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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서와 유치원 ‘남쌤’ 처음이지? 금남의 벽 깬 그는 누구

중앙일보 2018.03.15 00:35 종합 23면 지면보기
부산 공립유치원 교사에 합격한 서동진 씨. [사진 서동진 씨]

부산 공립유치원 교사에 합격한 서동진 씨. [사진 서동진 씨]

“주위에서 ‘남자가 무슨 유치원 선생이냐’고 비아냥거려도 전 유치원 선생이 되고 싶었어요. 동생들 가르칠 때 맛봤던 희열을 평생 느끼면서 살고 싶었거든요.”
 
부산에서 처음으로 공립유치원 남자 교사가 된 서동진(25·사진)씨의 말이다. 공립유치원 임용시험이 도입된 지 27년 만이다. 부산에 있는 98개 공립유치원에서 유일한 남자 교사다. 그는 지난 1일 부산 기장군 정관읍 가동유치원으로 발령받아 만 5세 반 수업을 맡고 있다.
 
서씨는 고등학교 1학년 때 유치원 교사가 되기로 결심했다. “어렸을 때 동생들을 가르치면서 큰 보람을 느껴 교사를 직업으로 택했어요. 특히 유아기에 배운 것이 가장 기본으로 남기 때문에 아이들의 역량을 키워주는 유치원 교사가 되기로 결심했죠.”
 
서씨가 2012년 부경대 유아교육과에 입학하자 동기 20명 가운데 남자는 2명뿐이었다. 남자 후배는 2013년 입학한 1명뿐이었다고 한다. 주위에 여자뿐이었지만 생활하는 데 큰 어려움은 없었다. 그는 “집안에 딸이 없어서 딸처럼 엄마와 대화하고 쇼핑을 같이하기도 했다”며 “덕분에 여자 동기들과도 서슴없이 지낼 수 있었다”고 말했다.
 
졸업을 1년 앞둔 지난 2017년 1월 서씨가 공립유치원 임용시험을 준비하자 부모님이 반대하고 나섰다. 꿈이 확고했던 서씨는 부모님 반대에도 하루 10시간씩 공부하며 임용시험을 준비했다. 올해 1차 필기시험을 볼 때는 남자 지원자가 몇몇 있었지만 2차 실기시험에는 서씨가 유일한 남자 지원자였다. 6.55대 1의 경쟁률을 뚫고 합격한 그는 “막상 합격하니 부모님이 가장 기뻐하셨다”며 “주위에 남자 교사가 없어 힘들겠지만 본보기가 될 수 있도록 성실히 하라고 조언해주셨다”고 말했다.
 
지난 2일부터 만 5세인 유치원생 28명을 가르치고 있는 서씨는 “이론으로 배웠던 것을 실제로 아이들에게 적용하려고 하니 생각처럼 되지 않아 힘들다”면서도 “해맑게 웃는 아이들의 모습을 보면 힘든 것도 한순간에 다 날아간다”며 활짝 웃었다.
 
서씨는 ‘남자인데도 잘한다’는 평가 대신 ‘능력 있는 교사’로 평가받는 것이 최종 목표라고 했다. 그는 “롤모델로 삼을 수 있는 남자 교사가 없어 힘들지만, 후배들이 저를 롤모델로 삼을 수 있도록 열심히 아이들을 가르치겠다”고 강조했다.
 
부산=이은지 기자 lee.eunji2@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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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은지 이은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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