마존의 ‘가젤전략’이 이와 같은 사례가 될 수 있죠.  
 
 무엇보다 미래가 더욱 우려스러운 건 과학기술의 발전과 이로 인한 거인 기업들의 독점화 현상이 불평등과 양극화를 부추길 것이라는 전망입니다. 2017년 11월 서울대 유기윤 교수팀은 2090년 미래 사회의 계급을 예측했는데, 최상위 0.003%의 사람만이 잘살고 나머지 99.997%는 실업 상태로 전락하거나 단순 노동자가 될 것이라고 예측했습니다. 특히 최상위층의 상당수는 페이스북과 구글처럼 플랫폼과 최첨단 기술을 소유한 기업인들이 차지했죠.
불평등이 심화된 미래 사회를 그린 영화 '토탈리콜'. [중앙포토]

불평등이 심화된 미래 사회를 그린 영화 '토탈리콜'. [중앙포토]

 이처럼 거인 기업들은 갈수록 힘을 키워 갈 것이고 계층·계급의 불평등은 더욱 심해질 가능성이 큽니다. 어쩌면 미래 사회에선 거인 기업들의 힘이 정부보다 커지면서 국가의 역할까지 대신하는 사회가 올 수도 있지 않을까요. 수십 년 후 기업의 모습은 어떻게 변해 있을까요. 또 우리 사회의 모습은 어떻게 달라져 있을까요. 다음 주 ‘인간혁명’에선 기업과 정부의 관계가 어떻게 변해 있을지 전망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윤석만 기자 sa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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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만 기자는
 윤 기자는 2010년부터 교육 분야를 취재했다. 특히 인성·시민 교육 및 미래와 관련한 보도에 집중했다. 앞으로는 성적과 스펙보다 협동과 배려, 공감 같은 인성역량이 핵심능력이 될 것이라고 믿는다. 이를 주제로 ‘휴마트(humanity+smart) 씽킹’이란 책을 냈다. 유네스코가 15년마다 주최하는 세계교육포럼에서 세계시민교육 심포지엄의 기조발표자로 나서기도 했다. 중앙인성연구소 사무국장을 겸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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